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아무개 기자님께...
권아무개 기자님께...
  • 최현웅 기자
  • 승인 2018.04.03 16:0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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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의 생명은 팩트입니다”
합리적 근거 없는 음해 자제해야

우리시대 사상의 은사라 일컫는 고 리영희 교수는 생전에 이렇게 말했습니다.

“내가 종교처럼 숭앙하고, 내가 목숨처럼 지키려고 하는 것은 국가가 아니야 분명히... 소위 애국 이런 것이 아니야... 진실이야!”

기사의 생명은 팩트에 있습니다. 저는 20여 년이 넘는 기자생활을 했지만 수습 때 배운 ‘팩트’라는 단어 한마디는 제게 그렇게 오롯이 각인돼 있습니다.

그렇기에 기자라는 직업을 가진 자는 그 자신이 항상 사실 앞에 겸손해야 한다고도 배웠습니다. 기자는 그래서 그 진실을 위해 수차례 확인 또 확인을 해야겠지요. 저는 사실 확인 없이 보도하는 기사가 얼마나 많은 사람을 다치게 하는지 숱하게 경험하고 목격해 왔습니다.

물론 지금 드는 사례는 아직도 일부 사람들과 매체들은 여전히 당시의 기사가 사실이라고 주장하고 있다는 전제를 깔아야겠습니다.

우리에게 “나는 공산당이 싫어요.”로 알려진 이승복이라는 소년영웅은 90년대 초중반까지만 해도 전국의 모든 초등학교 교정에 동상으로 꼭 하나씩 세워져 있었습니다.

그런데 그동안 우리가 알고 있었던 이 위대한 소년반공투사가 사실은 조작됐었다고 1992년 당시 미디어오늘 김종배 편집국장은 폭로했습니다. 이후 언론개혁 시민연대를 중심으로 오보 전시회를 열며 이제는 언론계뿐 아니라 대다수 비판적 사고를 가진 이들은 이 뉴스가 반공이데올로기의 산물이 아니었나 의심들을 합니다.

멀리 갈 것도 없습니다. 이러한 오보의 폐해를 우리는 지난해 이미 뼈저리게 경험했습니다.

“박근혜씨는 탄핵결정이 나자 jtbc의 테블릿 피씨 보도가 조작됐다는 등의 가짜뉴스를 접한 탄핵반대 시위대가 시위도중 안타깝게 사망하는 사건은 그중 대표적인 한 예일 것입니다. 오죽했으면 jtbc에서는 아예 팩트체크라는 코너를 따로 편성해 사실관계 확인에 할애할 정도고 또 이 코너에 대한 인기도 날로 높아 타 방송에서도 따라 할 정도니 말입니다.

오보폐해 간과할 수 없어

각설하고, 권 기자님께 묻습니다.

권 기자님은 지난 26일 자로 발행된 자사 신문 지면기사에서 ‘○○투데이’라고 우리 지역에 하나밖에 없는 언론사 상호를 직접 거론하며 제기했던 첫 번째 오보는 장성투데이가 “3월 7일 제1호를 발행하고 인터넷은 그보다 앞선 3월 2일부터 기사를 확인할 수 있도록 했다”고 밝혔습니다. 하지만 장성투데이는 인터넷 개통일이 3월 7일이었고 창간호는 3월 12일 밤 10시께 초판 인쇄를 들어가 다음날 오전에 신문을 받아 이날 발송을 시작했습니다. 이 창간호 날짜가 14일 자로 찍혀 있습니다만 이는 독자에게 배달될 날짜를 감안해 이렇게 인쇄한 내용입니다.

우리 신문은 유료신문입니다만 창간 후 독자 확보를 위해 현재는 3개월여 동안 무료 배포 중이니 지면신문을 구하는 일이 그리 어렵지 않았을 것임에도 권 기자님은 이 작은 수고조차 마다하고 그런 오보를 낸 것입니다.

덧붙여 이 기사는 아니지만 3면에 실린 김 아무개 후보의 예비후보자 관련 기사도 제가 취재한 바로는 예비후보자 등록을 안 했음에도 버젓이 후보등록을 했노라고 했습니다. 이는 출마자 본인뿐 아니라 선관위 누리집만 찾아봤어도 확인할 수 있는 사항입니다. 굳이 기자의 자질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도록 하겠습니다.

‘아니면 말고’식 카더라 보도 말아야

두 번째는 발행인이자 편집인인 박 모 씨에 대해 언급하며 수의계약 특혜의혹을 받고 있는 업체의 대표이며, 지역 연고가 없는데도 부부 명의로 유 군수 취임 이후 세 개 회사를 설립해 3년 동안 10억 원이 넘게 계약을 체결한 것으로 알려졌다고 기재한 내용입니다.

이에 대해 장성투데이 발행인은 “군의 수의 계약은 군의 고유권한이며 합법적이고 적합한 심사를 통해 업체를 선정하는데도 이를 문제 삼아 특혜라고 주장한다면 정당하게 사업하는 모든 사업주들은 하나같이 군과의 특혜를 받은 것이냐?”며 되묻습니다. 또 “엄연히 장성읍 성산에 본인 명의의 건물을 소유하고 있는 데다 십 수 년 동안 장성에서 사업체를 운영하고 있는데도 장성사람이 아니라면 오로지 장성에서 나고 자라야만 장성사람이냐”고 묻습니다. 게다가 부부명의로 세 개 회사에서 10억 원 이상의 매출을 올렸다는 대목도 박 대표는 조목조목 반박을 이어 갑니다.

“부부가 함께 사업한다고 해서 그것이 비난의 대상이 될 수 있느냐. 또 3여 년 간 10억여 원이라면 사업하는 경영인으로서는 그리 많지 않은 금액”이라는 것입니다.

권 기자님은 구로사와 아키라 감독의 1950년 작인 라쇼몽을 빗대 “가장 공정하고 사실적이어야 하지만 동일한 사안을 보는 시각이 언론사 혹은 기자의 시각에 따라 달라질 수 있고, 판단은 결국 독자가 하는 것이기 때문에 지역 신문은 하나 둘, 둘 보다는 셋이 바람직하다는 생각”이라고 썼습니다. 저 역시 동일한 사안을 두고도 이를 바라보는 관점과 시각은 얼마든지 달라질 수 있고 이러한 수많은 스펙트럼이 모여 건강한 사회를 구성한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권 기자님은 라쇼몽의 ‘선택적 취사’에 관한 관점의 다양성을 얘기하면서도 기사의 흐름은 온통 박 대표의 의혹을 제기하는데 할애 합니다.

현상 보는 다양한 시각 존재해야

사회의 공기라 칭하는 언론이라는 것도 이익을 창출해야만 하는 자본의 산물이기에 권력과 자본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는 권 기자의 말에 저 역시 찬동합니다. 하지만 언론사마다 갖고 있는 복잡 미묘한 이해관계와 감춰진 의도는 차치하더라도 ‘아니면 말고’식 ‘카더라 통신’ 보도는 기자가 취할 행동은 분명 아닌 것입니다. 적어도 상대를 비판할 목적이라면 더더욱 신중해야 할 것이며 사실과 논리로 무장했어야 합니다.

이 기사를 쓰실 때 차라리 저한테 전화라도 하셔서 사실 관계를 파악하시구나 쓰시지 그러셨습니까? 권 기자님이 제기한 그 어떤 사항인들 제가 답변 못 해 드릴 사항은 없습니다. 설령 있다한들 그건 제가 정말로 모르는 사항일 것이고 또 답하기 곤란한 질문이 있어서 제가 답을 꺼리거나 회피했다면 그것 역시 기사거리가 될 것입니다. 하지만 권 기자님은 기사의 생명인 팩트 확인 한번 없이 오로지 ‘아니면 말고’ 식의 무책임하고 도발적인 말들만 쏟아내고 있습니다. 이러한 오보는 피해 당사자인 박 대표와 저뿐 아니라 나아가 이를 읽는 독자와 대중의 판단을 저해하고 궁극에는 권 기자님 본인에게 까지도 피해를 끼칠 수 있는 아픈 부메랑인 것입니다.

예컨대 권 기자님은 지역 언론의 다양성을 존중해서 더욱 다양한 시각이 존재해야 한다고 했습니다. 그럼에도 권 기자는 근거 없는 추측성 보도로 새롭게 시작하는 언론사의 명예마저 흔드는 등 흠집 내기에 바쁩니다. 이러한 흠집 내기는 서로 보완하고 상생해 나가야 할 지역 언론과 지역민들을 위해서라도 전혀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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