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다른 한문 해득력, 유년기적 아픈 사연 때문
남다른 한문 해득력, 유년기적 아픈 사연 때문
  • 최현웅 기자
  • 승인 2018.06.27 09:36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단명 막기 위해 절에 귀의 준비하며 한문공부 매진
향토사연구소장과 문화원장 거치며 수많은 연구활동
공영갑 장성문화원장
공영갑 장성문화원장
공영갑 장성문화원장

“1960년대부터 신문을 구독했어요. 우리 집에 신문배달 하시는 분께서 구독자가 누구냐고 묻기에 당시 어린아이였던 제가 구독한다고 말했더니 ‘예끼 이놈아 장난치지 마라’고 호통 치세요. 그런데 그때 당시 아버지는 돌아가시고 없었고 실제로 그때 한자로 된 기사를 줄줄 읽어 내려갈 정도는 되었던 것 같아요.”

지금도 한글보다 한자 쓰기가 더 편하고 빠르다는 공영갑(71세) 장성문화원장은 이처럼 어릴 때부터 한자공부 하나는 남달랐다고 한다. 그런데 공 원장이 이렇게 한자에 대한 해득능력이 뛰어난 데에는 가슴 아픈 사연이 있다. 어릴적 잔병치레가 많았던 공 원장을 두고 주위에서는 단명할 상이라는 말들을 많이 했다고 한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선 어릴 때부터 출가해 스님이 되어야 그나마 제명대로 살 수 있다는 말들을 들었다고.

이를 철썩같이 믿었던 공 원장의 부모님들은 공 원장을 위해 공 원장을 사찰에 보내기로 마음먹고 준비를 했었다고 한다. 이때부터 사찰에 들어가 불경공부를 하려면 한자를 익혀야한다며 학교의 다른 교과목은 모두 뒷전인 채 한문공부에만 매달리게 됐다고 한다.

그러다 공 원장이 초등학교를 채 마치기 전에 공원장의 아버지가 지병으로 세상을 뜨게 되자 철없던 공 원장은 순간 아버지를 잃은 슬픔보다 절에 가지 않아도 된다는 마음이 앞서기도 했다고 털어놨다.

한문에 특화된 공 원장의 특이한 이력은 공 원장이 장성군 문화관광과 공무원 생활을 하며 그 빛을 보게 된다. 재직시절 남다른 열정으로 지역 장성에 대한 깊이 있는 연구와 사려 깊은 분석으로 문화재 담당업무를 막힘없이 해내었고 퇴임 후에도 줄곧 향토사연구소장으로 활동하며 지역사회 뿌리와 역사를 발굴해내는데 이바지한다.

2008년 장성의 금석문 559기를 조사해 1006쪽의 책자를 발행하는가 하면 2009년 장성의 校·院·祠(37개소)를 조사해 803쪽의 책을 발간하고 장성의 향토자원(명산·계곡·준령·하천·천연기념물·희귀종·토속음식·특산물·책판·재래시장·전설·공동체의식·문화재·교통·관광지 등)을 조사해 책자를 발간하는 등 꾸준한 연구를 거듭한다.

이 외에도 2011년 장성의 각 성씨별 입향조(95 가문)를 조사해 책자를 발간했으며 2012년 우리가 받아야 할 장성사람들(장성군청 합동 편집 : 선비와 청백리 11, 의병장 6명, 충신열사 6, 효자와 열녀 6, 선각자 6)을 발간하는 등 활발한 저서활동을 펼치기도 했다.

그러다 지난 2015년 장성문화원장에 취임한 이후 총 7권으로 구성된 장성의 의병사, 노사 기정진선생 연원록, 문정공 하서 김인후선생 전집 등 헤아리기조차 버거울 정도로 왕성한 집필활동을 펼친다.

그 중에서도 올 초부터 작업을 시작한 21종의 장성군지리지 번역. 주석 작업은 그 어느 때보다 버겁고 힘들지만 공 원장이 또한 가장 애착을 갖고 심혈을 기울이는 작업이라고 한다. 이 집필 작업을 위해 동원된 자료만 해도 ▲삼국사기 ▲고려사 ▲세종실록지리지 ▲신증동국여지승람 ▲동국여지지 ▲호구총수 ▲동여비고 ▲증보문헌비고 ▲장서부읍지 ▲대동지지 ▲장성군읍지 ▲장성읍지 ▲청암역입암산성폐지공해조사성책 ▲조선환여승람 ▲영광속수여지승람 ▲조선호남지 ▲무장현읍지 ▲창평읍지 ▲함평군읍지 ▲입암산성진지 ▲청암역지 등 21종에 달한다고 말한다.

그야말로 지역 장성에 대한 열의·열정이 없으면 못해낼 일들을 수행해온 공 원장. 더군다나 문화원장은 무보수 명예직이기에 공 원장의 땀방울은 더욱 빛난다.

내년 2월이면 정해진 4년의 임기를 마치는 공 원장. 연임을 묻는 기자의 질문에 집필하느라 컴퓨터 모니터를 하도 봐서 그런지 이제는 눈이 침침해서도 안 되겠다며 손 사레를 친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