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국 칼럼] 천하흥망 필부유책(天下興亡 匹夫有責)
[편집국 칼럼] 천하흥망 필부유책(天下興亡 匹夫有責)
  • 백형모 기자
  • 승인 2022.08.16 11:38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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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하가 이렇게 된 데는 내 책임도...

한 선비가 세상을 굽어보며 통탄한다.

“'망국(亡國)'과 '망천하(亡天下)는 어떻게 다른가?

임금의 성(姓)이 바뀌고 나라 이름이 바뀌는 것을 '망국'이라 한다. 인륜과 양심이 사라지고 사회질서가 무너져 세상의 근간마저 흔들리는 상황을 '망천하'라 한다.”

선비는 통탄을 멈추지 않는다.

“그러므로 천하를 보전할 줄 알아야 나라를 보전하게 된다. 나라를 보전하는 일은 왕후장상들이 생각할 일이지만 천하를 보전하는 일은 미천한 필부에게도 책임이 있다.(保國者, 其君其臣肉食者謀之. 保天下者, 匹夫之賤與有責焉耳矣.)”

‘세상의 일어남과 무너짐은 필부 한 사람으로부터 시작된다’는 명언을 남긴 이 선비의 이름은 중국 명말청초(明末淸初) 3대유(三大儒)의 한 사람으로 불리는 고염무(1613~1682)다.

고염무는 명나라가 망하고 청나라가 중원을 지배하던 혼동의 시기에 활동하던 실사구시의 사상가였다.

당시 명나라는 사회 곳곳이 방탕과 부패로 곪아 터졌고 마지막 황제 숭정은 대외적 감각도, 백성을 통치할 정치력도 없는 무지몽매한 인물이었다. 재위 당시 농민 반란인 ‘자성의 난’이 일어나 북경을 점령당하자 목을 매어 자결함으로써 명을 자멸시킨 주인공이다.

명이 망하고 만주족의 청나라가 지배하자 귀족과 사대부들 사이에서 잠시 반청운동이 일어난다. 그러나 명나라 부흥 운동은 망명정권 안에서도 감투싸움과 파벌싸움이 그칠 줄 모를 정도로 한심했다.

고염무도 의군(義軍)에 참여하여 부흥운동을 일으켰으나 대패하고 그의 생모는 사지가 잘리는 죽음을 당했다. 고향에서 고염무를 길렀던 양 어머니는 “나라의 은혜를 저버리지 말고 절대로 청나라를 섬기지 말라”는 유언을 남기고 단식 자살한다. 그 때의 유명한 사자성어가 바로 견지모훈(堅持母訓:어머니의 말씀을 굳게 지키다)이다. 중국에서는 이 사자성어를 넣은 그림우표로 만들어 판매했을 정도다.

강력한 군사력을 바탕으로 명나라를 무너뜨리고 나라의 안정책을 찾던 청나라는 명망 있는 한족 학자들을 관직으로 불러 백성의 신임을 받고자 했다. 고염무에게도 여러 차례 부름이 왔지만 양모의 유언을 따르며 관직에 나가지 않았다.

세상이 뜻대로 따라주지 않자 45세에 유랑길에 나서는데 허베이, 산시, 산둥 등지를 찾아 지인들과 학문을 논하고 풍속과 역사, 경제, 병농 등에 독서와 연구로 많은 저서를 남긴다. 고염무는 매일 읽어야 할 목표를 정하고 다 읽은 후에는 읽은 책을 다시 베껴 쓰도록 했으며 스스로 이같은 원칙을 철저히 지키도록 했다. 평생 동안 수많은 책을 읽어 ‘동서고금 제일의 독서가’라는 별명을 얻었다. 한권 읽을 때마다 독서일기를 썼는데 무려 30년 동안 이어졌다. 훗날 이를 정리하여 8권으로 된 일지록(日知錄:날마다 깨닫는 지식의 기록)을 완성한다. 수필 형식의 일지록은 정치, 경제, 문학, 철학, 천문, 법률 등 모든 영역을 총망라하고 있는데 중국 역사에서 가장 훌륭한 저술로 손꼽힌다.

중국에서는 지금도 ‘고염무처럼 독서하여 훌륭한 학자가 되기를 소망한다’는 뜻으로 고염무가 남긴 ‘독서만권 행만리로(讀書萬卷 行萬里路:만권의 책을 읽고 만리 길을 다녀라)’라는 문장을 자주 사용한다.

고염무는 고통받는 민중의 삶을 직접 목격하며 그들에게 도움을 줄 수 있는 실사구시(實事求是:사실에 토대를 두어 진리를 탐구하는 일) 학문을 주창하게 된다.

당시 관리와 귀족들은 청나라의 점령과 악행에 초점을 맞추고 분기탱천하는데 몰두했지만 일부 식자층 사이에서는 명나라의 멸망에 대해 보다 본질적 문제점을 찾기 위해 인문학적 성찰을 하기 시작했다.

그 화두의 대표적인 8글자가 바로 고염무의 ‘천하흥망 필부유책(天下興亡 匹夫有責)’이었다. ‘천하가 망하고 흥하는데 미천한 필부에게도 책임이 있다’는 뜻이다. 중국 사회 자각운동의 시작이었다.

윤석열 대통령이 취임 4개월 만에 20%대의 지지율로 추락하고 있다. 10명 중 8명의 국민이 외면하고 있다.

천하가 이렇게 된 데는 대통령이나 장관들의 탓이 아니다. 본질적 책임은 한 표를 행사한 필부의 책임이다. ‘내 탓이요’를 되뇔 수밖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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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골프 2022-11-12 23:39:02
'천하흥망 필부유책' 기사 올려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