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계중 2학년 소녀 무작정 미국행…‘맥킨지社’ 합격
삼계중 2학년 소녀 무작정 미국행…‘맥킨지社’ 합격
  • 최현웅 기자
  • 승인 2021.07.05 11:2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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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계면 김대중 씨 딸 김별, 17년만에 청운의 꿈 활짝
아빠의 자립심 교육철학 결과 ‘알바로 버티기’
“하고 싶은 일 하라" 스스로 인생 개척 권장

◇ 철없이 떠나는 아이를 어느 가족도 말리지 않았다

“며칠 전 우리아이의 떨리는 목소리로 맥킨지에 최종 합격했다는 연락을 받고 그날 밤은 잠도 못 이뤘어요. 너무 대견하고 자랑스러웠거든요”

삼계면 김대중(59)·조성희 씨의 차녀 김별(29) 씨가 세계적 권위를 자랑하는 컨설팅 회사인 맥킨지 앤드 컴퍼니에 최종 합격해 화제다. 맥킨지는 2010년 <CNN머니> 조사에서 미국의 경영학 석사학위(MBA) 소지자들이 가장 선호하는 기업 순위에서 구글에 이어 2위를 차지할 정도로 미국 내 석학들이 선망하는 회사 중 하나다.

별 씨는 맥킨지에 입사하기 전 미국 남부의 하버드라 불리는 밴더빌트 대학의 교수직 제안도, 애플의 추천서 제안도 뒤로하고 오로지 맥킨지 입사에만 주력했다.

별 씨는 맥킨지에 지원서를 접수하고 6개월 동안 3번의 시험과 8번의 면접을 거쳐 지난달 25일 최종 합격 통지서를 받았다. 당시 지원자만도 2만여 명이 넘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이 중 최종 합격자 명단에 오른 이는 3~5명 정도로 알려졌다.

별 씨는 존스홉킨스 대학 의료기계공학과 박사학위 과정을 마치는 9월이면 맥킨지에 입사해 시스템 의료공학 연구원이자 첨단 의료기기 시장을 개척하는 컨설턴트로의 삶을 설계하게 된다.

김대중 씨에 의하면 별 씨는 삼계중 2학년 무렵 갑자기 미국 유학을 떠나겠다고 했다. 지금도 그렇지만 미국에는 김 씨를 포함한 주변인 그 누구도 연고가 없었다. 그렇다고 학교나 인터넷 등 온라인을 통한 사전 정보도 없었다.

그렇게 무모하게 나선 철부지 어린 소녀를 가족은 말리지 않았다. 김대중 씨는 딸이 하고 싶으면 하는 것이고 또 해낼 수 있으리라고 생각했다. 그렇게 혈혈단신으로 찾아간 수만 리 이역 땅에서 중학교 2학년 어린 소녀는 혼자서 아르바이트를 하며 공부하고 성장해 나갔다.

김별 씨가 매릴랜드 대학에서 학부 학생들에게 강의하고 있는 모습.
김별 씨가 매릴랜드 대학에서 학부 학생들에게 강의하고 있는 모습.

 

별 씨는 미국에 가자마자 비교적 보수적인 남부 유타주의 한 가정에 들어가 숙식을 해결하고 아이를 돌보는 베이비시터 역할을 하며 언어를 익혀나갔다. 부모님께는 학비 외에는 크게 도움도 받지 않고 아르바이트로 생활비를 충당하며 오로지 학문에만 전념했다.

별 씨는 사창초를 나와 삼계중 2년 도미했으며, 매릴랜드대 의료공학.기계공학 석사, 존스홉킨스대 기계공학 박사, 매릴랜드대학교 연구원.겸임 교수를 거쳐 존스홉킨스대 연구원.강사를 맡고 있다.

틈틈이 쉬지않고 운동도 열심히 병행하고 있는 김별 씨
틈틈이 쉬지않고 운동도 열심히 병행하고 있는 김별 씨

 

◇ “잘못하면 야단 맞을 각오해야” 책임과 결과 깨닫도록 교육

별 씨가 이렇듯 강인하고 의젓하게 성장할 수 있었던 배경에는 아빠의 교육철학도 한 몫 했다. 김 씨는 아이들을 키울 때 자립심을 키우기 위해 학교에서 모르는 문제를 물어오면 곧바로 답을 얘기하거나 해결책을 제시해주지 않았다.

김 씨는 그럴 때마다 “글쎄 잘 모르겠는데 선생님께 자세히 알려달라고 하렴” 하면 다음 날 아이가 선생님께 여쭤 해결책을 찾고 기뻐하면 “어떻게 됐니?”하며 합리적 방안을 찾았는지 묻었다. 김 씨는 아이는 이러한 과정을 통해 선생님과 친해질 수 있고 아이는 공부에 흥미를 가질 수 있으며 학교와 조직에 충실해지는 효과를 얻을 수 있었다.

두 번째는 아이가 책을 읽고 나면 “느낌은 어땠니? 내용은 어땠어?” 라고 물으면 두서없이 산만하게 얘기를 하는 데 그럴 때면 “다시 읽어보고 얘기해 줄래?”라고 물었다. 그러면 다시 읽고 난 후에는 그 전과 내용이 많이 달라져 있음을 느낄 수 있었다. 이후 어느 정도 생각이 다져지면 이를 토대로 독후감을 써보라며 권유했다. 이런 과정을 통해 사고가 논리적으로 변해간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세 번째는 아이의 학교 준비물은 철저하게 아이 스스로 챙기게 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전날 까먹고 준비물을 챙기지 않아 학교에서 야단을 맞는 것을 당연히 여겼고, 준비물을 가져오라고 해도 절대 가져다주지 않았다. 그래서 본인 스스로 행동에 대한 책임과 결과를 깨닫게 했다.

학교 준비물뿐 아니다. 모처럼 부모가 집을 비우는 일이 있을 때도 아이들 스스로 음식을 차려서 먹을 수 있게 했다. 그렇게 해야 부모도 아이도 서로에게 의존하지 않고 자신이 원하는 자신의 삶을 살아갈 수 있다고 가르쳤다.

지난 3월 김별 씨가 국제특허 출원한 심장 의료기기를 시범 운영중인 장면.
지난 3월 김별 씨가 국제특허 출원한 심장 의료기기를 시범 운영중인 장면.

 

네 번째는 요즘 부모들이 아이들의 가능성을 일깨운다는 명목하에 수많은 과외 등으로 아이들을 혹사시키고 있는데 그래서는 안된다는 것이다. 김 씨는 “아이 본인이 하고 싶어서 해야지 그걸 부모가 강요해서는 아이들은 더욱 흥미를 잃고 기대효과가 나타나지 않는다”고 한다.

김 씨는 “아이들이 망설이거나 주저할 때는 ‘네가 한번 해봐’라며 자존감을 부추겨 주고 해냈을 때는 칭찬을 아끼지 말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별 씨는 미국 유학 17년 동안 한국에 온 적이 단 4~5차례 밖에 되지 않는다. 여행경비도 문제지만 그 시간 동안 학업에 소홀할까 봐 가족도, 별 씨도 자제했다.

이와 관련해 김 씨는 “별이처럼 유학 간 친구들을 많이 본다. 하지만 유학생활을 했다고 다 같은 결과를 얻는 건 아니다. 유학 생활 중 외로움과 스트레스를 견디지 못해 약물 등에 빠져 생활하는 경우도 봤다. 그 순간 이미 유학의 의미를 잃는 것이다”고 단호히 말한다.

휴가 기간에도 자신의 스펙을 위해 열심히 살아가는 유학생들에게 성공이라는 보상이 따를 것이라고 말한다. 삶의 목표와 그 목표에 따른 계획적 노력만이 청춘의 가치를 더욱 빛나게 할 것이기 때문이다.

/최현웅 기자

 

오랜만에 한국을 방문해 가족들과 함께한 별 씨.
오랜만에 한국을 방문해 가족들과 함께한 별 씨.

 

*김별은 누구?
매릴랜드 대학교: 의료공학 (국제공학 부전공) 학사 2015 년 5월 졸업.
매릴랜드 대학교: 기계공학 석사 2017년 5월 졸업
존스홉킨스 대학교: 기계공학 박사 2021년 9월 졸업예정
카이스트(한국과학기술원)연구 인턴 2013/07 – 2013/08 무서움에 대한 기억 신경회로 연구
매릴랜드 대학교 연구원 2013/09 – 2020/05
* 가상현실 니코틴 중독 치료 시스템
매릴랜드 대학교 겸임 교수 2019/12 – 2020/05
* 학사 과정 통계학 및 R 프로그래밍 강의
미국 FDA 연구원 2014/05 – 2017/01
* 기술 개발 및 비지니스 업무
존스홉킨스 대학교 연구원 2020/05 – 현재
* 새로운 Fontan 심장 수술 방법 개발
존스홉킨스 대학교 강사 2021/01 –현재
* 학사 및 석,박사 과정 Human-Robot Interaction (인간 로봇 상호관계) 수업강의
CorFix Medical 창업자, CEO 2020/02 – 현재
* 기술 개발 및 비지니스 업무
존스홉킨스 대학교 연구원 2020/05 – 현재
* 새로운 Fontan 심장 수술 방법 개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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