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단] 장성군 푸드플랜 사업 어디까지 왔나?
[진단] 장성군 푸드플랜 사업 어디까지 왔나?
  • 최현웅 기자
  • 승인 2019.11.25 10: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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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 . 관 . 군 협력 먹거리위원회 '활동 본격'

2019 푸드플랜 최우수 지자체 선정 ‘성과’

 

생산자 확보.판로개척 등 과제 ‘첩첩산중’

장성군이 지난해부터 군의 역량을 집중해 추진한 푸드플랜 지원 사업이 본궤도에 올랐다.

하지만 장성군의 푸드플랜사업이 가시적인 성과를 내기엔 앞으로 헤쳐 나가야할 과제들이 산적해 있다.

장성군은 지난 9일 농림축산식품부가 주관한 ‘2020년 식품소재 및 반가공산업 육성사업’ 공모 결과 상무대 군급식 군납조합인 장성 삼서농협이 전남에서 유일하게 선정돼 지역 농산물에 대한 판로확보에 청신호가 켜졌다고 밝혔다.

군은 또 이보다 앞서 지난달 29일 ‘장성군먹거리위원회’를 출범시켜 푸드플랜사업의 본격적인 시동을 걸었다. 군은 이로써 지역농업인이 생산하는 우수 농특산물의 안정적인 판로를 확대하고 소비자들에게 신선하고 안전한 먹을거리를 공급할 수 있는 ‘먹거리종합관리시스템’ 구축의 발판을 마련하게 됐다고 평가하고 있다.

지역단위 푸드플랜 정책은 문재인정부의 100대 혁신과제로 2022년까지 100개 지자체를 대상으로 수립을 추진하고 있다. 먹거리의 생산·소비·유통·폐기에 이르는 전 과정을 지역 내 순환시스템으로 구축하여 중·소농에게는 안정적인 소득을 보장하고, 지역민에게는 안전하고 건강한 먹거리 제공을 위한 사업이다.

장성군은 지난해부터 ‘푸드플랜’에 발맞춰 신속히 전담조직인 농식품유통과를 신설하고 전담 T/F팀을 구성하여 푸드플랜 기본계획을 수립했다.

2019년 지역단위 푸드플랜 구축지원사업 공모에는 전국 32개의 지자체가 신청해 치열한 경합을 벌여 확정된 18개 지자체 가운데 장성군이 농촌형 푸드플랜의 ‘최우수 지자체’로 선정됐다.

이로써 장성군은 ‘푸르플랜 선도지자체’란 명칭을 부여받고 농식품부가 공모, 또는 지원하는 사업 가점 혜택을 받아 올 봄부터 본격적인 지역 먹거리 선순환시스템을 구축하는 발판을 마련하게 됐다.

장성을 대표하는 가을 과일인 사과밭을 찾는 어린 고객들. 농민들이 스스로 활로를 개척하기 위해 체험프로그램을 개설해 소비자와 소통하는 방안이 인기를 모으고 있다.
장성을 대표하는 가을 과일인 사과밭을 찾는 어린 고객들. 농민들이 스스로 활로를 개척하기 위해 체험프로그램을 개설해 소비자와 소통하는 방안이 인기를 모으고 있다.

올해 이어 내년에도 선정될까?

군은 또 공모사업비로 올해 4월부터 12월까지 지역 먹거리 생산, 소비, 유통 등 전 과정에 대한 심층 실태조사와 지역 먹거리 이슈를 분석한 정책과제를 도출하고 정책과정의 시범적 실험을 통해 현장 적용 가능성을 검증하는 연구용역을 의뢰했다.

여기에 다양한 계층이 참여하는 푸드플랜추진위원회를 구축하고 공감확산을 위한 교육도 실시해 농가의 역량도 제고할 계획이다.

장성군 푸드플랜 담당자에 따르면 올해 말에는‘2020년 푸드플랜 패키지 지원사업’에 공모하여 생산 및 유통기반 구축, 장성푸드통합지원센터 운영, 거점농민가공센터 설치, 농산물 안정성 분석실 설치 등 지역단위 푸드플랜의 본격적인 추진을 위해 필요한 국비 유치에 사활을 걸 방침이다. 군은 이 공모사업의 규모로 향후 5년여 동안 100~150억의 국비 지원을 전망하고 있다.

푸드플랜 추진계획이 장성군의 바람대로 진행된다면 생산-가공-유통-소비로 이어지는 체계적인 논스톱시스템을 통해 산업인구 유입과 대규모 일자리 창출을 통한 경제 활성화를 꾀한다는 방침이다.

장성군은 지난 10월 29일 푸드플랜 구축을 위해 각계 전문가를 초빙한 먹거리위원회 발족식을 갖고 본격 활동에 들어갔다.
장성군은 지난 10월 29일 푸드플랜 구축을 위해 각계 전문가를 초빙한 먹거리위원회 발족식을 갖고 본격 활동에 들어갔다.

문제는 생산자...준비는 됐나?

하지만 장성군의 이 같은 장밋빛 청사진에도 일각에서는 우려의 목소리도 들려오고 있다. 장성군이 농도(農都)이긴 하지만 다양한 곡물과 채소를 생산할 여력이 없는데다 대표적 산물도 그다지 많지 않은 현실에서 소비자들이 원하는 농산물을 알맞은 시기에 맞춰 생산해 내기란 결코 쉽지 않은 일이기 때문이다.

이 같은 우려는 지난달 꾸려진 장성군 먹거리위원회에 생산자대표로 참여한 위원들의 생각도 별반 다르지 않다. 지난달 29일 먹거리위원회에 참석해 위촉장을 받았던 장성군 4H연합회 신찬웅 회장은 “위원회 출범식 며칠 전 연락을 받고 참석하긴 했으나 위원회 출범식장이나 그 후에 따로 회의를 하거나 푸드플랜 관련 얘기를 하거나 들은 바는 없다”고 말했다.

이제 시작하는 단계라고는 하지만 사업의 열쇠나 다름없는 생산자들조차 사업의 개요나 장기적 플랜에 대한 비전제시 없이 꾸려진 위원회를 믿고 기다리기엔 무리가 따른다는 지적이다. 일각에선 이날 참여한 생산자 대표들 역시 실질적인 도움이 안 된다는 지적도 나온다.

장성군먹거리위원회에 참여한 생산자 위원을 살펴보면 △농촌지도자장성군연합회 △생활개선장성군연합회 △한국농업경영인장성군연합회 △한국여성농업인장성군연합회 △장성 4-H연합회 △장성귀농인협의회 △장성예찬 대표 등으로 이뤄졌다.

이들은 장성군 농업관련 단체 대표의 자격을 갖고 있지만 정작 이들 대표가 생산자의 목소리를 대변할 순 없다는 지적이다. 이에 대해 황룡면에서 벼농사를 짓고 있는 김 아무개 씨는 “장성군이 생산자의 목소리를 반영코자 한다면 이들 대표보다 차리리 각 품목별 생산자단체를 참여시켜 현장의 목소리를 들어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장성군은 푸드플랜 완성을 위해 국내 선진지 견학을 포함, 프랑스와 독일 등 현지를 둘러보며 미래 먹거리 활성화 대안 찾기에 몰두하고 있다.
장성군은 푸드플랜 완성을 위해 국내 선진지 견학을 포함, 프랑스와 독일 등 현지를 둘러보며 미래 먹거리 활성화 대안 찾기에 몰두하고 있다.

퍼주기식 지원은 안 된다

또 이들 위원 가운데는 공판장 개척이나 로컬푸드매장 운영 등 유통을 담당하는 전문가가 없어 다양한 판로확보가 이뤄지지 못한 점도 아쉬운 대목이다.

군이 발주해 맡긴 용역 업체의 추진계획도 부실하다는 지적이다. 지난달 29일 공개된 ㈜지역파트너플러스(대표 나영삼)의 사업 계획안을 살펴보면 총 8천만 원을 들여 기획된 사업치고는 너무 평이하고 구체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다.

이 계획안에는 장성군 농산물에 대한 현황파악도 안 돼 있는데다 판로 분석도 학교 공공급식과 군부대급식 외에 인근 광주권 소비시장 확보 방안만 나왔을 뿐 새롭거나 획기적인 방안이 없다는 지적이다.

장기적인 안목으로 살펴보면 사업시행 초기엔 생산자의 이익 보장을 위해 지자체가 다양한 지원책을 마련해 주지만 농민 스스로가 경쟁력을 확보하지 못한다면 지자체의 일시적 지원은 결국에는 해가 될 수도 있다.

장성군 푸드플랜사업의 성패는 ‘지역 농가에서 질 좋은 농특산물을 공급하고, 장성군은 어떻게 판로를 확보느냐’에 달려있는데 두 마리 토끼를 쫓기에 아직 역부족이라는 지적이다. /최현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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