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 팔았는데 직불금까지 준다니..
땅 팔았는데 직불금까지 준다니..
  • 김지운 기자
  • 승인 2024.04.29 10:3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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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성 은퇴직불금 1호 수령자 고재택씨와 아내 최서운씨. 사진 - 김지운 기자
장성 은퇴직불금 1호 수령자 고재택씨와 아내 최서운씨. 사진 - 김지운 기자

“땅 팔러 갔다가 신청했제”

장성 황룡에 거주하는 고재택(75)씨는 ‘농지이양 은퇴직금을 장성군에서 맨 처음 받은 인물이다.

고 씨는 4,000㎥ 면적의 벼농사를 지어왔지만 건강이 좋지 않아 소유한 농지를 판매하기로 마음먹었다고 한다.

고 씨는 지병인 당뇨가 심각했다. 지난해 가을에는 당뇨 수치가 500까지 올라 “죽다 살았다”고 고 씨는 털어놌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다리 통증이 심할 뿐만 아니라 수시로 넘어진다고 한다. 부인 최서운(73)씨도 무릎 관절이 좋지 않아 걷는 것이 힘들어 농사를 지속하기 어려워 두 노부부는 농사 은퇴를 결정하게 됐다.

농사로 벌어들이게 되는 소득도 은퇴 결정에 한 몫했다.

“작년에 매상한 금액이 320만 원이야. 로타리 치고 수확하고 말리는 비용 150만 원 주고, 비료나 약값 빼면 남는 것이 얼마겠어. 죽어라 일해도 내 몫이 없어”라며 고 씨는 한숨을 쉬었다.

고 씨가 농지 판매처를 한국농어촌공사로 결정한 데는 평당 거래가격이 시중 거래보다 2-3천 원 더 높게 책정되기 때문이다.

“사업을 알아서 신청했겠어? 땅 팔겠다고 했더니 직원이 농지이양 은퇴직불제를 추천해줬다”

농지 판매를 목적으로 농어촌공사에 방문했지만 은퇴직불제를 신청했다는 고 씨. 그는 농지이양 방식을 ’매도‘로 선택했다. ’매도 조건부 임대‘에 비해 농지 매도대금을 즉시 받을 수 있어서다. 여기에 농지이양 은퇴직불금도 10년간 받는다.

이번 신청으로 고 씨가 은퇴직불금으로 받는 금액은 10년간 2천 400만 원, 매달 20만 원이다.

고 씨는 은퇴직불을 주변에 자주 권한다고 한다. 하지만 선뜻 나서는 지인은 없다고 했다.

“말 그대로 은퇴잖아. 자신이 보유한 농지를 모두 판다는 것이 부담인 거지. 자식들이 반대하기도 한다고 들었어. 상속재산이 없어진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고 고 씨는 추측했다.

고 씨는 은퇴직불제 혜택으로 시간의 여유를 들었다. 그는 남는 것이 시간뿐이니 노부부가 함께하는 시간이 많아 좋다고 했다. 시간만 나면 집 앞에 있는 공용 운동시설에서 운동을 하거나 자전거를 타고 장성읍 장안까지 오가며 운동 겸 풍경을 즐기기도 한다. 건강이 조금씩 좋아지는 것은 덤이다.

고 씨가 부모님으로부터 물려받은 땅에 자신이 조금씩 늘려간 땅을 평생 일궈 왔기에, “더 이상 일하지 않아 좋다. 시원하다”고 말하면서도 어느새 눈물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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