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0년 전통의 방울샘 당산제 사라진다!
400년 전통의 방울샘 당산제 사라진다!
  • 백형모 기자
  • 승인 2020.02.03 11:2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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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성읍 영천리 방울샘에서 지낸 대보름제 올해로 끝?
장성에서 가장 깨끗하고 물맛이 좋다는 영천방울샘 전경. 지금도 샘에서 방울방울 물방울이 솟는다. 영천리 일대에서 솟아오른 지하수로 보해양조의 모든 술이 만들어진다.

“예전에는 마을 사람들이 함께 나와 하루 종일 청소하고 제사상 준비하고 농악굿을 울리고 그랬는디 이제는 당산제를 지낼 사람이 없어요, 사람이~”

정월 대보름을 앞둔 나성계(69) 영천 이장의 아쉬움 섞인 설명이다. 장성군 장성읍 영천리에는 전남기념물 제186호로 지정된 영천방울샘이 있어 매년 신성한 당산제가 열려 왔다.

10여년 전까지만 해도 각 가정에서 십시일반으로 성금을 내 제수상을 차려 준비한 뒤 수십명이 농악대를 이뤄 대보름 저녁 11시가 되면 거대하게 행사를 치뤘다. 그러더니 차즘 가구 수가 점점 줄고 거동마저 불편한 어르신들만 남아 당산제에 관심도 떨어져 이제는 사라질 위기에 직면했다. 20년 전에는 영천리 1구와 2구에 모두 150여 세대가 살았으나 지금은 70여 세대에 불과하다. 대부분이 80이 넘은 초고령이라서 이런 일에 자진해서 앞장설 사람이 없다.

“며칠 전 마을 총회를 했는데 ‘더 이상 당산굿을 할 사람도 없고 성금도 걷히지 않으니 올해부터 포기하는게 낫겠다’고 결론 내렸습니다”
나성계 이장은 하는 수 없이 마을민의 뜻에 따르기로 했다. 하지만 이장 부부만이라도 방울샘 주변 청소를 하고 대보름날 저녁 11시에 소주상이라도 마련해 올릴 계획이라고 한다.

장성읍 영천리 1415-3번지 오동촌마을 어귀에 위치한 영천 방울샘은 오래전부터 매년 정월대보름날에 마을에서 동제를 지내왔다. 둘레 15m의 타원형 우물은 지하에서 물이 방울처럼 솟아오른다고 하여 ‘방울샘’이라는 명칭을 얻게 되었다. 2001년 9월 27일에 ‘전라남도 기념물 제186호’로 지정되었다.

방울샘의 시원에 대해서는 정확하게 알 수 없지만 오동촌마을이 400여 년 전에 형성되었다는 점을 고려하면 공동 우물 기능을 하던 방울샘의 역사도 400년 이전으로 소급된다고 할 수 있다.

방울샘에 대한 가장 오래된 기록은 『대동지지(大東地志)』이다. 이 책에는 방울샘에 대한 구체적인 내용이 소개되어 있지 않고 소재지만 기록되고 있다. 다음으로 『호남읍지』에 포함된 「장성부읍지」 산천조에 다음과 같은 내용이 전한다.

“부(府)의 동쪽 5리에 있다. 물이 솟아나오는 것이 방울과 같은데 영험과 이적이 자주 있다. 가뭄이 들면 기우제를 지냈다.”

이런 기록을 뒷받침하듯 오동촌마을에서는 방울샘을 마을을 지켜 주는 수호신으로 여기고 매년 정월대보름날에 당산나무에서 지내는 당산제와  방울샘제를 지내며 신성시했다. 음력 정월 열나흩날 오전에 당산나무와 방울샘 주변에 금줄을 치고 사람들의 출입을 제한한다. 밤 11시쯤에 당산할아버지에게 먼저 제를 올리고 나서 방울샘으로 옮겨 샘제를 지낸다. 마지막으로 당산할머니에게 제를 지내는 것으로 절차를 마무리한다.

네이버 백과사전에 올라있는 영천방울샘의 이같은 기록도 방울샘제가 사라지면 올해부터는 수정돼야 할 판이다.                                                                  /백형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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