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 떠나자 모교도 함께 사라져...
아이들 떠나자 모교도 함께 사라져...
  • 최현웅 기자
  • 승인 2018.03.03 15:3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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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7회 졸업생을 끝으로 사라지는 ‘약수중학교’
박충열 이장, 처음엔 충격으로 정신과 치료도
비바람이 불던 지난달 28일, 폐교의 길을 걷게 되는 약수중학교를 애잔히 바라보고 있는 단전리 박충열이장
비바람이 불던 지난달 28일, 폐교의 길을 걷게 되는 약수중학교를 애잔히 바라보고 있는 단전리 박충열이장

 

“학생들은 갔지만 소중한 지역민의 공적자산으로 거듭나길 희망합니다.”

올해로 47회 졸업생을 배출하는 약수중학교는 지난달 28일. 학교로서의 수명을 다하고 건물은 지역민의 공용재산으로 환원되지만, 이제 ‘약수중학교’라는 그 이름은 아쉽게도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지게 됐다.

이 학교 졸업생이기도 한 단전리 박충열 이장은 처음 약수중학교 통폐합 소식을 접하고선 충격에 휩싸여 한동안 광주에 까지 왕래하며 신경치료를 받았다고 했다.

장성교육지원청에 따르면 근래 농촌지역의 인구감소가 수십 년째 이어지면서 학생 수 급감 등의 이유를 들어 백암중학교에 통폐합됐다고 밝혔다. 백암중학교는 이미 지난 2015년에도 북이면의 ‘장성북중’과 북일면의 ‘신흥중학교’를 통폐합하여 전남 최초로 기숙형학교의 형태로 운영 중에 있다.

박이장은 “처음엔 눈앞에 보이는 게 없었어요. 그 어느 누가 자신의 탯줄과도 같은 어릴 적 모교가 이름도 없이 사라져 간다는데 흥분하지 않을 사람이 어디 있겠습니까?” 졸업생들 모두가 똘똘 뭉쳐 반대도 해보고 만날 수 있는 사람들은 다 만나봤다고 한다. “군수도 교육장도 4차례나 만나서 대화도 해보고 사정도 하는 등 할 수 있는 건 거의 다했다고.

하지만 작은 학교 살리기라는 당위성과 지역민들과 졸업생들의 숱한 반대의 목소리도 학령인구 감소라는 대세 앞에 그 모든 논란도 이제는 소리 없이 사그라들었다.

한때는 그 누구 보다 폐교반대의 목소리를 높였던 박이장이지만 학생 수 감소와 더불어 낮아지는 아이들 학습 환경에 반대만 할 수 없다고 느끼고 지난해를 넘기며 이제는 통폐합을 이끄는 추진위원장을 도맡아 이끌었다.

아이들을 볼모로 기약 없는 반대를 외치기보다 실속 있고 가치 있는 대안 찾기에 나선 박이장은 통폐합 추진에도 그 누구보다 적극적으로 나섰다. “보성과 신안 등 폐교를 찾아다니며 벤치마킹을 하는 등 모교 터를 살릴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을 찾아 나섰지만 폐교를 막기엔 역부족이었습니다. 그래서 지역민들의 의견을 물었더니 80% 가까운 많은 분들이 폐교가 대세라 여겨 그 길을 지지하게 됐습니다. 라고 말했다.

지난달 이 학교 마지막 졸업식장은 학부모들과 졸업생, 재학생이 뒤엉켜 그야말로 눈물바다였다고 회상하는 박이장. 이어 “안타깝고 허전한 심정은 이루 말할 수도 없다”면서 처음엔 취재진과의 인터뷰도 사양하려 했지만 거듭된 요청에 어쩔 수 없이 응하게 됐다며 눈시울을 붉혔다.

이어 이 학교는 마을주민들이 손수 흙이며 돌 등을 이고 지고 나르며 세워진 그야말로 주민들의 피와 땀이 사려있는 의미 있는 장소라 강조하며 설립자인 이기우 선생님의 귀한 뜻 이어받아 의미 있고 가치 있는 공간으로 거듭나길 바랄뿐이라며 말끝을 흐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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