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행인 편지] "아름다운 우정" 발행인 박경천
[발행인 편지] "아름다운 우정" 발행인 박경천
  • 장성투데이
  • 승인 2023.04.10 11:37
  • 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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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란 무엇인가?

친구란 나이, 이성과 영혼을 넘는 단계를 말하는 것이다.

좋은 일 있으면 내일처럼 축하하고 슬플 때는 위로해 주는 사람, 힘들 때 도와주고 생사고락을 같이 해주는 사람이다.

이번 조합장 선거에서 고소 고발로 이어지는 난타전을 보며 “선후배의 정”이 자리 때문에 내팽개치는 과정을 보니 개탄스럽기 짝이 없다.

승자와 패자로 나눠진 그분들 마음 속에는 평생 마음의 장벽이 드리워 질 것 아닌가.

여기 아름다운 우정의 이야기를 전해주고 싶다.

조선시대 광해군 때, 나성룡이라는 젊은이가 교수형에 당하게 될 위기에 처했다.

효자였던 그는 집에 돌아가 연로하신 부모님께 마지막 인사를 하게 해달라고 간청했다.

광해군은 허락하지 않았다. 다른 사형수들도 부모님과 작별 인사를 하기위해 집에 다녀오겠다고 했다가 멀리 도망이라도 간다면 국법과 질서가 흔들릴 수도 있었기 때문이다.

광해군이 고민하고 있을 때 이대로라는 사람이 보증을 서겠다며 나섰다.

“전하 제가 그의 귀환을 보증합니다. 그를 보내 주십시오.”

“이대로! 만일 나성룡이 돌아오지 않는다면 어찌하겠느냐?”

“어쩔 수 없지요. 그렇다면 친구를 잘못 사귄 죄로 제가 대신 교수형을 받겠습니다.”

“그대는 나성룡을 믿는가?”

“전하! 그는 제 친구입니다.”

광해군은 어이가 없다는 듯 웃었다.

“나성룡은 돌아오면 죽을 운명이다. 그것을 알면서도 돌아올 것 같은가? 만약 돌아오려 해도 그 부모가 보내주지 않을 터인데. 그대는 지금 만용을 부리고 있다.”

“전하! 저는 나성룡의 친구가 되기를 원했습니다. 제 목숨을 걸고 부탁드리오니 부디 허락해 주십시오”

광해군은 어쩔 수 없이 허락했고 이대로는 기쁜 마음으로 나성룡을 대신해 감옥에 갇혔다.

교수형을 집행하는 날이 밝았다. 그러나 나성룡은 돌아오지 않았고 사람들은 바보같은 이대로가 죽게 됐다며 비웃었다.

정오가 가까워지자 이대로가 교수대에 끌려 나왔다. 그의 목에 밧줄이 걸리자 이대로의 친척들이 울부짖기 시작했다. 그리고 우정을 저버린 나성룡을 욕하며 저주를 퍼부었다.

그러자 목에 밧줄을 건 이대로가 눈을 부릅뜨며 화를 냈다.

“내 친구 나성룡을 욕하지 마라. 당신들이 내 친구를 어찌 알겠는가?”

죽음을 앞둔 이대로가 의연하게 말하자 모두가 조용해졌다. 집행관은 광해군을 바라보았다. 광해군은 주먹을 쥐었다가 엄지손가락을 아래로 내렸다. 사형 집행 신호였다.

그때 멀리서 누군가가 말을 재촉하여 달려오며 고함을 쳤다. 나성룡이었다. 온몸이 흙투성이가 된 채 숨을 헐떡이며 다가와 말했다.

“오는 길에 배가 풍랑을 만나 겨우 살아났습니다. 그래서 이제 왔습니다. 이제 친구 이대로를

풀어 주십시오. 사형수는 접니다.”

두 사람은 서로를 끌어안았다. “이대로! 나의 소중한 친구여! 저 세상에 가서도 잊지 않겠네.” 나성룡이 흐느끼듯 말했다.

“나성룡! 자네가 먼저 가는 것 뿐일세. 다음 세상에서 다시 만나도 우리는 틀림없이 친구가 될거야.” 두 사람의 우정을 비웃었던 사람들 사이에서 탄식이 흘러나왔다.

이대로와 나성룡, 죽음의 작별을 눈앞에 두고도 담담하게 서로를 위로할 뿐이었다.

교수형 밧줄이 이대로에서 나성룡의 목으로 바뀌어 걸렸고 교수형이 집행되려는 찰나 광해군은 사형집행을 중지시켰다.

광해군이 의자에서 몸을 일으켜 두 사람 앞으로 걸어와 말했다.

“부럽구나. 내 모든 것을 다 내어주고라도 너희 두 사람의 우정을 내가 갖고 싶다.”

광해군은 한동안 말없이 바라보다가 다시 제단으로 되돌아와서 큰 소리로 말했다.

“왕의 권위로 명하노니, 저 두 사람을 모두 방면토록 하라. 비록 죄를 지었지만 저 두 사람이 조선의 청년이라는 사실이 자랑스럽도다”

사형 집행장에 모였던 원로대신들과 백성들은 그때서야 환호성을 치며 기뻐했다. 시대가 바뀌고 세상이 변하여도 진리는 만고불변이다. 우리는 이러한 우정이 있는가? 있지 않다면 가져보려고 노력이라도 해야 하지 않은가?

본인의 구린내는 돌아보지 못한 채 고소고발하고 상대방 목덜미를 잡는 민원을 제기하는 심성은 무엇이란 말인가.

경행록에도 “남에게 원수를 맺게 되면 어느 때 화를 입게 될지 모른다”고 했고 제갈공명도 죽음에 이르러 “적을 너무 악랄하게 죽여 내가 천벌을 받게 되는구나”라고 후회하며 적의 퇴로를 열어주며 몰아야 한다고 훈계했다.

친구는 아닐지라도 원수는 만들지 말아야 할 것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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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규 2023-04-17 10:09:22
좋은 글 감사합니다

원님골 2023-04-17 08:56:42
아름다운 우정 박경천 발행인 님 감동받았습니다!
장성군 조합장선거 출마자 네 자신을 알고출마을 해야지요??
실력이 미달된 현직 이사님들 아~~챙피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