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국 칼럼] 이일병, 당신같은 사람 때문에 ‘이생망’이다!
[편집국 칼럼] 이일병, 당신같은 사람 때문에 ‘이생망’이다!
  • 백형모 기자
  • 승인 2020.10.12 10:4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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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고마비라 했는가, 쾌청하던 날씨가 갑자기 쌀쌀해졌다.

멍 하니 올려다 본 하늘 구름은 유난히 높게 떠 있다.

가까이 하기엔 너무 먼 당신처럼 말이다.

나만 그런걸까?

요즘 젊은이들 사이에 이생망(‘이번 생은 망했다’말의 줄임말)이란 단어가 유행이다.

참으로 씁쓸하다.

어찌해서 이번 생을 포기할 정도가 됐는가.

도대체 뭐가 이들을 그토록 슬프게 만들었단 말인가.

금수저가 아닌 이상, 열심히 공부하여 대학을 나오고, 취업하여 당당한 사회인으로 역할을 다하며 행복한 가족을 일구는 게 정상이다. 그런데 누가 이런 정상 궤도를 이탈하며 자포자기하도록 만들었단 말인가.

누군가 범인은 있을듯하다.

대표적으로, 한 사람만 보자.

이일병 연세대 명예교수다.

그의 부인은 강경화 외교부 장관이다.

코로나 시대에 국민과 외국인의 입출국에 절대 자제를 외치고 있는 주무 장관이다.

외교부는 지난 3월부터 코로나 확산을 방지하기 위해 ‘특별여행주의보’를 내려놓고 국민의 여행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그런데 이 교수가 추석 연휴에 ‘고급 요트를 구입하겠다’며 미국으로 출국했다. 겸해서 미국 동부 카리브 해안가를 돌며 여행을 즐기겠다고 말했다. 노익장을 과시하며 요트를 즐기는 장면은 상상만 해도 정말 멋진 인생의 결정체이다.

하지만 말문이 막힌다.

보통 사람들은 나라가 요구하니까 정든 고향과 부모님도 뵈러 가기를 삼가고 동영상으로 추석을 지냈다.

나라가 요구하니까 그 흔한 바닷가 관광지도 제대로 가지 못했다. 나라가 뭐라하니까 가까이 있는 장성호 수변길도 포기했다.

온 국민이 코로나 종식을 기대하며 노심초사 염원하고 답답한 가슴을 부여잡고 있다.

그런데 출국 자제를 외치고 있는 장관의 가족이 3억원 짜리 호화 요트를 구입하겠다며 버젓이 미국으로 떠났다는 뉴스가 웬 말인가.

부인이 고위 공직자인데 부담되지 않느냐는 취재진의 질문에 이 교수는 “나쁜 짓을 한다면 부담이지만 제가 옳다고 생각하는 것, 내가 내 삶을 사는 건데 다른 사람이 어떻게 생각하느냐 때문에 내 삶을 양보해야 하나. 모든 걸 다른 사람 신경 쓰면서 살 수는 없다”고 말했다.

‘내 인생 내가 산다’는데 무슨 말을 할 수 있을까?

정년 퇴임한 60대 후반의 지성인으로 더 이상 허리 굽기 전에 해외 여행의 꿈을 실현하기 위해 오래 전부터 계획한 것이었다고 인정해 주자. 더구나 머릿결에 흰눈이 내리는 ‘멈추지 않는 인생 시계’를 차고 있는 사람으로써 언제 끝날지 알 수 없는 코로나팬데믹 현상을 막연하게 바라보고 있어야한다는 사실이 참을 수 없었는지도 모른다.

그래서 해외 여행 중에서도 사람을 피할 수 있는 바다여행, 크루징을 선택했다는 말에도 동의해 주자. 재산도 어느 정도 있으니 ‘남겨서 뭣하리’ 생각할 수도 있다. ‘나의 늙어감을 당신들이 책임져줄 것이야’라고 묻는 듯한 어투에도 이의를 달지 말자.

내 인생을 내 계획대로 살 권리는 있을테니까… 

그러나 백번을 양보한다 하더라도 한가지 발언만은 쉽게 받아들일 수 없다.

‘모든 걸 다른 사람 신경 쓰면서 살 수는 없다’는 그 말이다.

그런 식으로 내 삶의 자유를 누리는 것이라면 누군들 못할 것이 무엇이며, 또 세상 무엇이 두렵겠는가? 좀 가진 위치에 서면 그렇게 안중에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것인가.

어느 설문 조사에서 국민 10명 가운데 6명이 “한국은 불공정한 사회”라고 답했다.

4년제 대학생들이 올해 취업 전망에 대해 “절반 가량이 백수 될 것”이라고 답했다.

이들은 우리사회가 정상적으로, 땀흘리며 노동력으로 돈 벌 수 있는 사회가 아니라고 말한다.

모두가 ‘이생망’을 부추기는 절박함들 뿐이다.

윈스턴 처칠이 이렇게 말했다.

“지옥을 통과하는 중이라면 천천히라도 걸을 수 밖에 없다.”

젊은이들이여, 어차피 통과해야 할 어둠의 관문이라면 주저앉아서는 안된다.

천천히 걸어나가며 빛을 찾아야 한다.

‘이생망’으로 아까운 청춘을 끝낼 순 없지 않는가.

지금 6.70대 어르신들에게 지옥의 30대로 되돌려주겠다고 제안한다면 이렇게 말하지 않을까?

“천하에 무엇을 못하랴, 그 젊음만 있다면…”                      

/편집국장 백형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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