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행인 편지] 조 고 각 하(照顧脚下)
[발행인 편지] 조 고 각 하(照顧脚下)
  • 장성투데이
  • 승인 2022.09.05 1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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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흔히 놓치기 쉬운 사소한 것들의 중요성과 자신의 성공과 이익만을 위해 가까이 있는 소중한 관계를 소홀히 하는 사람들에게 일침을 가하는 말이 있다.

조고각하(照顧脚下), 한자를 그대로 풀어보면 “자기 발아래를 잘 살피라”는 뜻이다.

특별한 의미를 부여하지 않아도 문자 그대로 해석 되는 글이다.

깨달음은 멀리 있는 것이 아니라 늘 항상 가까이 있다는 암시다. 제 아무리 지위가 높아도 자신의 신발을 신고 벗으려면 고개를 숙이지 않을 수 없듯이 자신의 발아래를 살피려면 고개를 숙여야 한다. 지위고하를 떠나 겸손과 겸허를 잊어서는 안 된다는 뜻이다.

우리는 자기 자신의 눈높이에서 남을 바라보는 습성이 있다.

내 위치가 높아진 것이 마치 자기 노력의 소산인 줄로만 알지만 실제로는 다른 많은 사람들의 헌신과 사랑으로 이뤄진 언덕인 줄 모르고 산다.

그런 사람들이 “내 덕으로, 나나 되니까 지금 위치가 이루어 진 것인데...”라고 착각하고 유아독존 행세를 한다면 할 말이 없다.

졸부들의 경우 그런 사고로 인한 폐단은 다시 부를 잃는 것으로 끝날 수 있다.

하지만 높은 지위와 권력을 가진 사람들의 경우엔 위험한 일이 아닐 수 없다. 권력의 칼날은 휘두르기가 쉬울뿐더러 한번 찔리면 너무 고통이 크기 때문이다. 게다가 국가나 지역을 책임져야 하는 권력의 정점에 계신 분들의 경우 그 악영향이 수십 년에 걸쳐 수 백리를 간다고 볼 수 있다.

중국 송나라 오조 법연선사의 일화에서 나오는 얘기다.

하루는 법연선사가 세 명의 제자와 밤길을 가다 등불이 꺼지자 스승인 법연선사가 제자들에게

‘캄캄한데 이제 어떻게 해야 하나’라고 묻자 오원 스님이란 제자가 ‘조고각하’라고 답했다. ‘그저 발아래나 찬찬히 살필 뿐, 무슨 방법이 있겠습니까’라는 뜻이었다.

앞을 분간할 수 없는 칠흑 같은 어둠에 놓였을 때는 그 누구도 멀리 볼 수 없다.

먼 곳에 가느다란 불빛이 보인다고 해도 자칫 발을 헛디뎌 넘어지거나 벼랑으로 떨어진다면

끔찍한 일이 벌어질 수 있다. 간담을 서늘케 하는 산짐승 소리가 가까이 들려오고, 먼 곳의 불빛이 아무리 유혹한다 하더라도 당장 눈앞의 어둠에서 한발짝도 나아갈 수 없다.

그 어둠 속에서 앞으로 나아가기 위해 해야 할 것은 오로지 자신의 발밑 한걸음 한걸음 살피는 것뿐이다.

우리는 남을 바라보고 평판하는 데는 익숙하지만, 진정 자신을 바라보고 살피는 데는 무지하다. 자신이라는 옥쇄에 갇혀 자신을 바라보지 못하고 늘 남을 바라보며 시기하고 질투하는 게 보통이다.

나를 먼저 돌아볼 줄 모르고 남의 위치와 성공을 헐뜯는 사람의 경우 결코 행복할 수가 없다.

천릿길도 한걸음부터 시작된다.

마음에 큰 뜻을 품은 사람일수록 작고 사소한 일에 흐트러짐이 없어야 한다. 작은 일을 이룰 수 있는 사람이 큰일을 해낼 수 있다.

내 안의 구름 한 점도 다스리지 못하는 존재가 어찌 하늘의 이치를 논하고 평천하(平天下)를 할 수 있을 것인가!/장성투데이 발행인 박경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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