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국 칼럼] “아 테스형! 세상이 왜 이래, 왜 이렇게 힘들어”
[편집국 칼럼] “아 테스형! 세상이 왜 이래, 왜 이렇게 힘들어”
  • 백형모 기자
  • 승인 2020.10.19 11:22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인터넷 공간이 온통 가황(歌皇) 나훈아로 들썩거리고 있다.

음악 사이트는 물론 유튜브와 카톡방, 방송 다시보기 등등에 ‘테스형!’이란 노래가 판을 치고 있다.

중년들은 물론이고 젊은 층 사이에서도 난리다.

도대체 그의 무엇이, 이렇게 국민의 마음을 훔치고 있는가?

그리고 이 남자는 이렇게 세상을 술렁거리게 만들어 놓고 어디로 사라졌는가?

“너 자신을 알라며 툭 내뱉고 간 말을
내가 어찌 알겠소 모르겠소 테스형~”

그가 최신곡으로 내놓는 ‘테스형!’이라는 노래에서 난데없이 2,500년 전에 살았던 철학자를 붙들고 형이라고 불러대는 남자에게 열광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많은 사람들이 절망에 빠져 헤어 나오기 어려운 전세계적인 코로나팬데믹을 적절히 노래로 반영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풀이한다. 어떤 사람은 테스형이 돌아가신 아버지를 뜻한다고 해석한다.

아무튼 누구하나 달래주지 못한 설움을 내 목소리로, 스스럼없이 대중가요로 토해낼 수 있다는 점이 그를 더 친근하게 만들고 있다.

거거다가 ‘너 자신을 알라()’라고 외쳤던 고대 철학자의 명언을 노랫말로 끌어들이고 그를 형이라고 거침없이 불러대는 통큰 행보에 야릇한 존경함까지 던지게 만든다.

그러나 깊이 있게 들여다보면 단순히 그것만은 아닌 것 같다.

“먼저 가본 저 세상 어떤가요 테스형
가보니까 천국은 있던가요 테스형”

노랫말을 돼새겨보면 ‘먼저 가신 소크라테스 형님에게 물어보니 천국도 별것 없다더라’는 메시지를 던지고 있다.

말하자면 ‘좀 힘들어도 이승이 더 나으니 참고 견디며 희망을 갖자’는 격려다.

그 속내를 들여다 보면 수긍이 간다. 나이 70을 넘긴 노년의 가수도 어찌 세월을 비켜 갈 수 있겠는가. 살아보니 그 어떠한 고통도, 어떤 기쁨도 세월 속에 묻히더라는 자연에의 순응을 설파하고 있다. 수 천년 전의 대 철학자도, 나도, 그리고 당신도, 이 세월 앞에서는 마찬가지니 코로나 이깟것 쯤이야 통크게 떨쳐버리자고 호소하고 있다.

그래서 노래의 마지막에는 테스형을 무려 8번이나 부르짖고 있다. 고난 때문에 하찮은 죽음을 선택한다는 것은 어떠한 것보다 값어치 없는 못난 행위라는 절규로 들린다.

인류사에서 죽음을 가장 값지게 해석하고 활용한 사람은 소크라테스와 사마천이다.

소크라테스는 아테네 광장에서 젊은이들과 철학적 질문을 던지며 사유하기를 좋아했다.

정의란 무엇인가를 논하고 불경스러움이란 무엇인가를 설파했다. 권력있는 자들을 조롱하며 민주주의를 주장했다. 그가 남긴 문답법은 인간의 무지를 깨닫게하는 기장 값진 철학적 사유가치를 주고 있다.

하지만 이런 소크라테스의 행보는 당연히 권력자들의 눈밖에 나고 ‘신을 믿지 않으며 젊은이들을 타락시킨다’는 죄목으로 사형에 처해진다. 게다가 그는 벌금을 내면 목숨을 구할 수도 있었는데 ‘나는 아무 나쁜짓을 하지 않았다’고만 주장하며 끝내 유죄판결을 받고 독배를 마시며 저세상으로 간다.

하지만 인류는 소크라테스와 그의 제자 플라톤, 그리고 아리스토텔레스그를 3대 성인 철학자의 반열에 올려놓고 있다.

사마천은 2,100여년 전에 역사편찬을 맡던 관료로서 그가 모시던 황제와 주변 신하들로부터 모함을 받아 사형선고를 받는다. 당시 사형수가 살 수 있는 방법은 두 가지.

엄청난 벌금을 내거나 남자의 성기를 자르는 궁형을 택하는 것 뿐이었다.

궁형은 의술이 별것 없던 당시에 시술 끝에 살 확률이 20%도 안됐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선대의 유업인 최고의 역사서이자 자신의 오욕의 욕사를 기록하는 명저 ‘사기(史記)’를 남기기 위해 기꺼이 치욕적인 궁형을 택한다. 그러면서 그 유명한 명구를 탄생시킨다.

인고유일사(人固有一死) 혹중우태산(或重于泰山) 혹경우홍모(或輕于鴻毛).

‘인간은 누구나 한번 죽지만 어떤 죽음은 태산보다 무겁고 어떤 죽음은 새털보다 가볍다’

그렇다.

아무리 역경이 힘들더라도 새털보다도 가벼운 죽음을 선택할 순 없지 않는가.

바로 나훈아가 희망을 그리며 테스형을 외치는 이유 아닐까?                      

/편집국장 백형모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