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국 칼럼] 게으른 자의 변명 “운동할 시간이 없어서...”
[편집국 칼럼] 게으른 자의 변명 “운동할 시간이 없어서...”
  • 백형모 기자
  • 승인 2022.09.19 10:5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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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령화 세대를 구분 짓는 유머가 요즘 SNS를 달구고 있다. 특히 남성들에게 강렬한 메시지를 던진다.

“60대는 배운 놈이나 못 배운 놈이나 똑같고, 70대는 마누라 있는 놈이나 없는 놈이나 똑같다.

80대는 돈 있는 놈이나 없는 놈이나 똑같고, 90대는 공동묘지에 있는 놈이나 집에 있는 놈이나 똑같다.”

그런데 건강수명의 지존이라 할 수 있는 100세를 지칭하는 말은 더욱 가관이다.

“100세는 집에 있는 놈보다 공동묘지에 있는 놈이 훨씬 낫다”라고 했다. 비극적 압권이다.

고령화 시대가 분명한 지금, 그냥 흘려듣기엔 너무 섬뜩하다.

마누라와 행복을 누리지도 못하면서 70대를 살아간들 무슨 의미가 있을 것이며, 건강을 잃고 병상에서 80대를 보낸들 돈이 무슨 소용일 것인가. 또 자신의 몸 하나 가누지 못한 채 90대를 산들 죽음 목숨이나 마찬가지인데 집이나 공동묘지나 뭐가 다를 것인가.

그러니 산송장처럼 100세를 살려거든 차라리 일찍 죽는 게 낫다고 충고하고 있다. 핵심은 하나같이 건강이다.

건강하지 못하면 돈도, 친구도, 마누라도, 내가 살던 집도, 내 것이 아니다.

건강하지 못하다는 것은 그것으로부터 점점 멀어지고 있고, 반대로 공동묘지가 점점 가까워지고 있다는 뜻이다.

통계청에 최근 밝힌 한국인의 평균 기대수명은 83.5세다. 남자는 80.5년, 여자는 86.5세다. OECD국가 중 84.7세를 기록한 일본에 이어 2위라는 대단한 성적표다. OECD 38개국 평균에 비교하더라도 3살이나 많은 수치다. 그 기준점인 2010년에 한국인 기대수명이 80.2세였는데 약 10년 만에 3.3세가 늘어났다. 기대수명이란 지금 태어난 0세 아이가 앞으로 평균 몇 년 살 것인가를 나타낸 수치다.

한국인의 기대수명이 이렇게 늘어난 이유를 의료보험체계의 발달과 세계 최고 수준의 의료 접근성 때문으로 풀이되고 있다. 한국인들이 의사들에게 진료 받은 횟수를 보면 OECD 국가 평균이 6회인데 한국인은 두 배를 훨씬 넘는 15회다.

그런데 한국인이 몸이 아파서 골골하는 유병기간은 남자가 평균 15년, 여자가 평균 19년으로 나타났다. 계산상 여성이 6년가량 더 살고 있지만 유병기간을 제외하는 기대수명, 즉 건강수명은 남자는 65.6년, 여자는 67.2년으로 거의 차이가 없다.

남자들은 음주나 스트레스 등으로 질병을 유발하지만 의사들은 여성의 유병기간이 긴 이유를 과식습관이나 운동부족 등으로 비만, 고혈압, 당뇨, 골다공증, 고지혈 같은 만성질환들이 증가하면서 상대적으로 기대수명이 긴 여자가 병치레를 더 한다고 분석하고 있다.

모든 병의 주범은 운동 부족이란 얘기다. 특히 요즈음 맛있는 것 먹는 즐거움을 빼놓을 수 없는데 이런 즐거움을 맛보면서 건강을 유지하는 방법은 운동 밖에 없다.

그런데 꼭 기억해야 할 것이 있다. 운동은 거짓말을 못한다는 사실이다.

게으른 사람이 건강한 것을 본 적이 없다. 잘 먹고 밤낮으로 푹신한 소파에 뒹굴면서 건강하기를 바란다는 것은 있을 수 없다.

최고급 우유를 배달시켜 먹는 부자와 새벽마다 최고급 우유를 배달하는 가난한 사람을 봤더니 우유 먹는 부자가 훨씬 빨리 죽더라는 이야기는 정곡을 찌른다.

우리 몸은 움직이지 않으면 퇴화하거나 나약해진다. 특히 중년 이후에는 움직이지 않는 것 자체가 노화를 가속화 시키는 지름길이다. 그러면서 동시에 질병을 줄줄이 달고 온다.

무엇을 택할 것인가는 알아서 할 일이다.

건강은 가장 가까운 곳에 있다. 대부분 아파트가 생활화된 환경에서 계단 오르기는 최고의 건강 보완제다. 종아리 근육 단련은 몸 전체를 지탱하고 폐활량을 늘려주는 최고의 운동이다. 아파트 놀이터 운동기구를 활용하는 것도 한 방법이다. 그것이 없다면 정원수나 정자의 기둥, 그것도 없다면 방바닥에서 푸시업으로 일단 운동을 시작하는 것이 현명하다.

움직이는 일이 죽음과 공동묘지로부터 멀어지는 길임을 명심하자. 운동은 거짓말을 안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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