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행인 칼럼] 색(色)에 빠져 허우적대는 장성...어쩔까?
[발행인 칼럼] 색(色)에 빠져 허우적대는 장성...어쩔까?
  • 장성투데이
  • 승인 2023.02.27 1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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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불여 장성” 즉 “장성에 가서 학문 자랑하지 마라”는 말을 탄생시킨 장본인 중 한 분은 장성군 황룡면 대맥동에서 태어난 하서 김인후 선생이시다.

도학과 절의에 빛나는 명문가인 장성 울산김씨는 김온과 그의 부인 여흥 민씨 하소부인이 가문을 일으켰다. 하소부인은 태종의 왕비인 원경황후의 사촌 언니다.

왕위를 찬탈한 태종 이방원이 왕권강화를 위해 민씨 일가 외척들을 철저히 배척하면서 남편 김온이 사약을 받고 죽자 하소부인은 멸문지화를 피해 아들 삼형제를 데리고 장성으로 내려온다. 장성 갈재를 넘으면서 나무를 깎아 매를 날렸더니 내려앉은 곳이 맥동, 그곳에 터를 잡으니 지금의 황룡이다.

하소부인은 여류 풍수가로서 <하소결>이라는 책도 남겼고 자신의 신후지지를 스스로 잡고 예언했는데 “내가 이 터에 묻히면 말을 탄 자손이 밀등에 가득할 것이며, 현인이 나면 필시 필암은 서원 터가 될 것이다”라고 했다. 우연일까? 현인이 나타났는데 동방 18현의 한 사람으로 문묘에 배향된 호남 출신 유일한 유학자인 김인후 선생이다.

여흥민씨의 핏줄을 이은 울산김씨 가문의 근대의 인물로는 대한민국 초대 대법원장을 지낸 가인 김병로, 동아일보사장과 부통령을 지낸 인촌 김성수, 삼양그룹 초대회장 김연수, 국무총리 김상협, 현재까지 정치인으로 활동하고 있는 김종인 씨 등을 들 수 있다.

우암 송시열은 하서 선생의 신도비문에서 “우리나라의 인물 중에서 도학·절의·문장이 모두 탁월한 이는 그다지 찾아 볼 수 없고 한두 가지는 뛰어나는데 하늘이 우리 동국을 도와 하서 김선생을 태어나게 하시어 이 세 가지를 모두 갖추게 하였다”고 했다.

선생님은 당쟁과 사화로 혼탁한 시대를 살면서 비록 벼슬은 높지 않았지만 김안국에게 수학하고 퇴계, 율곡 등 당대의 석학들과 교류하면서 학문과 인격을 닦아 나아가서는 임금의 총애를 받고 낙향해서는 사문의 숭앙을 받았다.

“문불여 장성”은 이런 큰 학문의 줄기로부터 태동했다.

그러한 지조의 역사를 간직한 장성에 정체성 없는 색채 변화가 모색되고 있어 이목을 집중시킨다.

바로 색(色)에 매몰된 장성 이야기다.

장성은 지금 기존의 노란색을 하나 둘 씩 닦아내고 다른 색깔로 채색되고 있다. 무슨 의미 있는 색으로 변하려는 지 알 수 없다.

수많은 민생 현안을 멀리하고, 부족한 예산을 타령을 거듭하면서 색채 바꾸기에 안달이다. 원대한 계획을 가지고 장성을 설계하며 가까이 있는 고민을 두루 살피는 것이 최우선일진데 말이다.

군민들이 진정으로 원하는 것은 노란색이냐, 파란색이냐가 아니다.

군민들은 장기적 안목의 미래설계와 함께 당장의 힘든 삶을 충족시킬 수 있는 현실적 대안으로 이마에 깊게 파인 주름살을 펼 수 있기를 바란다. 이런 정책으로 고민을 거듭하는 리더를 고대하고 있을 뿐이다.

최근 장성군의 색채 정책에 대해서도 어느 한 사람의 취향에 맞추지 않고 겸허하게 군민의 뜻을 물어봤다면 어떠했을까?

군수로서 엄청나게 자존심 상하는 일이었을까?

현 군수나, 전 군수나, 전 전 군수나 모두 장성 사람이다. 한 걸음만 더 나가면 선후배 사이, 또는 이웃집 형님 동생들 처지다.

그런데도 훌륭하신 어르신들 사이에 화합이 이뤄지지 않는 것 같아 부끄럽기 짝이 없다.

어르신들의 갈등이나 불협화음은 그것을 바라보는 선량한 군민들에게도 엄청난 불편이며 장성의 미래에도 도움 될 것이 하나도 없다.

민선6.7기 역점사업으로 추진했던 옐로우시티 정책은 나름 장성이미지 제고에 한몫했다고 평가된다. 다른 한편에서는 황룡강 개발과 색채 마케팅에 짜증을 내는 사람도 많다. 어찌됐건 오랜 시간동안 잘 다듬어져 장성의 브랜드가 된 것은 사실이다.

칠판에 그린 그림이 마음에 안들면 지우고 다시 그려보면 된다.

하지만 행정은 그럴 수 없다. 군민의 혈세가 투입되기 때문이다.

신중함이 요구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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