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국 칼럼] 대통령의 역사인식, 그것이 문제로다
[편집국 칼럼] 대통령의 역사인식, 그것이 문제로다
  • 백형모 기자
  • 승인 2023.04.10 10:4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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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시대 왕과 대한민국 대통령 중에 누가 더 쎌까?

둘 다 절대 권력을 손에 쥔 천하의 1인자, 하늘과 땅의 지배자다.

권력자들은 시대를 불문하고 바른 역사인식을 갖고 백성을 위해 권력을 사용했을 때는 한없는 존경을 받았지만 주위 대신들에게 휘둘려 권력 누수가 생기는 경우, 권력의 시녀가 되고 국가는 존폐의 나락으로 떨어지곤 했다.

절대 권력자의 위상은 역사인식에서 출발하며 바른 역사인식은 권력 유지의 필연적인 항목이자 국가 유지의 근간이 된다고 볼 수 있다.

기울어져가는 조선시대 말, 일제강점기가 도래하자 우국지사 매천 황현(1855~1910)은 나라를 망친 제일의 책임을 고종과 민비에게 돌렸다. 엄정한 시대정신으로 조선 말기 역사를 담은 ‘매천야록’이라는 책을 썼던 매천은 100년 전의 망국의 조짐이 구중궁궐에서 비롯됐다고 비난했다.

“매국노 이완용이 고종에게 옥새를 찍으라고 몰아붙일 때까지도 황제는 그게 무슨 의미인지 알지 못했다”

매천야록에 비친 고종황제는 국가를 경영하는 군주가 아니라 궁궐 저 깊은 곳에 틀어박혀 정세를 제대로 읽지 못하고 내일의 편안함만을 생각하는 필부에 불과했다. 이렇게 황제의 권위가 가려지자 대신들은 황제 앞에서 서로를 삿대질하며 특정 집단을 자기편으로 끌어들이려는 속셈을 노골화했다. 대신들은 친일파, 친러파, 친중파, 개화파, 위정척사파 등으로 갈라져 군주의 권력을 갉아 먹으며 그 속에 자기 잇속의 구더기 알을 깠다.

황후인 민비는 임오군란이 일어나자 피란을 가는 도중 경기도 광주의 길가에서 쉬고 있는데 백성들이 피란 가는 아낙네인줄 알고 “중궁인 민비가 음란하여 나라가 어지럽고 이렇게 피란까지 가게 되어 참 안타깝소”라는 얘기를 듣게 된다. 민비는 그 얘기를 가슴에 묻어두었다가 환궁한 뒤 그 마을을 통째로 불살라 없애버렸다.

아둔한 황제와 황후, 그리고 잇속만을 생각하는 대신들 때문에 500년 역사의 조선이 석양 노을처럼 서서히 침몰했다.

대한민국은 삼권분립의 민주공화국이지만 대통령은 조선시대 황제 못지않은 절대 권력을 갖고 있다. 비록 구중궁궐이 아닌 용산 집무실이지만...

문제는 그곳에서 절대 권력을 행사하고 있는 대통령이 도대체 역사의식이 있는 지 알 수 없다는 점이다.

한국 대통령이란 사람이 한국 대법원의 ‘일본 전범 기업은 일제강점기 한국의 강제동원 피해자들에게 직접 배상하라’는 판결을 깡그리 무시하고 ‘한국 정부 산하 재단이 마련한 기금에서 배상토록한다’는 제3자 배상방식 정책을 발표한 것이다. 한국 기업들로부터 거둬들인 재단 기금으로 일본의 책임을 대신하겠다는 것이다. 그리고는 이 소식을 들고 일본에 건너가 일본 수상과 정책 책임자들을 만나 “제가 한일관계 개선을 위한 대승적 결단으로 이렇게 간도 쓸개도 다 빼 들고 왔습네다”하고 너스레를 떨었다.

그 결과 선물 한 보따리를 받아들고 왔다.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방류와 일본 수산물 국내 반입, 독도 일본 주장 교과서 발행 등 그들의 주장만을 담은 청구서였다.

깡패한테 붙들려 죽도록 두들겨 맞고 돌아왔는데 정작 그 당사자로부터 진심어린 사과 한마디 듣지 못하고 손해배상을 사촌이 하겠다는 꼴이다.

대통령은 도대체 역사 인식이 있는 것인가?

동북아 패권을 노리며 대동아전쟁을 일으키기 위해 열두 살 짜리 조선 아동들까지 동원하여 항공기와 군함을 만들고 총알받이로 부려 먹던 뼈아픈 역사를 대통령은 기억하지 못하는 것인가? 아직도 털끝 하나 인정하지 않는 위안부 착출에 대해선 어떻게 볼 것인가.

96세의 노구를 이끌고 국회에 나타나 “나는 굶어 죽으면 죽었지 그런 돈은 절대 받지 않을 랍니다”라는 양금덕 할머니(강제동원 피해자)의 말이 귓전을 때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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