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행인 편지] 조선에는 개국공신(開國功臣), 장성에는 개군공신(開郡功臣)?
[발행인 편지] 조선에는 개국공신(開國功臣), 장성에는 개군공신(開郡功臣)?
  • 장성투데이
  • 승인 2022.07.28 16: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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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지러운 시대를 지나 역사의 새 창이 열릴 때는 반드시 주인공과 조력자들이 등장한다.

태봉의 궁예를 몰락시키며 왕건을 고려 태조로 추대할 때도, 이성계를 도와 무너져 가는 고려에 일격을 가해 조선 건국할 때도 킹과 킹메이커들이 있었다.

새 나라를 여는데 위대한 공을 세운, 이름하여 개국공신들이다.

1392년 조선을 건국한 태조 이성계는 그들의 공로를 크게 인정하여 일등공신, 이등공신, 삼등공신으로 구분하여 벼슬을 주고 전답을 하사해 후손들이 대대로 가문의 영광으로 누리도록 했다.

이들 개국공신들의 기세는 태조와 정종 시대를 그대로 관통하여 1401년에 왕위에 오른 조선 3대 임금인 태종 때까지 살아있는 권력으로 이어져 그 누구도 감히 건드리지 못했다.

그러나 권력 집착이 누구보다 강하고 영특했던 태종은 이들의 권세가 크면 클수록 역성혁명을 일으키거나 왕권 강화에 막대한 걸림돌이 될 것이라는 것을 온 몸으로 깨닫고 있었다. 그래서 태종은 권좌에 오르자마자 120명이 넘는 공신들을 모두 제거한다.

특히 태종이 왕위를 찬탈하기 위해 왕자의 난을 일으킬 때, 죽음을 무릅쓰고 군사를 일으켜 자신의 등극을 도왔던 친 처남인 민무구 민무질 형제를 제주도로 유배 보냈다가 끝내 사약을 내려 처형하고, 자신이 가장 존경한다는 스승이자 장인인 민제를 죽게 만듬으로써 외척 세력을 완전히 뿌리 뽑았다.

뿐만 아니라 아들 세종이 장가를 들자 개국공신이며 세종의 장인인 영의정부사 심온에게 사약을 내려 처형하고 사돈네 가문을 박살내 버렸다.

태종은 아들 세종이 훌륭한 정치를 할 수 있도록 모든 악역을 자임하면서 평탄한 대로를 닦아 놓았다. 그러면서 이러한 명언을 남긴다.

“이 애비가 모든 악업을 지고 갈 테니 주상은 성군이 되어 주시오. 세상의 비난과 괴로움은 내가 감당하고 주상에게는 편한 것만 내려 주겠소”

태종은 세종이 훌륭한 사람을 만나는 것에 대해서도 길을 터 주었다.

“세자에게 깊이 인심을 얻게 할 것이다. 전규에 얽매여 사람 출입을 금지하지 마라. 세자를 만나보고 싶어하는 인재가 있다면 초야의 미천한 신분이라도 만날 수 있게 하라”

이런 배려와 함께 태종이 세종에게 넘겨준 인재들은 황희를 비롯, 장영실, 박자청, 김인, 윤득홍, 하영 등 각 분야에 무수한 인재들이 있었는데 대부분이 서자 출신들이거나 노비들이었다.

세종대왕이라는 위대한 성군이 탄생하기까지 수 십년에 걸쳐, 뼈를 깎는 각오와 손에 피바람을 묻힌 선왕의 역할이 있었음을 알려준다.

1개월 전, 전국동시지방선거에서 김한종 군수가 당선됐다. 군민의 마음을 얻어 당선된 김한종 군수에게 진심어린 축하의 박수를 보낸다. ‘화합과 변화, 군민이 행복한 장성’이란 슬로건도 희망과 기대감을 준다.

그런데 장성에 권력의 주인이 바뀌면서 많은 개군공신(開郡功臣)들이 자칭, 타칭으로 등장하고 있다.

선거란 수천, 수만의 대중을 상대로 하는 것이기에 혼자 치를 수 없다. 지혜와 경험, 전략과 전술, 비전 제시, 인맥 관리 등 수많은 요인들이 작용하고 그러한 역할에 맞는 인재가 필요할 수 밖에 없다. 그래서 어떤 선거든 수 많은 조력자들이 있기 마련이다.

문제는 당선 뒤에 이러한 조력자들의 역할이나 위세가 어디까지 이어질 것인가가 과제다.

그런데 벌써부터 이상한 소문들이 나돌고 있다. 정신 못 차린 일부 개군공신들의 행태다.

군수를 운운하며 가장 약자일 수밖에 없는 군청 공무원들에게 개군공신들이 갑질을 하고 있다는 소문이다.

시도 때도 없이 공무원을 불러내 “어디로 나와보라, 근무지를 어디로 보내줄까, 승진시켜 줄까” 등등 감히 임명권자나 할 수 있는 행동을 하고 다닌다는 소문이다. 말 그대로라면 장성군수 개군공신이라는 점을 앞세운 권력을 빙자한 횡포다.

‘그럴 리가 있겠는가’라는 기우로 끝나길 바란다. 설령 있더라도 단지 한두 사람의 순간적, 철없는 행동이기를 바랄 뿐이다.

태종 이방원의 교훈을 잊지 말기를 당부한다. 개국공신이라는 훈장을 참칭하며 그 위세를 부리다가 가문의 멸족을 면치 못했지 않는가.

내가 일조한 선거에서 새 군수를 당선시켰다는 기쁜 마음과 자부심이면 충분하다고 생각한다. 그 대가로 달콤한 떡과 고물을 생각한다면, 그리고 저잣거리에서 개군공신의 위세를 부린다면 모두에게 불행한 결과를 가져올 것이 명약관화하다.

무엇이 장성 미래를 위한 길이며, 어떤 자세가 김한종 군수의 원활한 군정 수행을 위한 길인가를 생각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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