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특집/첨단농업의 현장 ['초록향기' 구서종 대표]
기획특집/첨단농업의 현장 ['초록향기' 구서종 대표]
  • 백형모 기자
  • 승인 2022.10.24 11:05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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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하지 않고 첨단농업으로 변화하지 않으면 농업 미래가 없죠”

정보통신기술(ICT) 농업의 산 교육장... 6천평 유리온실을 전자동화

지하 250m 지열에너지 이용, 냉난방시설, 재생 영양분 공급시스템 등 도입
모든 것이 전자동화로 컨트롤 되고 있는 유리온실에서 농업의 미래를 설명하는 구서종 대표.  농업도 4차산업혁명으로 변화가 필연이라고 강조한다.
모든 것이 전자동화로 컨트롤 되고 있는 유리온실에서 농업의 미래를 설명하는 구서종 대표. 농업도 4차산업혁명으로 변화가 필연이라고 강조한다.

6천 평의 광활한 유리 농원에 싱그러운 토마토가 주렁주렁하다. 노란 꽃을 머금고 있는 꽃봉오리부터 곧 식탁에 오를 샛붉은 토마토가 계절 감각을 잊게 만든다. 옆으로 누워 휘감고 올라가는 토마토 나무의 키는 5~6m는 됨직하다.

질서정연하게 같은 키 높이로 자라는 토마토 줄기와 뻗어 나온 녹색 가지는 열병식에 도열한 군인을 연상케한다.

이 농원의 모든 시설과 움직임은 오늘날 첨단농업의 현주소를 말해주는 스마트팜 실상이다.

늦가을 다른 작물들이 겨울을 준비하는 시기에 이렇게 제 열매를 뽐내는 현대 농업의 변화는 이제부터 농업이 계절이나 기후의 제약으로부터 자유로워지고 있다는 증거다.

장성 농업의 현주소는 어디인가, 장성 농업은 미래를 어떻게 준비해야 하는가를 현장답사를 통해 예감해 본다./편집자 주

장성군 황룡면 옥정리에 주소를 둔 농업회사법인 (주)초록향기(대표 구서종. 62)의 토마토 재배 현장은 요즘 첨단농업의 흐름을 그대로 읽을 수 있는 산 교육장이다.

전체가 유리온실로 덮여있는 ‘초록향기’ 규모는 6천 평, 직사각형 형태로 한 쪽 길이는 200m에 달한다. 좌우 측 날개 쪽의 길이만도 100m에 이른다. 규모도 규모지만 모든 시스템이 전산 프로그램화 되어 있어 정확한 계산 아래 움직인다.

자동화프로그램을 통해 모니터로 확인할 수 있다.
자동화프로그램을 통해 모니터로 확인할 수 있다.

외부인이 농원 유리온실에 입장하려면 먼저 살균 소독실을 통과해야 한다. 작물에 병원균의 유입을 하나라도 예방하기 위함이다.

나머지 과정은 컴퓨터에 세팅된 작업과정에 따라 한 치의 오차 없이 진행된다.

지붕 위의 온실 유리막은 태양의 광각과 광도에 따라 최적의 광합성 작용을 위해 차광막 열고 닫기를 스스로 조절한다. 바람의 방향을 풍향기가 감지해 적당량을 흡입할 수 있도록 방향을 틀어주며 흡입구를 조절한다. 내부와 외부 온. 습도를 감지해 24시간 필요한 온도를 맞추고 시간별로 자율 조절한다. 영양분과 물의 공급은 작물의 생육 주기를 따라 과학적으로 공급되는데, 버려지는 영양분을 다시 모아 고주파 UV 살균기 소독 후 재생하도록 설계돼있다.

한마디로 온실은 생육 에너지와 열의 조절, 태양광의 분배 등을 완벽하게 조율하고 절약하여 최고 품질의 토마토를 생산해 내는 과학 상자다. 이 모든 과정들은 컴퓨터로 한 자리에서 관리되고 스마트폰으로 언제든지 작동된다.

초록향기 기계실 내부
초록향기 기계실 내부

이렇게 생산된 토마토는 중량, 색깔 등 선별을 거쳐 포장되어 서울과 경기도의 이마트와 롯데마트 물류센터로 공급된다.

구서종 대표가 이렇게 정보통신기술(ICT)을 유리온실농원에 접목해 토마토 재배를 시작한 것은 5년 전이다.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맞아 스마트팜으로의 혁신만이 미래 경쟁력에 맞설 수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당시 만해도 선진 사례가 없었다.

구 대표는 모든 지식과 정보를 다 동원해 ICT농법의 최선진국인 네덜란드 프리바 시스템을 지목하고 네덜란드를 직접 방문했다. 모든 자료를 입수하고 사진을 찍어 귀국, 도입키로 결정했다.

프리바 시스템 프로그램 제작에만 2억 원이 소요됐다. 기술료와 설비비 등은 별도였다. 실내 건축물 자재 선정에도 녹이 슬지 않고 온도에 변화를 주지 않는 특수 자재를 사용했다. 기둥의 재질에 따라 열을 흡수하거나 내뿜을 수도 있으며, 빛을 반사하여 작물에 영향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프리바시스템 방식의 첨단온실 구축에 약 45억 원이 소요됐다. 부지 마련 비용까지 합하면 모두 100억 원 정도 소요됐다.

구 대표는 이들 시설물이 기본적으로 50년은 짱짱하게 버틸 수 있도록 설계했다. 매사를 완벽하게 튼튼히 추진하는 그 성격을 말해준다.

이 시설 가운데 특수한 장치는 지열에너지 활용 장치다.

이 온실의 땅바닥은 돈이 묻혀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온실에는 지하 250m 깊이에 이르는 직경 200mm 규모의 원통형 U자형 유수관 166공이 설치돼 있다. 이 유수관은 여름에는 지상부의 더운물을 지하로 통과시키면서 18도 내외의 시원한 물로 바꿔주고, 겨울에는 영하 또는 10도 이하의 차가운 물을 통과시키면서 15도~17도의 상온으로 바꿔줌으로써 연중 연료비를 최고도로 절약시켜준다. 말 그대로 돈 안 들이고 온도를 유지해 주는 백년손님이다.

상품 선별과정
상품 선별과정

“초기 시설비가 너무 많이 들어간다는 게 문제입니다. 다행히 은행과 정부로부터 첨단농법 융자금을 이용해 유리온실을 구축할 수 있었는데, 앞으로 30년 동안 연 5억씩 갚는 조건입니다. 농가 부담을 줄이기 위해 정부가 이런 문제에 제도적으로 도움을 줘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구 대표는 농업의 미래는 식량자원화와 직결된 일이기 때문에 농민만의 문제가 아니라 국가적인 문제라고 설명했다.

구 대표는 자신을 신토불이 농민이라고 생각한다. 청년 시절 장성에서 몇 안 되는 경운기를 몰던 기계화 농민이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변화하는 농업에 대비하기 위해 배움의 열망을 멈추지 않았다. 젊은 시절 폴리텍대학을 다니면서 취업을 꿈꾸기도 했으나 농업에 뜻을 두고 방송통신대 농학과를 졸업하고 전남대 최고 농업 경영자과정 2년을 수료하고, 전남 농업 마이스터대학을 졸업하며 전국의 원예 시범단지와 세미나 등을 찾아다니기를 서슴지 않았다.

아버지의 이 같은 활약상을 보며 아들 회엽 씨(29)도 온실농업에 눈을 돌려 전남대학교 원예학과 졸업 후 전남농업마이스터대학에서 토마토를 전공하고 함께 운영에 동행, ICT농업의 미래를 선도하고 있다.

구 대표는 연구하고 기록하는 농민으로 소문나 있다. 40여 년 동안 일기 형식으로 농사와 관련된 일지 쓰기를 멈추지 않고 있다. 젊었을 때 경운기 몰던 과정을 비롯, 4H 활동 기록, 농민 데모 참가기와 한농연 활동 등 우리 농업의 잔잔한 이야기를 담고 있다. 정부 융자 심사에서 이 일기장을 본 심사위원들이 감탄했을 정도다.

“앞으로 우리 농업도 연구하지 않으면 안 됩니다. 새벽에 세계 농업정보를 파악하고 낮에 그에 맞춰 생산하고 저녁에 유통시키는 신모델을 구축해야 살아남을 수 있습니다”

24시간이 너무 짧다는 구서종 대표의 미래를 위한 독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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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성농민 2022-11-17 09:04:20
그대이름 참으로 대차고 밤잠을 설치면서 자수성가 하신 구서종 대표님 전국에서도 잘알려진 추진력과
장성군에 이른사람이 계신다는점 높히평가 드립니다
다음차기에는 농협조합장을 출마해서 장성군에 큰힘이 되시길 기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