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충열 이장, 처음엔 충격으로 정신과 치료도
“학생들은 갔지만 소중한 지역민의 공적자산으로 거듭나길 희망합니다.”
올해로 47회 졸업생을 배출하는 약수중학교는 지난달 28일. 학교로서의 수명을 다하고 건물은 지역민의 공용재산으로 환원되지만, 이제 ‘약수중학교’라는 그 이름은 아쉽게도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지게 됐다.
이 학교 졸업생이기도 한 단전리 박충열 이장은 처음 약수중학교 통폐합 소식을 접하고선 충격에 휩싸여 한동안 광주에 까지 왕래하며 신경치료를 받았다고 했다.
장성교육지원청에 따르면 근래 농촌지역의 인구감소가 수십 년째 이어지면서 학생 수 급감 등의 이유를 들어 백암중학교에 통폐합됐다고 밝혔다. 백암중학교는 이미 지난 2015년에도 북이면의 ‘장성북중’과 북일면의 ‘신흥중학교’를 통폐합하여 전남 최초로 기숙형학교의 형태로 운영 중에 있다.
박이장은 “처음엔 눈앞에 보이는 게 없었어요. 그 어느 누가 자신의 탯줄과도 같은 어릴 적 모교가 이름도 없이 사라져 간다는데 흥분하지 않을 사람이 어디 있겠습니까?” 졸업생들 모두가 똘똘 뭉쳐 반대도 해보고 만날 수 있는 사람들은 다 만나봤다고 한다. “군수도 교육장도 4차례나 만나서 대화도 해보고 사정도 하는 등 할 수 있는 건 거의 다했다고.
하지만 작은 학교 살리기라는 당위성과 지역민들과 졸업생들의 숱한 반대의 목소리도 학령인구 감소라는 대세 앞에 그 모든 논란도 이제는 소리 없이 사그라들었다.
한때는 그 누구 보다 폐교반대의 목소리를 높였던 박이장이지만 학생 수 감소와 더불어 낮아지는 아이들 학습 환경에 반대만 할 수 없다고 느끼고 지난해를 넘기며 이제는 통폐합을 이끄는 추진위원장을 도맡아 이끌었다.
아이들을 볼모로 기약 없는 반대를 외치기보다 실속 있고 가치 있는 대안 찾기에 나선 박이장은 통폐합 추진에도 그 누구보다 적극적으로 나섰다. “보성과 신안 등 폐교를 찾아다니며 벤치마킹을 하는 등 모교 터를 살릴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을 찾아 나섰지만 폐교를 막기엔 역부족이었습니다. 그래서 지역민들의 의견을 물었더니 80% 가까운 많은 분들이 폐교가 대세라 여겨 그 길을 지지하게 됐습니다. 라고 말했다.
지난달 이 학교 마지막 졸업식장은 학부모들과 졸업생, 재학생이 뒤엉켜 그야말로 눈물바다였다고 회상하는 박이장. 이어 “안타깝고 허전한 심정은 이루 말할 수도 없다”면서 처음엔 취재진과의 인터뷰도 사양하려 했지만 거듭된 요청에 어쩔 수 없이 응하게 됐다며 눈시울을 붉혔다.
이어 이 학교는 마을주민들이 손수 흙이며 돌 등을 이고 지고 나르며 세워진 그야말로 주민들의 피와 땀이 사려있는 의미 있는 장소라 강조하며 설립자인 이기우 선생님의 귀한 뜻 이어받아 의미 있고 가치 있는 공간으로 거듭나길 바랄뿐이라며 말끝을 흐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