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국 칼럼] 장성에 직접민주주의를 허하라!
[편집국 칼럼] 장성에 직접민주주의를 허하라!
  • 백형모 기자
  • 승인 2022.10.04 14:12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우리는 선거라는 사회적 공기를 마시며 산다.

지자체장·지방의원 선거, 국회의원 선거, 대통령 선거 등 나라를 떠들썩하게 만드는 선거가 주기적으로 치러진다.

하지만 우리는 왜 선거가 끝나면 항상 후회하게 되는가?

‘주민을 대신해 낮은 자세로 일하겠다’고 나선 사람들을 여러 측면에서 재단해 최상책 또는 차선책에 투표를 해도 정치판은 언제나 ‘그들만의 리그’로 실망 주기 일쑤다. 당선이라는 배지를 달고 국민 1%의 선택된 권력층으로 들어가는 순간 귀족으로 변해버린 것이다.

군중과 권력이라는 생리적, 사회적 환경 탓일까?

아니면 우리가 모르는 민주주의 제도에 문제가 있는 것일까?

그렇다면 대안은 없을까?

기왕 이럴 바엔 우리가 어쩔 수 없이 선택한 사람들에게 권력을 맡기기보다 우리가 권한을 가지고 직접 무슨 일을 하는 것이 어떻겠는가. 거창한 나랏일은 그만두고, 비록 마을 회관에서, 골목길 현안을 논의하더라도 우리가 실행의 주체가 되는 것은 어쩌겠는가? 이런 참여적 발상이 직접민주주의를 꿈틀거리게 만든다.

직접민주주의의 시초는 기원 전 5세기 고대 그리스 아테네라는 폴리스(도시국가)였다.

소크라테스 같은 훌륭한 선각자들이 많아 시민의식이 성장한 고대 그리스는 어느 폴리스보다 훌륭한 민주정치제도를 택했다. 도시국가 안에 사는 사람들은 누구나 정치에 참여할 수 있는 직접민주주의를 시행한 것이다. 비록 여성과 노예들이 제외되기는 했지만.

그 시기 아테네 통치자 가운데 가장 훌륭한 정치 지도자는 페리클레스였다. 그는 페르시아와 전쟁에서 승리한 뒤 다른 도시국가들과 동맹을 맺으면서 ‘우리는 넓은 영토를 정복해 거대한 나라가 되길 바라지 않는다’고 평화를 선언했다. 다른 나라에게 민주정을 촉구하기도 했다. 백성들은 행복하고 주변국들도 특별히 경계를 하지 않은 듯 했다.

그러나 실상은 달랐다. 오히려 주변국들은 아테네를 경계했다. 부유한 아테네를 부러워하면서도 점점 강해지는 아테네를 좋아하지는 않았다.

결국 페리클레스의 의도와는 달리 주변국들과 다툼이 잦아졌고 국내에서도 비판자들로부터 압박을 받게 됐다. 가난한 시민들을 도와주자는 정책이 결과적으로 부자들의 부담이 됐고 이들의 반발을 불러일으킨 것이다.

페리클레스가 사망하자 상황이 급변했다. 다수결의 원리를 도입한 민주주의 제도는 그대로였으나 몇몇 선동가와 군중심리에 의해 충동적으로 판단하는 중우정치(衆愚政治)가 나타났다. 중우정치는 다수의 어리석은 민중에 의한 정치다. 다수의 지지만 얻으면 되는 민주주의의 대표적인 단점을 보여준다. 포퓨리즘이었다. 이 때 귀족들의 질투를 받은 소크라테스가 아테네 청년들을 선동했다는 죄목으로 사형 선고를 받는다. 그 뒤부터는 소수가 지배하는 과두정치가 나타나 귀족들의 타락한 정치체계가 시작된다.

순환하는 민주주의의 변천사를 보면 제도는 이처럼 시대상황에 따라 사라졌다가 부활하거나 보완을 요구한다.

한국은 어떠한가? 대한민국 헌법 제2조를 살펴보자.

[대한민국의 주권은 국민에게 있고,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

지고 지엄한 선언이다. 하지만 국민으로부터 나온 이 권력이 국민에게 쓰일 때는 '영 아니올시다'가 된다. 날마다 뉴스에 오르내리는 정치권은 집단 싸움판을 방불케한다.

이런 성숙하지 못한 엉터리 정치판 때문에 우리나라 정치제도의 핵심인 대의제 민주제가 태생적 한계를 드러내고 있다. 뭔가 새로운 대안이 요구되는 이유다. 이같은  대의제 민주주의의 단점을 보완하기 위해 직접민주주의를 부분적으로 도입해 보자는 것이 주민자치회를 통한 주민총회다.

주민총회는 지방자치단체가 미처 신경 쓰지 못한 우리 마을 문제에, 주민이 참여하여, 개선해 나가자는 풀뿌리 민주주의 운동이다. 지난해 지방자치법 개정으로 더욱 탄력을 받고 있다. 법적으로 읍면 주민의 1% 이상이 참여하면 성원된다.

26일 성황리에 개최된 장성읍주민총회는 주민 3.1%가 참여한 흥행으로, 직접민주주의의 창을 열었다는 점에서 장성 정치사에 커다란 발자취를 남겼다. 이제부터는 장성군이 관심을 갖고 재정지원과 자립역량에 힘을 보태야 한다.

처음 시작한 주민총회가 해를 거듭하면서 성장할 것으로 확신한다. 장성군 10개 면 단위에 주민자치센터로 확산되길 기원한다.

성경에도 말했다. ‘그 시작은 미약했으나 끝은 창대하리라’.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