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특집/선진 농가] 강용화 황룡육묘장 대표
[기획특집/선진 농가] 강용화 황룡육묘장 대표
  • 백형모 기자
  • 승인 2021.04.19 10:19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우리 모종으로 농가들이 돈 많이 벌면 좋죠~”

한국 최초의 LED접목활착방법으로 승부수
경기도, 충청도, 경상도에서 육묘 주문 쇄도

4천여평 육묘장서 50여 명이 하나하나 접목
고추 모종은 4월 25일~5월 5일 사이가 적기
황룡육묘장 강용화 사장. 밀려드는 일감으로 수염조차 깎을 시간이 없다.
4천평의 육묘장에서 농민들의 한해 꿈을 심고 접목하는 강용화 사장.

끝이 보이지 않는 시설하우스 안에 파릇파릇 온갖 채소류 모종들이 자라고 있다. 마치 선남선녀들이 가정을 꾸릴 채비를 끝내고 이사할 날만을 기다리듯 각종 채소류, 과일 모종들이 서로 내밀고 있다.

장성군 황룡면 신호리 황룡육묘장(사장 강용화. 56)의 전경이다. 내부 면적만 해도 자그만치 4천여 평에 달하는 실내 광장이다. 장성군에 4곳의 육묘장 가운데 단일 규모로는 가장 크다. 하우스 동으로는 23동 규모다.

시설 안에서는 요즈음은 하루 40~50여 명이 근무하는데 20여 명의 여성들이 숙달된 손놀림으로 접목을 하고 있고, 한쪽에서는 청년들이 물 뿌리기에 여념이 없으며, 시설 밖에서는 모종을 싣거나 모종 상판을 상하차하려는 차량들로 분주하다. 시장통을 방불케 한다. 어찌나 바쁜지 강용화 사장은 수염 깎을 틈이 없다.

황룡육묘장에서 일꾼들의 수요는 12~3월에 70여 명, 6~8월에 40여 명, 9~11월에 80여 명 정도 종사한다. 지역 일자리 창출에도 꽤 큰 몫을 하고 있는 일터다.

“일은 밀려드는데 일할 사람이 없습니다. 사람 좀 보내주세요~”

현장을 찾아간 기자에게 우스갯 소리로 구인 부탁을 하는 강용화 사장은 모든 것을 혼자 처리하는 ‘눈 코 뜰 새 없는’ 사람이다.

이곳 육묘장은 1월~3월이 가장 바쁜 시기다. 일반 모종이 출하되는 지금은 오히려 바쁜 철을 지낸 상황이다.

일반인들이 고추를 비롯한 작물 모종을 심는 시기는 보통 4월 25일부터 5월 5일 경이지만 이곳에서는 대규모 시설로 채소류를 가꾸는 사람들이 모종을 주문하여 재배하는 방식이기 때문에 보통 농민들보다 1~2개월 빨리 작업이 이뤄진다.

강 사장은 전문 재배 농가들 사이에서는 가장 정확하고 틀림 없이 모종을 공급해주는 사람으로 통한다. 그 정직성이 전국으로 소문나서 주문 농가도 호남 지역보다 타 지방이 많을 정도다. 주문 농가를 알리는 칠판에는 영광, 무안, 함평, 나주 등 호남은 기본이고 멀리 충청도 진천, 음성, 경북 봉화, 경기도 평택 오산 등등 전국이 다 적혀있다.

접목된 모종들은 LED활착실에서 6~7일 정도 빛에 노출시켜 활착이 잘 되도록 성장한다.
접목된 모종들은 LED활착실에서 6~7일 정도 빛에 노출시켜 활착이 잘 되도록 성장한다.

강 사장이 육묘장 사업에 뛰어든 지는 벌써 18년 전이다. 해남 촌놈으로 태어나 종자 회사에 근무하다가 뜻한 바 있어 육묘사업을 시작했다. 처음에 1천여 평의 작은 규모로 시험 재배를 시작, 수많은 시행착오를 겪으면서 시대에 맞는 농법을 도입하고 첨단 시설을 연구했다.

“남들과 똑같은 방법으로 재배해서는 안 된다는 생각이 들었죠. 접목한 모종을 될 수 있으면 고사시키지 않고 모두 상품으로 출하하는 것이 최고 목표였는데, 어떻게 하면 활착률을 높일 수 있을까를 생각하다 8년 전부터 LED를 이용한 활착 방법을 생각했습니다. 그 즉시 최고 권위자인 황정우 박사를 찾아가 도움을 받고 관련 시설에 투자, 최고의 활착률을 일궈낼 수 있었던 것이죠. 실패도 많았지만 끊임없는 연구와 시설 투자가 결실을 보게 됐다고 봅니다.”

강 대표는 접목 부위를 LED를 이용한 빛에 노출시켜 빠르고 완벽하게 아물어 활착하도록 만듬으로써 LED를 이용한 최초의 활착 육묘기술자로 이름을 알렸다.

강 사장은 접목을 하고 나면 곧 바로 이곳 LED활착실로 모종을 옮겨 6~7일 정도 빛과 온도, 습도를 조절하여 접목 상처 부위가 잘 아물어 튼튼해 지도록 만든다.

이곳 육묘장에서 자라고 있는 수천만 개의 모종은 특수한 품종을 빼고는 거의 다 접목하여 LED활착실을 거친 것들이다.

고추를 포함, 수박, 토마토, 호박, 오이, 등 모든 것이 대목(臺木:접을 붙일 때 그 바탕이 되는 나무)에다 하나하나 접을 붙여 접목한 땀의 산물이다. 일례로 농가에서 심는 모든 수박 모종은 전통 박씨 모종에다 당도 높은 개량종 수박 모종을 접목한 것이라고 보면 틀림없다.

접목하는 과정에서 온도, 습도, 빛의 3박자가 맞아야 활착이 잘 되는데 이것이 제대로 맞지 않으면 접목 부위가 녹아내려 폐기처분 해야 한다.

강 사장은 수없이 그런 실패를 거듭했다.

작은 씨앗이 발아되어 하나하나 사람의 손길을 거쳐 접목되고 있다.
작은 씨앗이 발아되어 하나하나 사람의 손길을 거쳐 접목되고 있다.

“그 작은 씨앗이 싹을 틔우고, 토종 작물과 접목을 거쳐 한 뼘 남짓 성장하여 농가에 전달될 때 마치 대학교를 졸업한 아이가 직장에 들어가는 느낌이 듭니다. 이제 사회에서 훌륭한 일꾼이 되는 것처럼 어느 누군가의 농장에서 알알이 열매를 맺기를 바라는 것이죠”

일반인들이 모종을 선택할 때는 잔 많고 뿌리가 튼튼한 것을 고르는 게 좋고, 심을 때는 물을 흠뻑 줄수록 성공율이 좋다고 조언한다.

아무리 힘들더라도 모종 박스를 싣고 각자 농장으로 행하는 농부들의 부푼 꿈을 바라보면 한순간 피로가 씻은 듯이 사라진다는 강 대표는 ‘농사는 거짓말이 안통하는 사업’이라고 단언한다.

“내년에 이 분들이 다시 모종을 사러 온다면 제가 잘 키웠다는 증거겠죠?”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