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계면 군민과의 대화, ‘방역소독 독성’에 대해 충격 발언
삼계면 군민과의 대화, ‘방역소독 독성’에 대해 충격 발언
  • 백형모 기자
  • 승인 2023.01.16 11:3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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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적 방역 소독, 우리는 엄청난 가해자였습니다”

마을 이장 중심 허술한 방역체계 ‘대체 매뉴얼 보급’ 시급
지난 10일 삼계면에서 열린 군수와의 대화.
지난 10일 삼계면에서 열린 군수와의 대화.

“제가 마을 이장을 맡은 10여 년 동안 마을 주민들에게 얼마나 가해자였는지 모릅니다. 봄. 여름철마다 방역 소독한답시고 이무런 안전 대책 없이 주민들에게 그 독한 농약을 쏟아부었으니까 말입니다”

지난 10일 오후 2시 삼계면에서 열린 2023년 연두순시 군민과의 대화에서 자유발언으로 마이크를 잡은 삼계면 상도리 신준수(64) 이장의 충격적인 발언이 나왔다.

신 이장은 “제 얘기가 우리 마을 뿐만 아니라 장성군 전체, 나아가 대한민국 국민 건강을 위해 정부나 지자체가 꼭 주의를 기울이고 대응책이나 실천 매뉴얼을 만들어 실천해 주길 바라는 마음에서 말씀드립니다”라고 발언을 시작했다.

매년 여름철이면 마을마다 실시되고 있는 여름철 방역 소독이 농약에 버금갈 정도로 인체와 작물에 치명적이지만 거의 무방비 상태에서 실시되고 있는 현실에 대한 경고였다.

여름철이면 파리모기 등 해충의 개체수를 줄이거나 유충을 구제하기 위해 골목마다, 혹은 가정 안에까지 연막 소독을 실시한다. 장성군은 이장들에게 소독약과 소독 기구를 보급해 마을별로 3월부터 11월까지 1년에 약 60차례 방역소독을 실시하고 있다. 한 여름에는 1주일에 두세 차례, 보통은 한 차례씩 이뤄진다.

하지만 보통 사람들은 이 소독약이 얼마나 독성이 강하며 인체 또는 동식물에 어떤 영향을 끼치는지 잘 모르고 있다.

때문에 대부분 사람들은 연막 소독 가스를 피하지 않고, 어떤 가정에서는 가스가 건물이나 방안으로 들어올 수 있도록 창문을 열어두기도 한다. 어린아이들이 연막 소독 차량 꽁무니를 따라다니는 풍경도 종종 볼 수 있다.

13년 째 마을 이장을 맡고 있는 신준수 이장은 지난해 말, 장성군보건소가 장성 관내 이장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올바른 방역방제 방법’ 강연에서 방역소독의 실상을 알고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마을 방역 약품 상당수가 정부가 사용을 금지하는 PLS기준치(농약 잔류허용기준 설정에 해당하지 않는 성분) 예외 약품이기 때문에 인체에 접촉되거나 흡입해서는 안 되며, 소독액이 채소류나 과일 등에 직접 노출돼도 안 되고 바로 먹어서도 안 된다는 강의를 받았기 때문이다. 텃밭의 상추나 고추에 방역이 이뤄졌을 경우 함부로 먹어서도 안 된다는 것이었다. 논밭 작물이 방역 소독에 자주 노출되면 친환경 인증에도 문제가 될 수 있다는 내용도 들었다.

신 이장은 “과거에 당국으로부터 방역소독 약품이 어떤 독성이 있다는 경고도 받은 적이 없었습니다. 어떤 경우에는 마을 사람들이 마루에서 식사하는 도중에 자연스럽게 연막 소독을 해준 경우도 있었습니다. 그런데 이제 보니 제가 농약을 살포한 것입니다. 주민건강을 위한 행동이 아니라 건강을 해치는 가해자였던 것입니다. 이제라도 철저한 안내와 방역 매뉴얼을 만들어 보급해야 할 것입니다”라고 말했다.

신 이장은 방역 실시에 앞서 마을방송을 통해 인체 접촉을 피하고, 창문을 닫거나 농작물에는 포장을 씌우는 등 대책을 철저히 해야 할 것이라고 대책을 호소했다.

이 같은 실태에 대해 보건의료계 한 전문가는 “방역 소독약도 갈수록 강도가 높아지는 추세다. 게다가 이장들이 해충 박멸 효과를 올리기 위해 정량 이상의 약품을 섞기 때문에 더 큰 문제다. 그런데다 이들 약품을 경유에 섞어 분사하게 되기 때문에 인체에 치명적일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날 군민과의 대화에 참석한 이명자 장성군보건소장은 “해충을 구제하는 방역 약품이기 때문에 인체에도 해로울 수는 있지만 농약처럼 치명적이라고 볼 수는 없다. 그러나 주민 건강을 위해 대체 방법을 찾아보고 방역 실시 매뉴얼을 새롭게 준비하겠다”고 답변했다.

이 자리에서 군민과의 대화를 진행한 김한종 군수는 “그렇게 깊이 있는 내용까지는 잘 몰랐다”고 전제한 뒤 “마을 이장들이 맡고 있는 방역시스템을 재정비하고 개선할 방법을 찾아 주민 건강을 해치지 않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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