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고] 노강 박래호
[특별기고] 노강 박래호
  • 장성투데이
  • 승인 2023.04.10 11: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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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은 지금 설상가상(雪上加霜)이다.

설상가상(雪上加霜)은 눈이 쌓인 그 위에 또 서리가 더 내렸다는 말이다. 傳燈錄(전등록)에 기록된 雪上更加霜(설상갱가상)이라는 글귀에서 줄인 것으로 ‘불행한 일이 연이어 겹쳐 일어난다’는 뜻이다.

엉클어진 실타래 같은 한일관계에 대해 최근 윤석열 대통령은 국무회의에서 우여곡절 끝에 내린 결단이라며 ‘강제 징용문제 해법은 대선 공약으로 국민과 약속을 실천한 것’이라 했으나 국내 여론은 싸늘하기만 하다.

박진 외교부장관은 지난달 6일 외교부청사에서 강제징용에 대한 대법원 판결과 관련 정부입장을 밝힌 회견을 열고 국내적 의견을 수렴 및 대일 협의 결과라며 이같이 밝혔다. 행정 안전부 산하 일제강제동원 피해자 지원재단이 2018년 3건의 대법원 확정판결 원고들에게 판결금 및 지연이자를 지급하고 현재 계류 중인 관련 소송이 원고승소로 확정될 경우에도 역시 판결금 등을 지급한다는 내용이다. 또 박 장관은 재원은 민간의 자발적 기여 등을 통해 마련하고 향후 재단의 목적사업과 관련된 가용재원을 더욱 확충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이와 같은 정부의 계획을 지켜본 피해자인 양금덕 할머니는 동냥 같은 돈 안 받는다는 마음으로 “굶어 죽는 한이 있어도 가해자인 전범 기업이 주는 돈이 아닌 우리 정부가 스스로 마련한 동냥 같은 돈은 받지 않겠다”고 말했다.

양금덕 할머니는 초등학교 6학년 때인 1944년 돈을 많이 벌 수 있고 학교도 갈 수 있다는 교장선생님 말씀을 철석같이 믿고 일본으로 건너가 나고야 미쓰비시 중공업 항공기 제작소에서 학교는커녕 돈도 받지 못하고 가혹한 노동에 시달렸다.

해방 된 뒤 그토록 그리던 고향으로 돌아 왔지만 또 다를 멸시의 손가락질을 받는 수모를 겪어야 했다. 그 뒤 수십 년 동안 일본의 사과를 받기위해 노력했으나 아직도 가해국과 기업으로부터 사과 한마디, 배상 한 푼 받지 못했다.

지난 2018년 대법원의 승소판결로 모든 게 해결될 줄 알았지만 5년이 지난 올해 정부가 오히려 가해자를 빼고 재단을 꾸려 돈을 마련해 배상하겠다는 해법 안을 내놓자 강하게 반발을 하고 있는 것이다.

정부 잘못을 질타하는 목소리가 서울 곳곳에 가득한 소용돌이 속에 윤 대통령 일행은 지난달 16일 일본을 방문해 양국 정상회담을 가졌다. 양국 경제인들의 모임도 가졌는데 이 자리에는 윤 대통령만 참석하고 일본 기시다 총리는 참석하지 않았다. 귀국 후 박진 장관의 말씀에 의하면 우리 모두가 바라고 있는 위안부 문제와 독도관계는 정상회담에서 언급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또 다른 방송에 의하면 한국정부가 하는 것에 따라 하겠다는 것이 일본 정부의 답변이라는 것이다.

참으로 이상한 것은 우리정부의 발표와는 반대로 일본 언론에서는 정상회담에서 독도와 위안부 문제를 정상들이 언급하였다는 것이니 이 두건의 협상결과가 우리에게는 불리하고 일본에게는 유리한 것인가라는 의혹을 지울 수 없다. 이번 정상회담을 반대하는 분들의 말씀을 빌리자면 을사늑약(乙巳勒約) 이후 제2의 계묘늑약(癸卯勒約), 굴욕외교 또는 탄핵대상자라는 표현까지 나온다.

논어 헌문편 36절에서 혹자가 말하기를 “덕으로써 원망을 갚는 것이 어떻습니까?” 라고 하자 공자께서 답변하기를 “어찌하여 덕으로 갚을 것인가. 정직한 방법으로써 원망을 갚고 덕으로써 덕을 갚아야 한다.”고 하셨다.(或曰 以德報怨이 何如하니 子曰 何以報德고 以直報怨이요 以德報德이니라)

요즈음 우리나라 실정과 외교를 살펴보면 조선왕조말기에 국가 내란이라고 할 만한 전봉준의 동학난이 발발되어 그 기세가 하늘을 찌를듯하여 우리의 정부군으로는 감당하기 어려워지자 중국, 러시아, 일본 등 외국 구원 병력을 불러들여 우리의 동포인 동학당을 섬멸한 것이 결국은 한일합방이라는 늑약이 이루어지고 36년 국권 없는 고통을 겪게 되었다.

최근 북한이 막강한 무력으로 남침을 노린다고 하여 미국 일본과 국교를 다지며 북한을 방어 또는 초토화를 시킨다고 하니 이렇게 된다면 일본은 그 기세를 앞세워 제2차 늑약을 초래할 수도 있다. 이번 윤석열 정부의 방일외교는 공자의 정직외교가 아닌 굴욕외교로 여겨져 설상가상(雪上加霜)의 결과가 될까봐 매우 염려가 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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