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방이면 효도 잘할건디…”
“시방이면 효도 잘할건디…”
  • 김지운 기자
  • 승인 2024.04.15 1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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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김지운 기자
사진 김지운 기자

“효도 한번 제대로 못했어. 시방이라면 잘할건디”

돌아가신 부모님을 생각하면 눈시울이 붉어진다는 이우태(66) 북일면 청년회장. 이 회장이 어르신들을 친 아들 못지않게 극진히 모시는 이유다.

이 회장의 유별난 어르신 공경은 ‘효도관광’에서 빛을 발한다.

효도관광은 북일면 청년회가 2014년부터 격년 주기로 주최하는 행사다. 코로나로 잠시 중단된 시기를 제외하고 올해로 4회차를 맞는 효도관광은 매번 전세버스 6대가 동원될 만큼 규모가 크다.

“어르신들이 좋아하실 모습을 생각하면 그렇게 좋을 수가 없어”

이 회장은 행사를 준비하기 전부터 어르신들의 표정 하나 웃음소리까지 떠오른다고 한다. 한 분의 어르신이라도 더 모셔야겠다는 마음이 드는 것은 당연하다.

하지만, 지난 달 29일 다녀온 효도관광은 최고령 95세 할머니를 비롯해 235명의 어르신들을 모시기까지는 준비단계부터 만만치 않았다.

당장 관광지 선정부터 간식, 식사, 휴게장소 등에 이르기까지 신경 써야 할 일이 한 두 가지가 아니다. 효도관광 예산도 부담이 컸을 법하다.

이 회장은 “어르신들이 잘 드시고, 편안히 구경하시는 것만 신경 썼다”고 했다. 어르신들의 식사와 이동 편의성을 고려했다는 의미다.

고령의 어르신들을 위해 소문난 관광지를 샅샅이 뒤졌다. 주로 오르막이 없는 곳이 대상이다. 이렇게 결정된 곳이 고흥 소록도와 순천 낙안읍성이다.

관광 15일 전에는 답사도 다녀왔다. 이동 동선을 꼼꼼하게 점검하면서 살폈다. 어르신의 안전이 가장 중요했기 때문이다.

관광 이틀 전에는 더욱 바빠졌다. 어르신들을 전세버스에 나누어 탑승시키기 위해 숫자와 색상으로 구분했다. 어르신 가슴에 노란색 명찰은 1호 차량에 탑승하는 방식이다.

관광지까지 이동하면서 드실 간식은 7가지를 정해 봉지에 담았다. 떡과 통닭 등 휴게지점에서 드실 것은 별도로 마련했다.

이 회장은 “청년회 부회장 부부가 고생많았어. 꼬박 이틀을 걸렸제”라고 웃으며 말했다. 워낙 많은 수의 간식을 준비하다 보니 반재귀(65) 부회장과 그의 아내 박정아(61)씨, 이 회장의 아내 선형이(59)씨가 달려들어 겨우 준비했다고 했다.

관광 당일에는 경찰이 출동하는 진풍경까지 벌어졌다. 이는 이 회장의 작품이다.

이 회장은 “어르신들 모시고 가는 일인데 안전해야 하지 않겠어? 음주단속 좀 해달라고 부탁했제”라며 멋쩍게 웃었다. 일부 언론에서 보도된 전세버스 기사 음주가 걱정돼 북일파출소에 부탁해 음주측정을 했다는 설명이다.

올해 효도관광으로 지출된 비용은 2,300여만 원. 북일청년회가 회비를 2년간 모아 마련한 1,500여만 원에 북일초등학교 52회 동문회를 비롯해 북일면 단체 등의 후원금을 더해 부족함 없이 행복하고 즐겁게 다녀왔다고 한다.

효도관광에서 안타까운 부분도 있다고 했다.

이 회장은 “전에 뵀던 어르신 중에 몇몇 분을 못 볼 때가 있어. 돌아가신거지. 그때마다 가슴이 먹먹해”라고 했다.

이 회장은 바람은 올해 관광한 어르신들이 건강히 잘 지내시다 2년 후에도 다시 뵙고 싶다고 한다.

북일면 청년회는 2012년 창립해 50여 명의 회원이 활동하고 있다. 북일면 청년회 중점 사업인 효도관광은 2014년부터 격년으로 시행했다. 코로나 팬데믹 기간 중단된 효도관광은 5년 만에 재개해 올해로 4회차에 이른다. 2014년 여수 오동도를 시작으로 2016년 순천 정원 박람회장‧남원 춘향테마파크, 2018년 독립기념관‧청남대를 다녀왔다.

사진 북일면 청년회 제공
사진 북일면 청년회 제공
사진 북일면 청년회 제공
사진 북일면 청년회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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