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동네 양돈장 죽어도 안됩니다!”
“우리 동네 양돈장 죽어도 안됩니다!”
  • 최현웅 기자
  • 승인 2019.01.16 13:5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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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년 양계장도 모자라 또 양돈장으로 고생하라고?
삼서면 금산리 주민, 양돈장 축종변경 반대 총궐기
1996년 닭 양계시범단지로 선정된 삼서면 금산리 양계단지 내 일부 축사를 종축 변경해 양돈단지로 바꾼다는 소식을 들은 주민들이 지난 2일부터 마을 곳곳에 현수막을 내걸고 강력 반발하고 나섰다. 주민들은 무기한 농성을 계속 할 예정이다.
1996년 닭 양계시범단지로 선정된 삼서면 금산리 양계단지 내 일부 축사를 종축 변경해 양돈단지로 바꾼다는 소식을 들은 주민들이 지난 2일부터 마을 곳곳에 현수막을 내걸고 강력 반발하고 나섰다. 주민들은 무기한 농성을 계속 할 예정이다.

“죽어도 허락 못합니다. 양계장 악취로 20여년이 넘는 세월을 참고 살았는데 이제는 이 자리에 돼지축사가 들어선다니 주민들은 대체 어찌 살란 말입니까?”

올겨울 최저온도를 기록한 한파에도 불구하고 양계단지 앞에 모인 삼서면 금산리 보강·죽산마을 주민들이 돼지축사 반대를 외치며 분노하고 있다.

이들 주민들은 새해 벽두인 지난 2일부터 삼서면 금산리 일원 양계단지 앞에 천막을 치고 축종변경으로 새롭게 들어설 돈사를 반대하며 농성에 들어갔다.

금산리 일원 주민들은 “그동안 새까맣게 모르고 있었는데 마을 내 양계단지를 운영하는 ㄷ영농법인이 지난해 11월 수익성 악화 등의 이유로 닭에서 돼지로 축종변경을 신청했다는 사실을 지난 2일에야 알고 가칭 ‘삼서주민자치 환경연합회’를 만들어 부랴부랴 양계단지 인근 농로에 천막을 치고 해당 단지 앞에서 축사 변경을 위한 공사차량을 저지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 사이 실제로 공사 차량이 시공을 위해 이곳에 왔다가 주민들의 저지로 두 번씩이나 쫓겨나가기도 했다.

이어 9일에는 축종 변경에 항의하는 금산리 인근 주민과 삼서면 사회단체 등 100여명의 주민들이 ‘삼서면 돼지사육반대 총궐기대회’를 열고 강력 반발했다.

이들은 사태가 해결될 때까지 집회와 항의를 계속할 예정이다.

총궐기 소식을 듣고 뒤늦게 현장을 찾은 사업주인 ㄷ영농조합 김 모 대표는 주민들로부터 거친 항의를 받기도 했다. 김 대표의 신고를 받고 출동한 지역 경찰 역시 주민들의 강력한 저항에 불상사가 없도록 주의만 주고 돌아갔다.

주민들은 “친환경으로 운영한다는 현재의 양계장도 아침에 일어나면 악취가 심해 고통을 받고 있는데도 이것도 모자라 이제는 돼지를 키운다고 하니 기가 찰 노릇”이라며 분노했다.

주민들은 또 “ㄷ영농법인이 악취를 거의 풍기지 않는 동물복지농장을 운영하겠노라 말을 했지만 ㄷ영농법인대표가 말하는 톱밥발효 돈사가 실제로 냄새를 얼마나 제거할 수 있는지 믿을 수 없으며 실제로 동물복지농장을 운영하려는 의지가 있는지 조차 의심스럽다”고 말했다.

ㄷ영농조합 김 대표는 “수년간 친환경 양계장을 운영하면서 경영이 어려워 오랜 고민 끝에 축종변경을 신청했다”고 사유를 밝혔다.

김 대표는 “돈사라고 해서 무조건 악취가 날것이라는 생각은 잘못된 편견이며 톱밥을 발효시켜 분뇨와 함께 매일 청소하고 순환시키는 시스템이기 때문에 주민들에게 피해를 주지 않을 것이다. 궁극적으로 ‘동물복지농장’을 인증 받아 운영하려 한다”고 밝혔다.

이어 “주민들을 모시고 현재 이러한 방식으로 운영되고 있는 농장을 직접 견학시켜드리고 싶은데 주민들은 무조건 반대만 하고 있다”고 호소했다.

김 대표의 이 같은 주장에 주민들은 그 말을 신뢰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주민들은 “‘친환경농장’이라 불리는 함평군 월야면의 농장주변 주민과 통화를 해봤는데 그 주민 역시 악취로 불편을 많이 겪고 있다는 말을 직접 들었다. 김 대표의 주장처럼 함께 친환경농장을 찾아가더라도 그때만 냄새가 안 날뿐 결국 다시 날 것”이라고 말했다.

또 “대표가 말만 대표지 김 대표 뒤에는 실질적인 운영자들이 있는 것으로 안다. 그들을 불러 끝장토론을 진행해보자고 해도 김 대표는 경찰에 신고는 하면서 이들 이사진에게 연락할 생각은 안하고 있다”며 분통을 터트렸다.

이어 “그동안 양계농장을 운영했던 대표들도 수 없이 많은 거짓말로 일관해왔다”고 말하고 “이번에 축종 변경포기 각서를 써주던가 정 안되면 차라리 우사로 변경하라”고 주장했다.

주민들은 아울러 “이번에 축종변경이 진행되는 선례를 남긴다면 인근 양계단지들은 우후죽순으로 모두들 수익성을 좇아 너 나 할 거 없이 양돈을 하려들 것”이라며 우려했다.

주민들은 또 아무리 법적인 하자가 없다고 하나 주민동의 없이 이렇게 기습적으로 축종변경허가를 내준 장성군에도 불만을 터뜨렸다. 이 같은 중대한 결정을 주민의견 한번 묻지 않고 허가를 내줬다는 것.

주민들의 거센 반발로 차량의 운행이 막히고 경찰이 출동하는 등 극한 충돌이 이어지자 장성군은 ㄷ영농조합법인 김 대표에게 일시 공사중지 권고를 했고 대표가 이를 받아들여 당분간 공사는 지연될 예정이다. 그러나 주민과 ㄷ영농조합은 한 치의 양보 없는 대립을 이어가고 있다.

주민대책위 측은 ㄱ대표가 말은 일시 공사중지를 한다고 했지만 언제 공사차량이 몰려올지 몰라 20여 명의 주민이 조를 편성해 매일 같이 감시하고 있으며 회비를 모아 간식도 충분히 마련해 두었다고 말해 장기간 농성에 대비하고 있음을 시사했다.

지난 2일부터 종축변경 신고한 마을 양계장일대 농로와 차도를 점거하고 천막 농성에 들어간 주민들.
지난 2일부터 종축변경 신고한 마을 양계장일대 농로와 차도를 점거하고 천막 농성에 들어간 주민들.

장성군은 어떻게 허가했나?

장성군 “법적으로 문제 없다”
주민의견 외면…‘반발 빌미’

주민들은 이곳 천막에서 기약 없는 농성을 벌이며 축종변경 신청한 업체의 축종변경 취소를 요구하고 있다.
주민들은 이곳 천막에서 기약 없는 농성을 벌이며 축종변경 신청한 업체의 축종변경 취소를 요구하고 있다.

삼서면 양계단지 축종변경에 대한 주민과 사업주간 갈등을 야기한 배경에는 장성군의 대응도 문제가 많다는 지적이다.

장성군이 ㄷ업체의 양계단지 축종변경을 허가하는 과정에서 주민들에게 어떤 의견도 구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14일 장성군 환경위생과에 따르면 “ㄷ영농조합법인이 지난해 11월, 삼서면 금산리 양계단지를 축종변경하겠다며 장성군에 변경신청을 해서 검토해보니 가축사육제한구역에 해당하지 않은 지역이라 법적 하자가 없어 이를 승인할 수밖에 없었다”고 밝혔다.

덧붙여 “주민동의를 얻거나 주민에게 알려야 하는 의무규정도 없어 주민들에게 알리지 않았다”고 말했다. 또 법인대표가 악취도 없고 친환경 사육을 실천해 ‘동물복지농장’을 운영하겠다고 약속했다는 점도 설명했다.

하지만 군의 이 같은 답변은 ㄷ업체의 일방적 주장을 장성군이 아무런 근거 없이 대변해주고 있다는 비판이다.

한편 장성군은 ㄷ업체 측이 등록신청시 마을주민의 동의서를 얻어 보관중이라고 밝혀 그런 줄 알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취재진이 동의서를 보고 싶다고 하자, 업체 측이 주민신변보호 등의 이유로 장성군에 제출하지는 않았다고 밝혀왔다.

하지만 주민 대책위는 “주민회의 결과 김 대표가 마을 양계업자에게서 미리 동의를 받아놓은 것으로 보이는 문제의 동의서도 본인으로부터 회수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서도 주민들은 김 대표가 주민들을 이간질 하고 주민 간 갈등을 부추기기 위해 치졸하고 치밀한 공작을 펼치고 있다며 분개했다.

장성군 환경위생과 관계자는 “주민들의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사업주와 주민들의 원만한 합의를 바라는 의미에서 김 대표에게 당분간 공사를 중지하고 주민과의 대화를 통해 문제를 해결할 것을 권고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장성군의 이 같은 조치는 뒷북치기에 불과하다는 지적이다.

주민들은 아무리 법적인 하자가 없다 하더라도 악취 등 주민들의 직접적인 생활불편이 예상되는데도 주민 설명회 한 번도 없이 축종변경 허가를 해 준 것에 대해서는 비난을 면키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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