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행인 편지] 성산 은행나무, 좋은 보금자리로 이사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발행인 편지] 성산 은행나무, 좋은 보금자리로 이사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 장성투데이
  • 승인 2022.10.17 11:3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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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엽은 가을의 상징이다. 그 가운데서도 샛노란 은행잎은 국가대표급 아름다움을 자랑한다. 수북이 쌓이는 은행잎에서는 누구나 시인이 되고 낭만파가 된다.

하지만 은행나무는 그 위치에 따라 가치와 상품성이 완전히 상반된다.

한적한 돌 담벼락이나 산언덕 아래 위치한 은행나무는 여린 봄 새싹이나 여름의 푸름, 가을철의 노란 옷 등 그야말로 계절 따라 바뀌는 한 폭의 수채화를 연상케 한다.

그러나 도심 가로수로 자리 잡은 은행나무는 애가심인 경우가 많다. 낭만을 떠나 생활에 엄청난 걸림돌이 된다.

여름철 은행잎은 시원한 그늘과 쉼터를 제공하는 구실도 하지만 늦가을에 접어들면 날마다 수북이 쌓이는 은행잎은 쓸어도 쓸어도 줄지 않을 만큼 양이 많다. 도로변은 물론이고 건물 지붕, 심지어 창문 틈 사이까지 시도 때도 없이 날아든다.

게다가 땅에 떨어진 은행 열매는 혐오스런 냄새로 온 고을을 진동케 한다. 자칫 사람이 밟거나

자동차 바퀴에 깔린 경우엔 대책이 없을 정도다. 어떤 사람들은 피부에 접촉돼 은행나무 알레르기로 약국이나 병원 신세를 지는 경우도 있다.

장성읍 성산에는 130여 그루의 은행나무가 약 45년의 동네 역사를 말해주고 있다. 어떤 사람들에게는 70년대 부지런한 새마을운동의 상징이며, 어떤 사람들에게는 성산국민학교를 다니던 정든 가로수 길이기도 하리라.

하지만 도로변에 주택이나 상가를 짓고 살아가는 분들은 은행나무 때문에 얼마나 불편한지 상상을 초월한다. 인도 도로변이 울퉁불퉁한 것은 기본이다. 보행기나 휠체어를 제대로 작동할 수도 없다. 보통 몸집의 사람들도 아름드리 은행나무 사이로 통행하기엔 불편하기 짝이 없다.

주택가 안쪽의 피해도 만만치 않다. 은행나무가 성장하면서 뿌리도 멀리 뻗고 뒤엉켜 집 마당에 솟아나고 건물 담벽에 금이 가는 경우도 있다.

은행나무 존치를 주장하는 대책위에서 땅을 파서 실제로 뿌리가 얼마나 뻗었나를 조사해보자고 주장한다. 하지만 실태는 이미 증명된 바 있다.

실제로 2년 전 가스 인입 공사로 인하여 이곳 은행나무 가로수 주변 땅을 파헤치는 일이 있었다. 뿌리가 사방으로 족히 3~4m는 될 정도로 도로변 및 집안까지 뻗어 있었다.

성산 은행나무를 없애자는 얘기가 아니다. 나무도 생명체다. 베어내서도 안된다. 이렇게 키우려면 반세기를 함께해야 한다. 이런 소중한 나무는 별도의 공간으로 이식해서 또다른 볼거리를 만드는 것도 대안이다.

그러면서 인간이 행복할 권리를 찾아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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