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 삶을 가꾸는 학교
더불어 삶을 가꾸는 학교
  • 김지운 기자
  • 승인 2024.04.22 10:3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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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향초등학교는 학생들을 사랑과 열정으로 가르치는 학교로 정평이 나 있다. 사진 - 분향초등학교 제공
분향초등학교는 학생들을 사랑과 열정으로 가르치는 학교로 정평이 나 있다. 사진 - 분향초등학교 제공

장성 남면에 거주 중인 40대 A 씨는 자폐성 장애 자녀의 학부모다. 그는 자녀를 거주지에서 가까운 분향초등학교에 진학시켰다.

A 씨가 자녀를 일반학교 특수학급으로 진학시킨 이유에 대해 “운이 좋았다”고 말했다.

그는 자녀가 취학연령이 가까워질수록 고민이 많았다고 한다. 장애치료센터에서 만나는 학부모들로부터 취학할 학교들의 정보를 얻어보지만 이마저도 신통치 않았다. “특수학교는 경쟁이 치열하다”, “일반학교도 잘 알아봐야 한다”, “어느 학교 특수학급이 좋다고 소문이 나 대기해야 한다”는 등 대부분 불안한 말들이었다고 A 씨는 말했다.

A 씨의 고민은 장성교육지원청의 특수교육지원센터 직원과 상담 이후 해소됐다. “거주지와 가까운 분향초등학교가 특수학급을 운영하고, 특수교사와 특수실무사가 학생과 친밀한 관계 속에서 교육과 양육하고 있어 걱정하지 말라”는 직원의 설명에 자녀의 진학을 결정했다. 그는 현재 학교에 대한 만족도가 높다고 말했다.

분향초등학교는 2019년부터 특수학급을 운영했다. 2019년 이전에는 장애학생 재적이 1명일 경우 장성교육지원청에서 특수교사가 순회하며 교육을 담당해왔다.

현재 분향초등학교 학생 재적 수는 초등학교 69명, 유치원 11명으로 80명이다. 이 중 장애학생은 초등학교 4명, 유치원 1명으로 자폐와 발달장애이다.

분향초등학교는 1개의 특수학급에 특수교사 1명, 특수교육실무사 1명이 특수교육을 담당하고 있다.

장애학생 5명 중 2명은 인근 도시에서 장성으로 두 가정이 전입했다.

전입 온 장애학생 부모는 치료센터에서 만난 사이라고 했다. 이들은 “장성의 분향초등학교가 일반학교이면서도 특수학급 교육으로 정평이 났다는 입소문을 듣고 과감히 전입을 결정했다”고 말했다.

장애학생 학부모 B씨는 “이 곳에서 고등학교까지 다니고 싶다”고 말할만큼 만족도가 높다고 했다. 또 다른 학부모 C 씨도 “장애 학생 숫자가 적어 일대일 돌봄이 가능할 것 같다는 판단으로 전입해 왔다”며 “아이가 학교에서 적응을 잘하고 밝아져서 좋다”고 웃어보였다.

 

어울리는 학교

특수학급은 맞춤형 교육과 체험 등의 교육으로 진행돼 학부모들로부터 인기다. 사진 - 분향초 통합교육지원
특수학급은 맞춤형 교육과 체험 등의 교육으로 진행돼 학부모들로부터 인기다.
사진 - 분향초 통합교육지원실 제공

분향초등학교의 특수학급의 강점은 장애‧비장애 학생의 어울림이다.

박준희(39) 특수교사는 비장애 학생들이 장애학생들에 대한 선입견이 없다고 봤다. 박 교사는 “아이들은 ‘친구’로 생각하며 서슴없이 대한다. ‘조금 느릴 뿐이야’, ‘조금 몸이 불편한 거야’로 생각하는 것 같다”며 “학습 중 장애학생이 어려워하면 곁에서 돕거나 야외 체험학습에서 손을 잡고 보호하는 일까지 자발적으로 하는 모습을 많이 보게 된다”고 말했다.

오수영(50) 특수실무교사도 “일반교실에서 장애‧비장애 학생이 수업을 같이 받는다. 수업을 담당하는 교사 입장에서 어려운 부분이 많을 것이지만, 관심과 사랑, 배려로 균형을 잘 맞춰간다는 느낌을 받게 된다”며 자긍심을 내비쳤다.

분향초등학교가 장애‧비장애의 구분이 없는 이유로 박 특수교사는 “원래부터 이런 분위기였다. 그냥 자연스러운 것이다”고 설명했다.

학부모 A씨는 아이의 등하교 시 학교의 분위기를 느낄 수 있다고 했다.

그는 “초등학교 보완관부터 교사, 교감, 교장에 이르기까지 아이의 이름을 불러주거나 손을 잡아준다”며 “학생에 대한 관심과 사랑이 아니면 할 수 없는 일”이라고 강조했다.

김경희 교장은 “교육공동체가 행복한 학교를 만들어가는 것이 목표다. 구성원 모두가 존중받고 즐겁게 배우며 소중한 꿈을 키울 수 있도록 돕기 위해 교직원 모두가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밝혔다.

 

맞춤형 프로그램과 체험 교육으로 승부수

분향초등학교의 특수교육 프로그램은 개별교육이다. 장애학생의 학년이 모두 다르고 장애 정도가 다르기 때문이다. 특수교사와 특수실무교사는 한 해의 개별교육프로그램 계획을 세워 장애 학생이 일반학급 교육과 특수교육을 병행할 수 있게 한다.

일반학급 교육에는 특수실무교사가 장애학생을 동행해 교실에서 학습을 돕는다. 특수교사는 교내의 통합교육지원실에서 장애학생을 위한 개별교육프로그램으로 언어‧발달‧감각 등의 교육을 하고 있다.

학부모는 학교의 개별교육프로그램에 높은 신뢰도를 보여준다.

학부모 A씨는 “학교의 개별교육과 치료센터 교육을 병행할 수 있어 좋다”고 말했다. 이어 “치료센터 교사들이 아이가 취학 후에 치료효과가 높아진다고 말한다”며 학교의 개별교육프로그램 효과가 “좋다”고 평가했다.

분향초교의 체험프로그램도 눈여겨볼만 하다. 대표적인 프로그램으로는 캠핑을 들 수 있다.

지난해 분향초교는 학교와 캠핑장에서 체험을 했다. 이 아이디어는 장애학생 중 한 명이 “엄마랑 아빠랑 캠핑 가는 것이 좋았다”는 말에서 시작됐다. 학생의 말을 흘려듣지 않았던 특수교사와 특수실무교사는 과감히 시행에 돌입해 학교와 진원면 불태산 야영장에서 캠핑을 즐겼다.

박 교사는 “추억을 쌓고 싶었다”며 웃어 보였다. 이어 “아이들이 잠을 어떻게 자는지, 다음날 어떻게 생활하는지 너무 궁금해 보였다”는 박 교사. 웃음 너머로 아이들을 향한 사랑의 깊이가 크다는 것을 엿볼 수 있다.

캠핑장 체험은 장애학생에게도 꿈같은 선물이다. 교사와 학생은 잔디밭에서 뛰놀고 밥을 지어 파티를 하며 친밀감을 형성한다. “매일 추억을 한겹 한겹 쌓아가서 좋다”는 박 교사는 올해도 캠핑을 계획 중이라고 말했다.

 

성취감을 높여주는 교육

인라인스케이트 교육은 장애학생들의 성취감과 자신감을 높여준다. 사진 - 분향초 통합교육지원실 제공
인라인스케이트 교육은 장애학생들의 성취감과 자신감을 높여준다. 사진 - 분향초 통합교육지원실 제공

분향초등학교의 특수교육 성격은 ‘느리지만 조금씩 천천히’로 설명할 수 있다.

박 교사는 “스스로 찾아갈 수 있게 만들어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를테면 학생을 교실이나 식당에 데리고 가야할 때 거리를 조금씩 두는 방식이다. 처음에는 장애학생이 인지하지 못해 어려워하지만, 조금씩 학생이 할 수 있도록 하다 보면 어느 날 갑자기 스스로 찾아가게 된다고 한다.

성취감을 높이는 프로그램으로 ‘인라인스케이트’ 와 ‘보드’를 들 수 있다. 이 교육으로 장애학생들은 비장애 학생들 앞에서 시범을 보일 정도로 실력이 높아졌다.

박 교사는 “처음에는 울면서 배우기도 한다. 한 발 한 발 내딛으며 걸음마를 하던 아이가 어느새 즐길 단계까지 훌쩍 성장한다”며 대견해 했다.

오 교사는 “비장애 학생들이 장애학생들의 인라인 스케이트를 타는 실력을 보면서 부러워하기도 한다”며 “인라인이 장애‧비장애를 허물고 친밀하게 만들어 간다”고 평가했다.

김경희 교장은 “사랑과 열정으로 가르치고 소통과 믿음으로 학생들과 함께하는 학교가 분향초등학교”라며 더불어 미래를 꿈꾸는 학교를 만들어가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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