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국 칼럼] 불효자는 옵니다 ??
[편집국 칼럼] 불효자는 옵니다 ??
  • 백형모 기자
  • 승인 2020.09.28 11:0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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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러봐도 울어봐도 못 오실 어머님을...”

“불러봐도 울어봐도 못 오실 어머님을 원통해 불러보고 땅을 치며 통곡해요 다시 못 올 어머니여 불초한 이 자식은 생전에 지은 죄를 엎드려 빕니다”

가수 진방남씨가 1938년 발표하여 지금까지도 어르신들의 심금을 울리는 대표적인 한국인의 노래 ‘불효자는 웁니다’의 가사다. 진방남은 <산장의 여인> <단장의 미아리고개> <울고 넘는 박달재>를 부른 반야월의 다른 예명이다.

코로나가 세상을 조종하고 있는 시국에 한국에서는 뜬끔없이 불효자(?)가 다시 등장했다. 올 추석에는 고향에 내려오는 사람이 불효라는 뜻으로 ‘불효자는 옵니다’란 표현이 떠올랐기 때문이다.

코로나가 효와 불효를 되새기게 하고 있다.

코로나 시대엔 효(孝)도 달라질까?

부모를 찾아 오는 것도, 안 오는 것도 모두 효도일 수 있다.

문제는 마음과 평소의 행동이다.

우리는 태어날 때부터 부모의 은혜를 입고 나왔다. 종교에서 말하는 원죄론의 시작이기도 하다. 이러한 부모님을 조금이라도 편안하게 해드리고자 하는 마음과 행동을 갖는다는 것이 효행의 첫 걸음이다.

그 반대는 불효자이다. 부모님의 심기를 불편하게 하는 것을 시작으로 못살게 하거나 심지어 죽음으로 모는 것까지 포함한다. 이 정도 되면 패륜아(悖倫兒)란 표현을 쓴다. 인간으로서 마땅히 하여야 할 도리에 극도로 어그러지는 행동인 ‘패륜을 저지른 자’를 뜻하는 단어다. 비슷한 뜻의 속어로는 ‘후레자식’이란 말이 있다. 배운 것 없이 막되 먹은 버릇없는 사람의 종착지를 의미한다.

지난 2015년 제19대 국회에서 더불어민주당 민병두 국회의원이 민법개정안을 대표발의했다.

이른바 ‘불효자 방지법’ ‘불효자 먹튀 방지법’ 등으로 불리는 민법 개정안이다. 법안의 골자는 ‘자녀가 부모로부터 재산을 증여받고도 부양의무를 제대로 이행하지 않거나, 부모를 학대하는 패륜 행위를 할 경우 증여 재산을 반환하도록’하는 내용이었다.

현행법은 ‘부모에 대한 범죄행위와 부양의무 위반’이 있는 경우에만 증여 재산을 돌려받을 수 있도록 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 법안은 19대 국회가 결론을 내리지 못하고 끝났기 때문에 자동폐기 됐지만 우리 사회에 뜨거운 불효자 상을 끄집어냈다.

한편에서는 “추상적인 개념인 효도, 공경 등을 갖고 사적 영역인 가족관계에 국가가 개입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는 지적도 나왔지만 “부모(노인 등)의 건강한 삶을 위해 국가가 개입할 필요성이 있다”는 의견이 충돌하기도 했다.

당시 개정안 발의를 위한 입법 공청회에서는 자식에게 유산을 물려줬다 학대피해를 당한 노인들의 사례가 소개돼 세간의 관심을 모으기도 했다.

공청회에 참석한 김진동(78.가명)씨는 “평생 모시겠다”는 딸에게 속았다고 했다. “전 재산 6,000만 원을 물려주자 그 길로 연락이 끊겼습니다. 그 얘길 듣고 찾아온 아들은 ‘왜 나에게는 안주냐’고 폭행, 학대를 시작했습니다.” 딸을 상대로 한 소송에서 패소한 그는 기초연금 등에 기대 생활할 수밖에 없는 형편이었다.

이을순(81.가명)씨의 사연도 비슷했다. 그는 자식에게 폭행을 당한 뒤, 아들과 함께 법정에 서게 됐는데 법정에서 어머니의 마음으로 “선처해 달라”고 호소했다가 그날로 풀려난 자식에게 연거푸 폭행을 당하기까지 했다. 패륜아의 전형이었다.

길거리에 내몰린 상당수의 어르신들로부터 이같은 체험담을 들을 수 있다. 이런 사회의 거울을 본받아 지금은 많이 각성(?)하는 추세다. 일부 어르신들은 “재산을 전부 물려주고 아무것도 없으면 곧 거지 신세를 면치 못한다”는 충고를 스스럼없이 주고 받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들은 영원한 어머니이고 아버지이다. 항상 못 챙겨줘서 안달이고 무언가 부족해 안쓰러워한다. 아들보다 며느리에게 더 미안해서 죄인 같은 맘 뿐이다.

이번 추석에도 못 내려온다는 전화를 받은 부모님은 꾸역꾸역 참으며 말씀하신다.

“며늘아야, 안 와도 좋으니 니들이라도 건강하게 잘 살아라 와”

전화 너머로 퉁명스럽게 하신 말씀이지만 그 목소리 안에 눈물이 서 말은 담겨 있다는 것을 어찌 알까./편집국장 백형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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