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행인 칼럼] 거위도 세상을 아는데...
[발행인 칼럼] 거위도 세상을 아는데...
  • 장성투데이
  • 승인 2021.04.19 11:4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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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농부가 우연히 야생거위 한 마리를 잡았다.

야생 거위라서 야윌대로 야위어서 농부는 살을 찌워 잡아 먹을 요량으로 불에 익힌 기름진 음식과 영양가 있는 것들을 지속적으로 주었다.

거위는 살이 찌기 시작했다.

그러던 어느날부터 거위가 음식을 거부하기 시작했다.

농부는 거위가 병이난 줄 알고 더 맛있고 기름진 음식을 줬다.

그럼에도 거위는 그 음식을 거들떠보지도 않았다. 그렇게 거위는 수일 동안 물 이외는 아무것도 먹지 않았다.

거위의 몸은 야생상태의 처음처럼 날씬하게 돌아왔고 어느날 거위는 힘찬 날개짓과 함께 자연 속으로 날아가 버렸다.

거위는 자신을 지키기 위해 굶을 줄을 알았고 몸이 날씬해야 날 수 있다는 것을 알았던 것이다.

거위가 그것을 모르고 음식을 탐했다면 농부에게 잡아 먹혔을 게 뻔하다.

어쩌면 거위의 이런 행동은 우리 인간에게도 갚진 교훈을 던지고 있는 것 같다.

아무리 보기에 좋고 탐이 나더라도 먹을 것이 있고 먹지 말아야 할 것이 있는 것처럼 아무리 좋은 권력이 있어도 잡아야할 것이 있고 잡지 않아야할 권력이 있다는 것을...

세속의 물질적 권력적 탐욕은 자신을 망가뜨리는 야누스의 얼굴을 하고 있다.

사람의 무리한 탐욕을 경계하는 영수세이(潁水洗耳)란 세속에 물들지 않고 고결한 삶을 살아가는 절개와 의지를 뜻하는 말로 쓰인다.

요(堯)나라 허유(許由)는 옳지 않은 자리 부정한 음식은 결코 가까이 하지 않았던 인물로 잘 알려져 있다.

허유라는 현자(賢者)는 요(堯)임금이 왕위를 물려주려 하자 기산(箕山)으로 들어가 은거하였고 ‘구주(九州)의 장(長)으로 삼으려하니 귀가 더러워졌다며 귀를 씻었다’는 고사가 있다.

뱁새가 깊은 숲속에 둥지를 짓는다 해도 나뭇가지 몇 개면 충분하고 두더지가 커다란 강을 마신다해도 작은 배를 채운면 그만이다. 속세의 더러운 말을 들었다면 영수(穎水)의 흐르는 강물에 귀를 씻으면 된다.

우리기 살아가면서 부딪치게 되는 인간의 탐욕을 어떻게 해야하는 지를 말해주는 고사다.

과유불급(過猶不及) 지나침은 부족함보다 못하다. 탐욕이 부르는 것은 재앙일 수 밖에 없다.

하지만 지나친 혐오와 무관심도 인간사에서 자신을 상실한다.

적절한 균형을 잡는 것이 탐욕으로부터 벗어나는 길이야 말로 인간을 아름답게 할 것이다.

성사되지도 않은 일을 욕심내서 달려들어 온갖 음모와 비방으로 상대방을 공격해서 결국은 낙마하고 사람 잃고 돈 잃고 인생마저 망치는 불행한 정치인들이 허다하다.

갈 길을 모르고 무작정 길을 가다 보면 가시밭길에 몸은 망가지고 피투성이가 되는 것처럼 가야할 길을 두드리며 가는 것이 현자가 아니겠는가?

옛 고사성어에 야불답백(夜不踏白)이란 말이 있다. 밤길을 갈 때에 하얗게 보이는 것을 대개 물이므로 밟지 말라는 말이다. 가야할 바른 길이 아니면 가지 말고 취하지 말 것이라면 욕심내지 않아야하거늘...

어느 시인이 외침이 들리는 듯하다.

“밟지마라 밤에는

흰 데를 밟지마라

밤이면 물의 그늘 하얗게

그대 미혹하거니

어둠 속에서는

흰 데를 밟지 말아라”

우리도 우리 자신을 한번쯤 되돌아 보면 어떨련지...

벌써부터 선거의 가시밭길이 시작됐다.

살찐 거위가 되어 잡아먹힐 것인지 날씬한 거위가 되어 하늘을 날 것인지 자신이 마음 먹기에 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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