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보라 뚫고 SOS 듣고 달려간 상무대 류경철 상사 ‘화제’
눈보라 뚫고 SOS 듣고 달려간 상무대 류경철 상사 ‘화제’
  • 백형모 기자
  • 승인 2023.01.02 14: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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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 깊은 산속 사찰에 기름이 바닥났습니다”
상무대 류경철 상사
상무대 류경철 상사

유래없는 폭설이 온 누리를 하얗게 뒤덮은 지난 23일 금요일 오후, 장성군 서삼면 축령산 중턱의 작은 암자인 묘현사로부터 다급한 전화가 상무대로 걸려왔다.

상무대에서 무각사와 불자 군인들을 보살피며 광주 무각사를 담당하고 있는 류경철(46) 상사에게 긴급 구호를 요청하는 목소리였다.

“여기 축령산 묘현사인데 폭설이 내려 일반 차량은 올라올 수 없는 곳입니다. 기름 보일러를 쓰는데 바닥만 남았습니다. 동파되면 한겨울에 얼어죽을 환경인데 어떻게 도와줄 방법이 없을까요”

홀로 기거하시는 노 스님의 절박한 SOS 목소리였다. 암자 위치가 400m 고지라서 눈이 내릴 경우 2~3주일은 차량운행은 불가한 지역이다. 사전에 난방대책을 세워 겨울나기 준비를 해야 하는데 깜박 잊고 있던 사이 폭설이 닥쳤다는 설명이었다.

주말을 앞두고 있는 상황에서 갑자기 나타난 구조요청에 난감해 하던 류 상사는 주중에는 불가능하다고 판단, 월요일 하루 휴가는 얻어 개인적으로 노스님 구조에 나서기로 했다.

난방에 필요한 석유 두 말을 양손에 들고 눈발을 헤치며 40여 분간의 사투 끝에 산 중턱의 묘현사에 도착했다. 이마에는 땀이 흥건했다.

하지만 석유통을 보는 묘각 스님은 안도의 한숨이 역력했다.

생전 처음 뵙는 노 스님과 군인 불자의 소중한 인연의 합장으로 세상이 밝아지는 듯한 순간이었다.

“보일러가 동파되면 이 한 겨울에 무슨 수로 견딜까 천근만근이었습니다. 정말 감사드립니다”

묘각 스님의 감사의 말씀에 더 이상 할 말이 없었다.

류 상사는 “정말 좋은 절입니다. 광주와 무등산이 한눈에 보이는 정말 좋은 풍광입니다. 다음에 따듯한 날씨에 다시 꼭 찾아 뵙겠습니다”라고 합장하며 화답했다.

주민과 더불어 살며 이웃의 어려움과 함께하는 군인 정신의 살아있음을 보여주는 사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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