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국 칼럼] "천하를 얻는 도리와 지키는 도리는 다르다"
[편집국 칼럼] "천하를 얻는 도리와 지키는 도리는 다르다"
  • 백형모 기자
  • 승인 2022.07.11 10:49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서로를 죽이려는 불꽃놀이...끝내 칼이 불을 뿜는다.

국정원은 6일 자신들의 전임 국정원장을 고발했다. 중앙지검은 기다렸다는 듯이 하루 만에 곧바로 수사에 착수했다.

전 정권의 핵심 기관장을 후임 기관장이 ‘나쁜 짓 했다’며 고발하고 현 정권의 명을 받은 막강 권력의 중앙지검은 ‘때가 왔다’며 칼을 휘두르기 시작했다.

칼자루 주인공이 완전히 뒤바뀐 다른 세상이라는 것을 천하에 알리는 신호탄이다.

왕이 바뀌면 천하가 뒤집어 지는 역사가 비일비재했다. 남쪽에서 불던 훈풍이 갑자기 북쪽에서부터 차갑게 휘몰아치는 북풍한설로 바뀐다. 이 나라 강토와 백성들은 달라진 게 없는데 말이다.

윤석열 대통령이 5월 10일 취임했으니 겨우 두 달 지났다. 그런데 벌써 온 세상이 붉은 꽃으로 물든 것처럼, 영원히 붉은 꽃으로 남을 것처럼 행세하고 있다. 화무십일홍(花無十日紅)이란 교운을 잊었을까, 아니면 생각지도 않은 것인가.

여기 절대 권력의 지존이라 할 수 있는 중국 진시황의 사례가 있다.

중국 역사상 첫 천하통일의 대업을 이룬 진시황은 불과 15년 만에 멸망한다. 그 원인에 대해 역사학자 사마천은 이렇게 평한다. “천하를 얻는 도리와 지키는 도리는 달라야 한다” 그런데 진시황은 그 통치방법이 다르지 않고 같았다는 지적이다.

먼저, 천하를 얻는 도리는 무엇인가.

진나라는 선대부터 약 100년 동안 통일의 발판을 마련했다. 평화로운 시기에 부국강병책을 앞세워 왕을 믿고 따르도록 했다. 하지만 진시황이 등장한 춘추전국시대에는 주변이 혼란스러워지자 책략과 무력을 주로 사용했다. 속임수와 거짓말, 이간질, 매수, 회유, 협박, 암살, 침략, 살육 등 온갖 방법을 사용하여 차례로 주변 나라를 멸망시키고 천하를 통일해 나갔다.

진나라는 세상이 평화로운 시기와 어지러운 시기가 교차될 때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 지를 잘 보여줬다.

여기에 대해 사마천은 이렇게 평가한다.

“약육강식의 어지러운 나라를 하나로 합칠 때는 기만과 폭력을 높게 친다” 상대방을 물리쳐야 생존하는 전쟁터에서 도덕은 통하지 않는다고 일갈했다.

진나라가 이렇게 무도한 수법으로 여러 나라를 정복하고 스스로 ‘천자의 나라’라고 포고령을 내렸다. 그 때 정복지 백성들은 어떠했을까?

놀랍게도 천하의 민심은 비로소 평화의 시대가 왔다고 기뻐했다. 약소국의 국민으로 항상 침략의 불안에서 떨던 백성들은 대국인 진나라로 통일되자 이제 천자의 나라가 됐으니 침탈의 불안에서 해방됐다며 쌍수를 들어 환영했다. 세상은 하나같이 자신들의 목숨, 재산이 온전히 보전되기를 바랐던 것이다. 동시에 천하의 인재들도 바람을 날리듯 진나라로 밀려들어 제국의 번영 기틀을 다질 절호의 기회를 잡았다.

하지만 진시황은 그러지 못했다. 천하를 지키는 도리를 깨닫지 못했던 것이다.

진시황은 천하를 얻고 난 뒤에도 여전히 기만과 폭력으로 세상을 다스렸다. 선비와 백성을 가까이 하지 않았으며 사사로이 권력을 앞세우고 형벌을 가혹하게 했으며 무거운 세금과 부역으로 백성을 괴롭혔다. 황제와 국가의 권위에 배척되면 잔인한 도륙을 일삼았다. 자신의 영세불멸과 향락을 위해 물불을 가리지 않았다.

태평한 시대를 만나 평화로운 삶을 꿈꾸던 백성의 마음을 무참히 짓밟았던 것이다. 백성들은 통일 이전보다 가혹하고 잔인한 삶을 살게 된 것에 불만과 원한을 갖지 않을 수 없었다. 통일 이후 천하가 태평해지려는데 치명적인 실수를 범한 것이다.

“천하를 하나로 통일하려는 자는 기만과 무력을 높이 여기지만 천하를 안정시키려는 자는 권력 변화에 순응하는 것을 중요하게 여겨야만 한다. 이것이 천하를 얻는 방법과 천하는 지키는 방법이 다르다는 뜻이다. 진시황은 전국시대를 거쳐 천하의 왕 노릇을 하게 된 뒤에도 통치 방법을 바꾸지도 않고 정치도 개혁하지 않았다. 천하는 얻는 방법과 지키는 방법에 차이가 없었다. 결국 외롭게 홀로 천하를 소유하게 되니 멸망을 서서 기다리는 것보다 더 쉬웠다”

사마천이 내린 진 시황에 대한 냉철한 평가였다. 결국 백성의 마음을 얻지 못한 진나라는 천하통일 15년 만에 멸망했다.

21세기를 걷고 있는 지금, 이 나라 정권과 권력은 어떤 길을 걷고 있는 것일까?

2200년 전의 진 시황에게 패망의 쓴 맛을 묻고 싶은 것인가?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