장성 들녘에 3중고 시달리는 농민들 한숨 소리
장성 들녘에 3중고 시달리는 농민들 한숨 소리
  • 백형모 기자
  • 승인 2022.06.27 13:5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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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자재, 비료농약 값 폭등...농산물 가격은 그대로

인력 조달 불가능 가족농업으로 전환 ‘악재 겹쳐’
남면 삼태리에서 포도농가를 운영하고 있는 임준 씨가 인건비 등 상승에 한숨을 내쉬고 있다.
남면 삼태리에서 포도농가를 운영하고 있는 임준 씨가 인건비 등 상승에 한숨을 내쉬고 있다.

“모든 물가가 다 올라 이제 더 이상 못 버틸 지경입니다. 농사를 때려 치워야 할 것 같은데 어쩔랑가 모르겠습니다.”

농민들의 한숨 소리가 끝없이 이어지고 있다. 한숨이 아니라 한탄으로 확대되고 있다. 지난해까지는 코로나로 숨통이 막히더니 올해부터는 인부를 구할 수 없는 것은 물론, 비료, 농약, 포장박스비, 사료 등 모든 농자재 물가가 폭등하고 농산물 가격은 하락하는 등 농민들이 삼중고에 시달리고 있다. 특히 시설하우스 농가들은 철재나 비닐 등이 급등해 시설 개보수를 못하면서 수확량이 뚝 떨어져 농가매출이 상대적으로 추락하고 있다.

농사철에 필수적으로 조달해야할 인부는 사람을 구하려야 구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 그래도 꼭 필요한 인력은 인력대기소나 외국인 알선책을 통해 조달하고 있으나 인건비가 오른 만큼 인부 대우나 휴식·간식 제공 등을 고급화되고 있어 농민들의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진원면 밤실마을에서 축사를 운영하고 있는 김 모 씨(74)는 “지난해 한 포대 1만원 하던 사료 값이 지금 2만원으로 뛰었습니다. 딱 두 배 올랐죠. 그런데도 출하 한우 값은 그대로입니다. 농민들만 죽으라는 것 같습니다. 어떻게 버텨야 할지 막막합니다”라며 농가의 어려운 실정을 토해냈다.

김 씨는 며칠 전 인력대기소에서 남자 인부를 불러오면서 하루 일당 17만원을 들였다고 말했다. 하찮은 일을 시킬 여자 인부도 8~9만원을 줘야 구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남면 삼태리에서 포도농장을 운영하는 임 모씨(68)는 인력조달이나 인건비 감당이 어려워 2천여 평의 포도농장을 기계를 도입하거나 부부의 힘으로만 감당하고 있다.

임 씨는 “예전에는 포도알 속아내기나 봉지 씌우기 등에 하루 6~7명씩 고용하여 해결했으나 인력을 조달할 수 없어 궁여지책으로 부부간에 해결하고 있습니다. 수입이 적더라도 대안이 없습니다. 포도 값은 그대로인데 살아남을 방법이 없지 않습니까?”라고 반문했다.

임씨는 “비료 값이 평균 2배~3배까지 올랐습니다. 포도 봉지는 3천장에 8만원하던 것이 9만6천원, 포도 상자 구입비는 1만3천원에서 1만5천원으로 올랐습니다. 모든 농자재가 최하 20%~30% 올랐다고 보면 됩니다”라고 설명했다.

지방선거 과정에서 농가의 어려움을 피부로 느꼈다는 신민섭 장성군의원은 “제9대 군의회 개원을 눈앞에 두고 있다. 농업 현실 타개가 가장 급선무다. 농자재값 급등으로 시설농가들이 고통 받고 있다. 과수원예농가들에게 긴급보조금 지원이나 농자금대출 등이 시급하다. 정부차원의 물가안정이나 해결책은 그만두고라도, 지자체에서 해결할 수 있는 외국인 근로자 조달에 대해서는 장성군이 외국인 노동자센터를 설치, 운영하거나 동남아시아 지자체와 MOU를 체결하는 등 특단의 대책을 통해 농가에 도움을 주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고향을 찾아 삼계면에 정착한 귀향농민 최 모 씨(55)는 “농촌은 절박하다. 당리당략이나 정치 현안에만 몰두하고 있는 대통령부터 중앙정치인들, 그리고 이번 지방선거에 당선돼 꿈에 부풀어 있는 지방권력 당사자들 모두 농민의 아픔을 들여다 볼 줄 알아야 한다. 농민들이 삶을 포기하기 일보 직전이다. 농촌이 무너지면 나라가 무너진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고 뼈있는 주문을 던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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