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조계에서 유전무죄 무전유죄(有錢無罪 無錢有罪)라는 말이 흔히 회자된다.
돈이 있으면 어떤 범죄라도 죄를 면할 수 있고, 돈이 없으면 처벌 받을 수 밖에 없다는 풍자논리를 대변하는 말이다.
그러나 최근에 유행하고 있다는 유전생존 무전사망(有錢生存 無錢死亡)이란 말은 잘 들어보지 못했다. 이 말은 ‘돈이 있으면 살 수 있고 돈이 없으면 죽게 된다’는 뜻이다.
과연 맞는 표현일까?
옛 선인들은 “돈을 잃으면 조금 잃는 것이요, 명예를 잃으면 많이 잃는 것이며, 건강을 잃으면 다 잃은 것”이라고 했다.
그러나 돈이 의료산업을 지배하는 세상에서 이 말은 잘 어울리지 않는 것 같다.
최근 미국 노스웨스턴대 의대의 한 교수가 돈이 건강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조사했다. 무려 8,714명을 대상으로 20년 동안, 2년 단위로 추적조사해 얻은 결과라고 밝혔다.
이 논문에 따르면 미국 51세~61세 중년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1,000명 당 평소 사망률이 30%였으나, 갑작스럽게 재산의 75% 이상을 잃은 사람은 사망률이 65%였으며, 항시적 가난 상태나 빚쟁이는 사망률이 73%로 나타났다. 또 금융위기와 같은 불안 상태도 혈당과 고혈압이 상승해 사망률이 평상시보다 높다는 결론을 도출해냈다. 말하자면 돈이 없거나 없어지면 사망률도 높아진다는 뜻이다.
국민의 건강과 행복을 추구해야하는 정부가 잘 새겨들어야 할 연구결과다.
돈이 없어서 치료를 못 받거나, 돈이 없어서 죽어가는 국민이 없어야 한다. 돈만 있다면 목숨을 살 릴 수 있는 상황에서 돈은 하느님과 같은 존재일 것이다. 그런 역할을 정부나 자치다체가 해야 한다.
그 동안 가난하게 살아온 것도 원망스러운데 인생의 마지막 마저도 돈 때문에 죽게 된다면 분명 서글픈 일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