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의 뒷편으로 사라져가는 솔재...구불구불 구절양장의 옛길
역사의 뒷편으로 사라져가는 솔재...구불구불 구절양장의 옛길
  • 백형모 기자
  • 승인 2022.07.11 11:1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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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성 북일~고창 석정 관통하는 솔재 터널 9월 1일 개통...공사 진척률 99%
“이 고개만 넘으면 내고향 장성땅이라...”솔재 정상에서 바라본 장성 지역 풍광. 멀리 백암산 줄기가 보이고 가까이는 터널이 지나는 광암저수지가 눈에 들어온다. 터널이 준공되면 솔재는 등산객이나 찾을 뿐, 도로로서의 가치는 사라질 전망이다.
“이 고개만 넘으면 내고향 장성땅이라...
”솔재 정상에서 바라본 장성 지역 풍광. 멀리 백암산 줄기가 보이고 가까이는 터널이 지나는 광암저수지가 눈에 들어온다.
터널이 준공되면 솔재는 등산객이나 찾을 뿐, 도로로서의 가치는 사라질 전망이다.

길은 길로 대체된다.

옛길은 새길에 밀려날 수밖에 없다.

그래서 역사가 되고 흔적으로 남는다.

장성과 고창을 잇는 해발 283m의 장성 솔재도 그런 운명이다.

구불구불 구절양장의 솔재 옛길 지하에 터널이 뚫리면서 역사의 뒤안길로 가는 운명을 맞았다. 터널이 개통되면 옛 길을 찾는 사람이 거의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잘 활용하면 훌륭한 문화유산이 될 수도 있지만 방치하면 폐기물로 사라질 수밖에 없다는 것이 역사의 교훈이다. 솔재의 운명도 우리들에게 과제를 던지고 있다.

한 많은 고갯길...고창 사람들이 장성이나 황룡장터 가던 통행로

내륙에 자리 잡고 있는 장성군은 지형상 유달리 크고 작은 고개가 많았다.

예부터 전라도 남서부 내륙 사람들이 서울로 향하던 옛길 중의 하나는 갈재였다. 그러나 장성의 북부지역 사람들이 고창이나 전북 지역과 이동하던 통로로는 솔재(해발 283m) 고갯길이 아주 유용했다. 솔재는 장성군 북일면 문암리~ 고창군 고창읍 석정리를 잇는 지방도다.

문암리는 행정지명이지만 그 안에 광암, 제암, 매남, 지장, 성진원 등 5개 마을이 뿔뿔이 흩어져 자리 잡고 있다.

그 역사만큼이나 숫한 삶과 애환을 만들어 준 고갯길이다. 한 때는 의병들이 험준한 골짜기를 따라 넘나들기도 했으며 한 때는 도적들이 들끓기도 했다.

일제 강점기 물물교환이 성행하면서부터는 고창 사람들이 장성 황룡장을 찾아갈 때, 혹은 반대로 장성 사람들이 고창장을 찾아갈 때 반드시 이 솔재 고개를 넘어 다녔다.

그 뒤 일제에 의해 1920년대에 장성~고창 구간이 지방도(898번)로 개설됐고 1985년에 확·포장돼 현재 도로의 뼈대를 갖추게 됐다. 지금은 국지도 49호선으로 불린다.

하지만 오랜 도로의 명성에 어울리지 않게 위험한 도로로 낙인찍혀 왔다.

문제는 이 도로가 전라남도와 전라북도의 도계에 위치해 서로 도로개설에 투자가 쉽지 않았다는 점이다. 겨울철에는 차량 통행이 위험한 도로로 이름값을 했다. 그 동안 간헐적으로 보수를 거치긴 했으나 오랜 세월 수많은 차량을 견디지 못한 고갯길은 곳곳에 손 봐야 할 곳이 많이 생겼다.

그러나 신속함과 편리함을 좆는 인간들은 기어이 터널을 만들게 됐다.

9월 1일 준공 예정인 장성~고창 터널의 장성 북일면 문암리 진입로. 왼쪽은 터널 진출입로, 오른쪽은 솔재 올라가는 길이다.
9월 1일 준공 예정인 장성~고창 터널의 장성 북일면 문암리 진입로. 왼쪽은 터널 진출입로, 오른쪽은 솔재 올라가는 길이다.

수많은 장성 고갯길, 개발에 밀려나...솔재도 역사 속으로?

장성 북일면 문암리~고창읍 석정리를 통과하는 터널은 일명 솔재라고 불리는 옛길 지하로 관통하는 공사다. 2017년부터 2022년 8월까지 6년 동안 60개월이 소요됐고 공사비는 약 300억 원이 투입됐다. 이 터널 공사는 9월 1일 완공 예정이다.

길이는 터널만 970m이고 장성 쪽에 865m, 고창 쪽에 760m가 진출입로가 개설돼 총 연장 2.65km에 달한다. 왕복 2차선 폭 10.5m이다.

장성 북일면 쪽에서는 솔재를 향해 고창을 가다보면 광남저수지 끝인 지장마을에 문암교차로를 만들어 터널과 솔재로 나눠지는 신구도로 분리지점을 명확히 했다.

사고 예방을 위해 과속 단속 카메라를 설치하고 횡단보도는 사람이 통행할 때 누르면 자동차가 멈추는 버튼식으로 장착했다.

편리하고 새로운 시설로 전통의 옛 고갯길이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질 운명에 놓였다.

내륙 산간지대 장성은 교통요충지...유난히 샛길도 많더라

내륙 산간지대이면서 교통 요지인 장성은 유달리 고갯길이 많았다.

장성의 고개는 한양이나 전북 지역으로 통하기도 반대로는 나주나 제주로 가는 길목이기도 했다. 때로는 영광 등 서해안으로 통하기도 했으며 담양과 곡성 등으로 빠지는 길목이기도 했다.

북이면 원덕과 정읍 입암면 연월리를 잇는 갈재는 대표적인 한양으로 향하는 대로였다.

작은 고갯길로는 동남쪽 줄기에는 북하면 남창골과 입암면 백학동 사이의 새재(330m), 백양사와 순창 복흥면 덕흥을 연결하는 곡두재(332m), 약수리와 순창 복흥면 지선리 사이 감상굴재가 있다.

남서쪽 줄기에는 북이면 청운과 고창읍 석정리를 잇는 양고살재(297m)와 북일면 광암과 고창읍 석정온천과 연결되는 솔치(283m. 일명 솔재)가 이용됐다.

황룡면 통안리와 고창 고수면 두평리 사이의 살우치(317m), 삼계면 생촌리와 고창 성송면 암치리와 연결되는 무금치(암치 218m), 삼계면 화산리와 영광군 대산면 성산리 사이 깃재, 삼서면 학성리와 영광 묘량면 삼효리 사이의 마치(317m) 등도 있다.

이들 옛 고갯길의 흔적은 대부분이 개발이란 이름으로 뒤틀리고 변형돼 원형의 흔적조차 찾기 어렵다.

편리함이란 미명 아래 하나둘씩 사라져가는 애환과 삶의 흔적들, 보존하고 재활용할 대안과 의지가 필요할 때다.

장성과 고창 사람들의 삶의 애환을 이고 지고 넘나들었던 솔재의 울창한 숲길.
장성과 고창 사람들의 삶의 애환을 이고 지고 넘나들었던 솔재의 울창한 숲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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