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국 칼럼] 인간과 죄… 그리고 보이카의 용서에 대하여
[편집국 칼럼] 인간과 죄… 그리고 보이카의 용서에 대하여
  • 백형모 기자
  • 승인 2021.06.07 10:1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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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개봉돼 세계적인 흥행을 일으켰던 영화 ‘보이카 언디스퓨티드 파이널’.

그늘진 유럽 지하 격투기장에서 10년을 누비며 그들만의 세계는 제패했으나 임자를 만나지 못해 프로세계에 뛰어들지 못한 종합격투기 세계 최고의 실력가 유리 보이카.

지하세계에선 최고의 실력을 가졌지만 그때까진 누가 알아주지 않았다. 오직 이기는 것만을 위해 살아왔다. 그런 그에게 인생 역전을 꿈꿀 절호의 기회가 찾아온다. 유럽의 능력있는 스카우터가 보고있는 공식 경기에서 화려하게 상대를 쓰러트리자 현장에서 스카웃 되어 2주 뒤에 부다페스트에서 유럽 챔피언전 도전권을 약속받게 된 것이다.

그러나 마지막 경기에서 너무 야망이 앞선 두 선수들이 혈전을 벌이다 상대인 러시아 출신 빅터가 죽게 된다. 빅터 역시 어둠의 자식으로 채무를 가득 안고 있었기 때문에 죽음을 걸어야 했다. 공식 경기였기 때문에 책임은 없었지만 구급차에 호흡기를 꽂은 채 실려가던 빅터를 본 보이카는 마음에 큰 상처를 입는다.

“아, 나는 인간과 신 모두에게 죄를 지었다...”

‘상대를 이겨야 한다’는 오직 한가지 목적만을 위해 발버둥치다가 살인의 굴레를 쓰고 괴로워하던 보이카.

자신이 그렇게 갈망하던 프로세계를 눈앞에 두었지만 독실한 카톨릭 신자였던 보이카는 자신과 싸우다 죽은 빅터에게 부인과 자녀가 있다는 얘기를 듣고 주위 만류에도 불구하고 빅터의 고향 러시아로 향한다.

그곳에서 빅터의 부인 알마가 빅터의 엄청난 빚 때문에 마피아에게 고용돼 지하 격투기 대회장에서 일하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 어렵게 만난 알마에게 “남편을 죽게 만든 싸움 상대였다. 고의가 아니었다”고 말한다. 하지만 어떤 위로의 말도 소용없는 알마는 보이카를 매몰차게 외면한다.

그러나 남편없이 돈의 굴레 속에서 살아갈 알마를 생각한 보이카는 마피아 두목을 찾아가 “내가 당신 밑에서 싸우면 저 여자의 빚을 없애달라”고 제안한다. 보이카의 실력을 알고 있는 두목은 돈을 벌기 위해 “세 번을 싸워줘야 하고 한번은 비장의 무기인 자신의 챔피언을 쓰러트려야 한다”는 악조건까지 걸고 승낙한다.

자신의 인생 역전을 위해 프로무대가 기다리고 있는 부다페스트로 돌아가려면 딱 1주일 남았다. 마피아의 조건을 수락하려면 이틀에 한번 꼴로 싸워야하고, 다치지 않고 모두 승리해야 부다페스트로 가서 챔피언이 될 수 있다.

보이카는 죽은 빅터와 그 가족에게 마음의 빚을 갚기 위해 죽음과 맞바꾼 2대1 싸움까지 감내하며 상대를 쓰러트리고 모두 승리하지만 심한 허리부상을 당한다. 그런데 마피아는 마지막으로 교도소에 수감돼 있던 거구의 괴물 파이터를 등장시켜 또한차례 혈투를 통과해야한다고 협박한다. 체급 차이와 부상까지 겹쳐 링 위에서 쓰러지던 보이카는 알마의 간절한 눈빛을 보고 극한의 용기를 내어 다시 비틀거린 몸을 일으켜 거구를 쓰러트리고 최후의 승리를 거둔다.

그래야만이 죽은 빅터와 알마에게 빚을 갚고 속죄할 수 있기에...

그러나 영화는 여기서 멈추지 않는다.

알마와 알마의 빚을 욕심내던 마피아는 보이카를 또다시 함정으로 끌어들여 죽이려 하지만 보이카는 총까지 맞아가며 마피아 두목을 살해하고 알마를 악마로부터 해방시킨다. 끝내 살인죄로 러시아 경찰에 체포된 보이카, 그리고 감방에 면회 온 알마가 대화를 나눈다.

“제가 남편을 죽인 건 고의가 아니었습니다... 절 용서해 주시겠습니까”

차가운 감방에서 용서를 비는 보이카.

“제가 진즉 찾아왔어야 했나요? 고맙습니다. 제가 살아가야 할 이유와 자유를 찾아주셨습니다. 당신을 용서할게요”

죽음을 건 혈투를 벌이다 끝내 감방에 수감된 보이카가 마지막으로 하고 싶었던 구원의 한 마디는 “절 용서해 주시겠습니까”였다.

그렇다. 모든 인간은 미완의 인격자다. 때문에 순간의 판단과 행위로 상대에게 엄청난 고통을 주기도 한다. 하지만 그 잘못을 두고 두 부류로 나뉜다. 참회와 반성으로 살아가는 사람과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는 사람이다.

나는 어떤 부류인가.

나의 허물은 뒤로하고 남의 허물 들추기에 급급하지 않았는가? 그런 행위로 타인의 고통을 통쾌하게 생각하지는 않았는가? 그런 행동 뒤에 마음으로 용서를 빌기는 했는가?

죽음을 걸고 용서를 구하는 사나이 보이카가 새삼 위대해 보이는 시간이다.  /백형모 편집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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