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계면 둥지튼 박주하 화백, 9일까지 광주 이화갤러리서 개인전
삼계면 둥지튼 박주하 화백, 9일까지 광주 이화갤러리서 개인전
  • 백형모 기자
  • 승인 2022.11.07 10: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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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 천번 손질이 가미된 점묘법으로 완성해 가는 동양미학의 마술사
삼계면 거주 박주하 화백

고향의 전설을 그림으로 마주 대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머리맡에서 들려주시던 할머니의 옛 이야기를 한 폭의 그림에 담아 보여주는 작가가 있다.

장성군 삼계면 생촌리에 10여년 전부터 둥지를 튼 박주하 작가(70)가 바로 그 사람이다.

그런 박 화백이 인생 역작을 모은 개인전을 3일부터 9일까지 광주 동구 예술의 거리에 위치한 ‘이화갤러리’에서 열고 있다.

고희를 넘긴 박 화백은 화가의 길에 접어든 50년 전부터 타오르는 예술적 열정을 화폭에 쏟아 붓고 예술로 숨 쉬며 사는 영원한 청년작가(?)다. 나이를 어디로 먹었는지 알 수 없을 만큼 환한 얼굴과 맑은 미소로 사람을 사로잡는다.

그의 작품은 그의 일생이나 다름없다.

불교신앙으로부터 출발하여 마을을 지키던 장승과 당산나무, 돌담과 초가집, 까치, 누렁소, 철부지 어린이 등 한국적 정서와 그리움이 주류를 이룬다.

그의 작품에는 바위나 산 등의 비생명이 화면을 지배하고 있으나 부처님이나 꽃, 새 등의 생명체가 숨어들어 환희로 부활한다.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것은 다 생명'이라는 분석주의 사고를 들이댄다.

특히 색감과 형태의 적절한 배치를 통해 사물을 단순화시키고 색채의 접근에 수천 번의 손질이 가미된 점묘법으로 표현, 작품을 감상하는 이로 하여금 무한한 상상 속으로 끌어들이는 예술성을 발휘하고 있다.

박 화백의 작품에 등장하는 당산나무는 대개 삼백 살이 넘는 나무로 동네 모든 역사를 휜히 알고 있는 존재이며 모든 사람이 신성시하는 신목이다. 하지만 이 당산나무에 어린이들이 천진난만하게 놀고 있으며 까치가 지저귀다 우리에게 반가운 소식을 전해줄 것만 같은 친근한 인상이다. 한없이 근엄해야할 부처님마저도 “오매, 자네 왔는가”할 정도로 친숙한 상대로 묘사되고 있다.

그의 작품 속 당산나무 밑에는 민초들의 땀이 서린 돌담이 휘어 감고 누런 황소가 어슬렁거리며 노닌다. 때로는 어린이가 황소보다 더 크게 다가오고 황소는 까치보다 더 작은 모습으로 투영된다.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것에는 크든 작든 동등하게 존재의 의미가 있는 것이며 그로 인하여 대접 받아야 할 자격이 있음을 깨닫게 한다.

출생지인 전남 진도 동향인이며 죽마고우인 천병태 시인은 박주하 화백의 작품에 대해 “그의 그림은 우리들이 잃어버리고 미처 깨닫지 못한 이야기들을 들려준다. 할머니의 품에서 들었던 신화들이 저벅저벅 걸어 나와 우리 앞에 현시(現示)되기도 하고 유년시절 향수들이 화면 가득 파동친다”고 평한다.

대학 시절에 만나 40여 년 예술적 동반자로 동고동락해온 박주오 사진작가는 박주하 화백의 화평에서 “향토적, 동양적, 동화적 내용을 그만의 독특한 기법과 분석적 사고로 재해석한 걸출한 한국미술의 마술사”라고 표현하고 “앞으로 또 어떤 형식과 내용으로 우리 앞에 나타날지 궁금하다”고 기대감을 나타냈다.

박주하 화백(전화 010-3644-9436)은 진도 태생으로 목포교대를 졸업하고 교사생활을 하다가 다시 전남대 미술학과를 졸업한 뒤 전업작가의 길로 접어든 열정의 작가다.

대한민국 미술대전 심사위원을 역임했으며 전남도전 초대작가·심사위원, 광주시전 초대작가 심사위원, 무등미술대 운영위원·심사위원을 역임했다. 젊은 시절 광주에서 활동하다 지난 2010년 장성군 삼계면 생촌리로 이주해 예술작업을 계속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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