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해는 서럽다 …
보해는 서럽다 …
  • 백형모 기자
  • 승인 2019.01.02 14:03
  • 댓글 1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보해양조의 주력군인 잎새주. 보해는 ‘먹는 음식갖고 장난하지 말라’는 창업주 정신을 받들어 소주 제조과정에서 나트륨을 첨가하지 않고 있다. 하지만 국내 소주 맛은 어느 전문가도 분간하기 어려울 만큼 비슷하다는 게 정설이다.
보해양조의 주력군인 잎새주. 보해는 ‘먹는 음식갖고 장난하지 말라’는 창업주 정신을 받들어 소주 제조과정에서 나트륨을 첨가하지 않고 있다. 하지만 국내 소주 맛은 어느 전문가도 분간하기 어려울 만큼 비슷하다는 게 정설이다.

“부탁입니다. 어떤 형태로든 글을 쓰지 말아주십시오. 장성에 살고 있는 우리가 할 일을 찾아서 말없이 할 뿐입니다. 장성에서 어떤 논쟁거리도 만들고 싶지 않습니다. 조용히 지켜봐 주십시오...”

잎새주를 생산하는 보해 장성공장의 책임자가 거듭 당부하는 간곡한 부탁의 말이다.

이 말을 듣는 기자도 난감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렇게 신신당부한 약속을 저버리고 입장을 드러낸다는 것도 쉽지 않다.

하지만 기업과 지역은 공동운명체이다. 서로 상생해야 한다. 어려움이 있다면 함께 나눠야 하고 기쁜 일에도 함께 할 줄 알아야 한다. 주민들에게 할 말이 있으면 해야 한다.

거꾸로 정반대의 상황을 가정해 보자. 만약 과거 이 자리에 보해가 들어서지 않고 그냥 논밭이었다면, 혹은 앞으로 보해가 떠나거나 없어진다면 장성은 어찌될 것인가?

우리는 호남의 굴지 향토기업이었던 옛 기아자동차나 행남자기, 금호타이어 등이 역사의 뒷면으로 사라지거나 위기에 처할 때 얼마나 가슴아파하고 얼마나 큰 피해를 봤던가를 잊어서는 안 된다.

순망치한(脣亡齒寒), 입술이 없어지면 이가 시린 법이다. 서로 의지하고 살 줄 알아야 한다.

기자는 그런 차원에서, 아니 오히려 꼭 밝혀야 할 일이 있을 것이라는 사명감으로 보해를 찾았다. 보해양조 장성공장의 엣 주소는 장성군 장성읍 영천리 100번지다. 차가운 바람이 영천리 벌판을 두드리는 마지막 달 12월 중순, 이세윤 본부장(공장장)을 만났다.

내가 사랑하지
않으면 누가 보해를  
돌볼 것인가?

보해는 장성의 아들이다! 

장성에서는 최근 보해양조(이하 ‘보해’라 한다)에 대해 여러 가지 비판적 시각과 부정적인 말들이 떠돌았다.

그 요지는 ‘보해가 장성에 해 준 것이 뭐가 있냐’라는 주장이다. 보해가 장성의 전설적인 약수인 영천 방울샘 물을 사용하여 돈을 벌면서 정작 장성에는 특별히 해준 게 없다는 미운 입방아였다. 특히 지난해 직원 구조 조정할 때 장성 사람들이 많이 아웃시켰다는 루머까지 겹쳤다.

하지만 진짜로 그럴까?

거꾸로 보해 측으로 봐선 ‘우리가 장성에 그렇게도 못해 줬을까?’라고 자문하지 않을 수 없다.

1991년 완공된 5만평에 달하는 현재의 영천리 보해공장은 이후 28년 동안 장성의 현재 발전사와 궤를 함께해온 장성인의 자긍심이었고 보해그룹의 자존심이었다.

공장이 장성이 있는 관계로 매년 세금으로 기여하는 것도 상당하다. 올해도 1억4천만 원이 넘는 지방소득세와 재산세를 냈다. 법인 소재지가 목포에 있지만 그 법인세를 목포에만 내는 것이 아니라 종업원 수와 사업장 면적에 따라 배분하기 때문에 장성군이 지방소득세법인분을 기부 받는다. 다만 국가에서 거두는 주세는 국세라서 지역과는 무관할 수 밖에 없다.

술 공장이 장성에 있어서 예나 지금이나 각종 행사에 보해가 술 협찬을 도맡다시피했던 것이 사실이다. 보해는 장성에서 군단위, 읍면단위 행사는 물론이고 하다못해 축구대회나 등산대회, 친목 모임에서도 협찬을 의뢰하면 거절하지 않았다. 말없이 기꺼이 협찬해왔다.

올 노란꽃잔치에서는 우리나라 최초로 군단위 행사를 홍보하는 ‘옐로우시티 장성’이라는 지역 소주를 만들어 시판에 나서기도했다. 범 지역적 차원에서 기업이 지역행사에 동참한다는 취지였다.

지역 인재육성을 위해 보해장학회에서 장성고에 꾸준히 장학금을 기부해왔고 올해는 장성공장이 독자적으로 운영비를 아껴 장성군에 장학금 200만원을 기탁하기도 했다.

회사 차원에서 현재 1병당 10원씩 적립하는 기부금 운동은 일정액이 모아지면 기부할 예정이다.

직원채용에 있어서는 가능하면 장성 사람들을 우선적으로 채용하고 소요되는 물품 구입도 장성산을 최우선 구매하도록 했다. 현재 보해양조 협력업체를 포함한 직원 180여명 가운데 절반이 장성 사람들이다. 경영난으로 지난해 구조조정 할 때 퇴직한 76명 가운데 16명의 장성 사람이 포함돼 있었는데 이는 전체 직원과의 형평을 고려, 어쩔 수 없는 상황이었다. 일부러 장성 사람을 많이 퇴출하는 일은 결코 없다는 설명이다.

이세윤 본부장은 지난해 11월 부임하자마자 모든 직원들의 주소지를 장성으로 이전하도록 하고 자신도 장성군으로 이사를 왔다. 모든 회식도 장성에서 하도록 했고 회사 법인카드는 장성관내서 사용할 때만 결재하도록 했다. 장성에 주소는 둔 어느 기업, 어느 공단보다 철저한 신토불이 정신을 실천하고 있다.

하지만 현실은 눈물겨울 만큼 차가웠다.

지난해 장성 관내 소주 소비량 가운데 잎새주가 점유하는 비율은 30% 수준이었다. 나머지는 참이슬이 차지했다. 다른 시군이 50~60%를 차지하고 있고 고흥군의 경우 80%였던 것을 감안하면 친정인 장성군의 소비량은 참으로 비극적이었다. 다행히 전 직원들이 홍보 대사로 나서고 소비 작전에 뛰어든 덕분에 올해는 간신히 절반을 넘어선 56%를 나타내고 있다.

물론 모두가 외면하고 있는 것만은 아니다. 멀리 서울.경기도에서 타향살이를 할 때 잎새주 상표만 봐도 반가운 것이 장성 사람들의 정이다. 그런 애정 때문에 보해가 버텨오기도 했다.

장성에서 식당이나 주류업을 운영하면서 ‘술은 오직 잎새주만 팝니다’라고 고집하는 곳도 7곳이나 되는 것으로 된다. 그 중 한 곳은 보해공장이 들어선 28년 동안 다른 어떤 소주도 외면하고 오직 보해만을 고집한 곳도 있다. 보해를 식구처럼 감싸는 눈물겨운 애정들이다.

 

이유없는 반항인가? 

장성군 장성읍 영천리 100번지에 자리 잡은 잎새주 제조공장. 보해양조의 생산라인이 통합돼 이곳에서 복분자와 매실주 등 보해의 모든 술이 생산된다. 장성 사람들이 객지에 나가 활동하면서 ‘잎새주’ 상표만 보고도 반가워했던 향토기업이다.
장성군 장성읍 영천리 100번지에 자리 잡은 잎새주 제조공장. 보해양조의 생산라인이 통합돼 이곳에서 복분자와 매실주 등 보해의 모든 술이 생산된다. 장성 사람들이 객지에 나가 활동하면서 ‘잎새주’ 상표만 보고도 반가워했던 향토기업이다.

불행하게도 보해의 잎새주 매출은 급격히 추락하고 있다.

2015년 1,400억 원이었던 매출은 2016년 1200억, 2017년 998억, 그리고 올해는 840억으로 떨어졌다. 올해는 지난해보다 130억 원 정도 매출이 감소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3년만에 반토막이 났다. 기업의 생존이 걸릴 정도의 빨간불이 켜진 셈이다.

보해가 올해 황룡강 노란꽃잔치를 홍보하기 위해 기획적으로 만들어 시판에 나섰던 옐로우시티 소주. 보해는 지역행사에 동참함으로써 지역발전을 염원하는 순수한 마음이었으나 일부에서 오해를 받기도 했다.
보해가 올해 황룡강 노란꽃잔치를 홍보하기 위해 기획적으로 만들어 시판에 나섰던 옐로우시티 소주. 보해는 지역행사에 동참함으로써 지역발전을 염원하는 순수한 마음이었으나 일부에서 오해를 받기도 했다.

왜 그럴까?

지역 내 매출이 감소하고 지역민들의 반응이 냉담한 이유에 대해 보해의 불찰이나 전략부재를 지적할 수도 있다. 보해도 4차 산업 혁명시대에 걸맞는 치밀한 홍보전략으로 사운을 개척해야 한다. 우선 호남벌부터 장악하겠다는 의지로 호남인에게 애정에 불을 당기고, 스마트폰 시대를 겨냥한 개인 소비 마케팅전략을 세워야 한다.

하지만 호남인들의 잎새주 외면은 지역민의 정서와 의식에 근본적인 문제가 있다.

극히 미미한 차이의 소주 맛을 운운하며 서울경기 지역의 참이슬이 호남에까지 내려와 소주 판세를 장악한 것은 자존심의 추락이요, 호남 애향심의 후퇴라고 볼 수 있다. 그런데다 ‘서울에서 잘 나가는 술이니 좋은 술’, 또는 ‘소주는 역시 참이슬’이라는 맹목적인 우쭐감도 한몫하고 있다.

이와 달리 대전과 충남의 경우, ‘린’을 출시한 선양소주는 향토기업으로 자리잡아 참이슬이 아예 발을 붙이지 못하고 있다. 대전 사람들은 누가 묻지 않더라도 ‘선양 린 주세요’를 외치고 있다. 전국의 소주 맛이 대동소이하기 때문이다.

보해 주력상품인 잎새주는 소주의 참 맛을 지키고 국민의 건강을 생각하여 소주에 소금을 넣지 않는다. ‘음식 갖고 장난하지 말라’는 창업주 정신을 끝까지 지키고 있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잎새주는 약간 싱겁다는 느낌이 들 수 있고, 상대적으로 참이슬이 ‘쌔하다’는 말, 즉 ‘술맛이 낫다’는 평을 듣는다. 전문가들은 이것은 단지 나트륨 성분 첨가 때문으로 풀이하고 있다. 애주가들에게 권할 장점은 아니라는 설명이다.

하지만 소주를 품평하는 전문가들은 소주 맛이나 알코올 성분에 있어서는 잎새주와 참이슬의 차이가 전혀 없다고 단언한다.

잎새주는 장성의 아들딸이나 마찬가지다.

우리 장성은 28년 동안 보해양조의 상표를 보고 자랐다. 그 연륜도 청년의 나이를 넘어섰다. 결코 남의 자식일 수 만은 없다.

이 고을에 둥지를 틀고 있는 향토기업이 흥하느냐 망하느냐의 첫걸음은 집안에서부터 시작된다. 행동은 지역인들의 몫이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1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김광호 2019-01-06 08:33:29
하~~~~
이게 뭔 소리다요ㅡ
저는 화순읍에 살지만 술은 보해입니다ㅡ
몇 않되는 회식에도 보해를 선호했네요ㅡ
아타깝고 눈물겹네요ㅡ
기해년 올해를 기점으로 영원한 번창을 기원합니다
♡ 보해여 번창하라♡
♡보해여 영원하라♡
화순에서 김광호 올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