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국 칼럼] 광복절에 만난 대통령의 두 얼굴, 문재인과 윤석열
[편집국 칼럼] 광복절에 만난 대통령의 두 얼굴, 문재인과 윤석열
  • 백형모 기자
  • 승인 2022.08.22 11:1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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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염과 장마의 연속인 8월이다.

그러나 8월의 한 가운데는 우리 역사의 운명을 가르는 8.15광복절이 있어 한번쯤 정신을 곧추서게 만든다.

일제강점기 36년 동안 그 악랄한 수탈과 민족문화 말살의 역사를 딛고 일어선 통한의 변곡점, 바로 민족해방의 그 날. 1년에 단 한번이라도 정신을 가다듬고 우리 역사와 지금의 현 위치를 숙고해 봐야 할 시간이 있다는 말이다.

광복절에는 해마다 대통령이 경축사를 하고 국민에 대한 메시지를 남긴다. 그 가운데는 우리 나라 통수권자의 일본에 대한 역사의식이 반드시 담겨있다. 꼼꼼히 들여다 볼 부분이 바로 이점이다.

이제 출범 한 지 100일 갓 넘긴 윤석열 대통령의 역사의식은 과연 있을까?

대통령이 밝힌 이번 광복절 경축사를 보면 어딘지 모르게 ‘남의 나라 이야기 같은 공허함’이 가득하다. 한마디로 치열한 역사의식은 찾아볼 수 없고 그저 형식적인 축사로만 가득한 ‘말 장난’이란 생각을 지울 수 없다. 마음에서 우러난 통치자의 애민사상이나 역사적 사명감은 찾기 어렵고, 뜬 구름만 가득하다. 도대체 ‘그렇습니까, 알겠습니니다’라고 수긍할 만한 대목이 보이지 않는다.

대표적으로 수 차례 언급한 자유에 대한 관념이다.

우리 선조의 독립운동이 자유를 찾기 위한 독립이라고 수차례 강조하고 앞으로도 자유를 지키고 확대하고, 세계와 연대하여 자유를 위협하는 세력과 싸워나가자고 역설한다. 학창시절에 귀 아프도록 들었던 그 단어, ‘자유’를 수없이 반복한다.

듣고 있자니 대통령이 말하는 자유는 무엇일까? 하는 궁금증만 더해간다.

그렇게 우리 선조들이 추구해 온 것이 ‘그런 단순한 자유였던가’하는 의구심이 가득하다. 억압이 짓누르는 모종의 속박으로부터의 자유, 하고 싶은 일을 못하게 하는 부자유의 반대말 자유, 그것이었을까?

게다가 대통령의 자유에 대한 강조 어감을 보면, 지금 어떤 세력이 자유를 방해하고 있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대통령은 말한다.

“일제 강점기 독립운동은 국민이 주인인 민주공화국, 자유와 인권, 법치가 존중되는 나라를 세우기 위한 것이었습니다. 자유와 인권이 무시되는 전체주의 국가를 세우기 위한 독립운동은 결코 아니었습니다.”

참 대단한 광복절 경축사의 결정타라고 할 수 있는 부분이다. 지금 누가 자유와 인권이 무시되는 전체주의 국가를 향해 가고 있다는 말인가?

사전적 의미로 본다면 전체주의(全體主義)란 개인의 모든 활동은 오로지 전체, 즉 민족이나 국가의 존립과 발전을 위하여 존재한다는 이념 아래 개인의 자유를 억압하는 사상 및 체제를 말한다. 2차 세계대전 당시 독일의 나치주의를 연상하면 될 일이다. 그런데 해방 77주년을 맞은 2022년도 광복절에 아무도 상상 하지 않는 전체주의를 느닷없이 등장시키고 있다.

어이없어도 한참 어이없는 공상언어의 연속이다.

게다가 우리 역사에서 우리를 자존, 자립의 국가로 보지 않고 침략과 침탈의 대상으로만 여겨온 일본을 바라보는 시각은 한스럽기까지 하다. 아마도 우리 독립운동 선열들이 대통령의 대일 의식을 보고 통탄을 금치 못할 것이란 생각이 든다.

“과거 우리의 자유를 되찾고 지키기 위해 정치적 지배로부터 벗어나야 하는 대상이었던 일본은 이제, 세계시민의 자유를 위협하는 도전에 맞서 함께 힘을 합쳐 나아가야 하는 이웃입니다. 한일관계가 보편적 가치를 기반으로 양국의 미래와 시대적 사명을 향해 나아갈 때 과거사 문제도 제대로 해결될 수 있습니다.”

대통령이 미래지향적 관점으로 바라보고 있다는 것은 좋은 일이다. 그러나 과거를 거울삼지 않고 어떻게 미래를 논할 수 이단 말인가. 참으로 가벼운 시각이다.

‘우리가 왜 정치적 지배를 당했으며 왜 그들은 정치적 지배 야욕을 펼쳐왔는가’에 대해 한일 양쪽이 똑바로 역사위에 진실을 드러내 놓고 반성과 각성 없이 어떤 미래 지향적인 것이 나올 수 있단 말인가?

광복절을 전후해 문재인 전 대통령이 김훈 선생의 장편 역사소설 <하얼빈>을 읽는 모습이 공개됐다. 이순신의 소설 <칼의 노래>로 심금을 울렸던 김훈이 인간 안중근의 사상과 인간성을 그린 작품이다.

차가운 뤼순 감옥에서 한 치의 굽힘도 없이, 대한의 독립을 외치며 형장의 이슬로 사라져간 안중근의 영상이 크로즈업 된다.

아무 느낌이 없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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