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디저트 『산딸기 크림봉봉』을 읽고
좋은 디저트 『산딸기 크림봉봉』을 읽고
  • 곽경민 기자
  • 승인 2018.05.08 13:0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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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식 변천사에 따른 시대 변화를 느껴봐요"
김희란 리더
김희란 리더

 

이 책에는 black fool이라는 좋은 디저트가 나온다. 과일 크림 봉봉은 서양에서 오래된 디저트 중의 하나이다. 4세기에 걸쳐 네 가족이 블랙베리 크림 봉봉을 먹는 다양한 모습이 그려진다. 달라진 시간 동안 많은 변화가 있지만 변하지 않는 것도 있다. 모두 마지막에는 음...하며 양푼을 싹싹 긁어서 먹는다.

1710년 영국의 라임마을. 남자들은 한껏 격식을 차리고(아버지는 찰랑거리는 머리숱으로 보아 가발을 쓴 듯하다) 식탁에 앉아 있고 여자들은 음식에 머리카락이 빠지는 불상사를 방지하기에 알맞은 모자를 쓰고 앞치마를 두르고 후식을 나눠주고 있다. 물론 덤불을 헤치고 과일을 따서 씻고 우유를 짜서 크림을 만드는 모든 과정을 여자들만 한다.

1810년 미국 찰스턴. 노예로 보이는 엄마와 딸이 만든 크림 봉봉을 나눠주고 남자아이는 주인가족의 쾌적한 식사를 위해 커다란 부채를 부치고 있다. 모녀는 늦은 밤 주인집 가족들이 잠들었을 시간에 벽장에 숨어 양푼에 남은 걸 먹는다.

1910년 보스턴. 시장에서 과일을 사고 우유 크림은 배달을 받는다. 나무로 만든 아이스박스가 보인다. 아직까지 남자들은 먹는 역할에만 등장한다.

 

2010년 샌디에이고. 아빠와 아들이 장을 보고 음식을 만든다. 새로운 천년, 드디어 남자들이 부엌에서 활동을 한다! 다양한 모습의 친구들이 와서 식사를 하고 두 사람은 만들어 놓은 크림 봉봉을 나눠 준다. 손님들이 돌아가고 이들은 부엌에서 양푼에 남은 것을 싹싹 핥아먹는다. 시대가 바뀌는 동안 나뭇가지로 만든 거품기에서 쇠 거품기, 손잡이가 달린 거품기를 거쳐서 전기거품기까지 변천사를 보는 것도 재미있었다. 담아 먹는 그릇 색을 각 시대모습과 연결 지어 보는 것도 흥미로웠다. 라임에서는 귀족들의 색인 파란색, 찰스턴에서는 노란색, 보스턴에서는 초록색, 다양한 사람들이 나오는 샌디에이고에서는 조화를 상징하는 흰색의 접시에 담아서 먹는다. 도시는 어떤가. 노예제가 상대적으로 더 강했던 남부문화의 중심지 찰스턴, 당시 첨단 도시인 보스턴, 보수적인 동부에 비해 더 자유스러운 서부 도시 샌디에이고. 좋은 후식 크림 봉봉을 읽다 보니 각 시대의 사회 모습이 자연스레 그려진다. 음식이 궁금한 사람들을 위한 레시피도 있어요.

“이 책은 사람과 사람을, 사람과 음식을 잇는 연결 고리를 그리고 있어요. 환경도, 기술도, 식재료를 구하는 방법도 제각각인 시대이지만 양푼까지 싹싹 핥고 싶은 마음만은 하나랍니다!” - 에밀리 젠킨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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