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국 칼럼] 우리시대, 어진 군주(賢君)과 현명한 신하(賢臣)는 어디에?
[편집국 칼럼] 우리시대, 어진 군주(賢君)과 현명한 신하(賢臣)는 어디에?
  • 백형모 기자
  • 승인 2022.11.28 10:1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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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시대 제나라와 연나라는 숙명의 라이벌이었다.

연나라 소왕은 선왕인 아버지 대에 제나라에 당한 치욕을 씻기 위해 절치부심했다. 그 방편으로 훌륭한 인재 등용을 위해 신하 곽외(郭隗)의 건의를 받아들여 초현대(招賢臺:훌륭한 신하를 초빙하는 자리)를 설치해 인재가 찾아올 수 있는 환경과 제도를 만들었다.

그리고 곽외에게 말한다.

“우리 연나라가 작고 힘이 없어 이 상태로는 복수를 할 수가 없다. 그러나 어진 인재를 얻어서 함께 국가를 부강하게 만들어 선왕의 치욕을 말끔히 씻는 것이 과인의 소망이다. 만약 마땅한 사람을 찾게 되면 내가 직접 찾아서 모셔 오겠다.”

그러자 곽외가 말한다.

<옛날 한 왕이 천금을 들여서라도 천리마를 꼭 사고 싶어 했습니다. 하지만 3년이 지나도 살 수 없었습니다. 이때 한 신하가 자신이 사오겠다고 자청했습니다. 그 신하가 3개월을 수소문하여 마침내 천리마를 찾았지만 그 말은 이미 죽은 뒤였습니다. 그런데도 그 신하는 500냥을 주고 이 말의 뼈를 사서 궁으로 돌아왔습니다.

왕이 크게 노해 “내가 천리마를 사 오라 했지, 누가 죽은 말을 500냥이나 주고 사오라 했는가!”라고 추궁하자 그 신하가 말했습니다.

“온 천하가 왕께서 죽은 말도 500냥이나 주고 샀다는 것을 알게 됐는데, 하물며 살아 있는 말에 대해선 오죽하겠습니까? 사람들은 분명 대왕께서 거금을 아끼지 않고 좋은 말을 살 것이라 여기고 앞다퉈 말을 가지고 나타날 것입니다”>

과연 신하의 예견처럼 1년도 안 되어 천하의 명마인 천리마가 궁궐에 줄줄이 나타났다. 그러자 곽외는 또다시 간청한다.

“지금 왕께서 현명한 인재를 초빙하고 싶다면 우선 우매한 저부터 불러주십시오. 그러면 저보다 현명한 인재들이 어찌 천 길을 마다하겠습니까?”

소왕은 곽외의 건의를 받아들여 그에게 화려한 저택을 지어 주었다. 그리고 그로부터 많은 조언을 청했다. 또 도성 밖에는 ‘초현대’를 설치하여 황금을 놓아두고 천하의 인재들을 모시도록 했다.

그러자 군사 전략가 악의가 위나라에서 달려왔고, 음양오행에 해박한 추연(趨衍)이 제나라에서 달려왔으며, 그리고 힘이 세기로 이름난 극신(劇辛)이 조나라에서 오는 등 인재들이 앞을 다투어 연나라로 몰려왔다.

인재들 덕분에 부강해진 연나라는 결국 악의가 군대를 이끌고 제나라를 쳐 수도를 점령하고 성 70여 개를 빼앗아 선왕의 한을 갚는다.

이는 천하에 숨어있는 인재를 등용하는 방법론이다. 하지만 인재가 늘 외부에 있는 것은 아니다. 인재란 어디에나 있다. 조직의 내부나 외부 모두 훌륭한 인재가 있을 수 있다.

과오가 조금 있더라도 장점을 알아보고 그들을 쓰는 일이 리더의 역할이다. 리더가 인재의 진면목을 식별할 지혜 없이 주위에 인재 없음을 탓하기만 하면 어떻게 되겠는가?

당 태종의 이야기는 그 결정판이다.

태종은 즉위하자마자 여러 차례 백관들에게 인재 추천을 요구했다. 그런데 승상 봉덕이는 오랫동안 아무도 추천을 하지 않았다. 태종이 그 이유를 묻자, 봉덕이는 “지금까지 특출한 인재를 보지 못해 추천하지 못했습니다”라고 대답한다. 그러자 태종이 이렇게 나무란다.

“군자가 사람을 쓰는 것은 도구를 다루는 것과 같아 그 장점을 취하면 되는 것이다. 자신이 사람을 알아보지 못하는 것을 걱정해야지 어찌 세상 사람들을 모욕한단 말인가?”

어줍잖은 권력 주변 사람들이 참된 인재 천거를 꺼려하는 세태에 던지는 경고장이다. 하지만 세상에 아무리 인재가 많아도 누가 인재인지 알아보기 어렵고, 그 인재를 올바로 등용하기는 더욱 어렵다.

저 멀리 한양의 대통령부터 가까이는 장성군수에 이르기까지 권력을 이양 받은 지 벌써 반년이 지났다. 초기에 인재들을 잘 골라 써야 맡은 임기를 성공으로 이끌 수 있다.

숱한 인재의 숲에서 꼭 필요한 재목을 골라내는 기술, 한번 등용하면 맘껏 능력을 발휘토록 포용하는 리더는 지역의 밝은 미래를 예감케 한다.

현군(賢君)의 역량과 현신(賢臣)의 출현을 간절히 고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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