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성 SRF야적장 장마철에 ‘오염 무방비 노출’
장성 SRF야적장 장마철에 ‘오염 무방비 노출’
  • 최현웅 기자
  • 승인 2021.07.12 10: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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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성복합물류터미널 야적장 침출수서 중금속 검출"

나주시-한난 공방 속 물류터미널 야적장 마을 ‘위험’
환경청 “비 5mm 이상 올 땐 여과장치 효과 없다”
주민 “전문가 아닌 이상 알 수 없어 벙어리 냉가슴”
22일 SRF야적장을 방문하려 했으나 물류터미널 측에서 고용한 용역업체 직원의 저지에 가로막혀 항의하고 있는 모습.
22일 SRF야적장을 방문하려 했으나 물류터미널 측에서 고용한 용역업체 직원의 저지에 가로막혀 항의하고 있는 모습.

 

나주시가 지난 6일 장성복합물류터미널 고형연료(SRF) 야적장에서 채취한 침출수에 대한 검사에서 카드뮴과 납 등 중금속 성분이 검출돼 가뜩이나 장마철을 맞은 지역민의 우려가 커지고 있다.

6일 나주시는 “'납·비소·카드뮴·수은' 등 중금속 4가지와 생물학적 산소요구량(BOD), 화학적 산소요구량(COD), 총질소, 총인, 부유물질 등 모두 9가지 항목에 대한 검사를 실시한 결과 BOD은 2천828.4ppm(㎎/ℓ), COD은 1천717.6ppm으로 측정됐다”고 밝혔다.

이는 지난 2011년 한국청정기술학회에서 밝힌 순수 빗물에 포함된 해당 성분들과 비교했을 때 BOD는 약 4천40배, COD는 약 1천145배 높은 수치다.

이에 대해 한국지역난방공사(한난) 측은 다음날 배포한 보도자료를 통해 “나주시가 채취한 시료는 수질오염공정시험기준과 절차를 지키지 않고 야적장 배수로 바닥을 긁어 침전물 등이 혼합된 상태로 채취됐으며, 이는‘침전물 등이 부상하여 혼입되어서는 안된다’라고 명시된 법적 절차를 무시한 것”이라고 반발했다.

한난은 이어 장성복합물류센터 내 빗물에 대한 하천 방류수 수질기준과 수질오염물질 배출허용기준의 준수 여부를 조사하고자 하천 방류 지점에서 수질 채수 후 분석한 결과, 9가지 항목 모두 법적 기준에 ‘적합’한 것으로 나왔다고 주장했다.

◇ 야적장, 수년 간 단 한차례 점검 없었다

이렇듯 나주시와 한난 간 연일 공방을 벌이고 있는 가운데 정작 장성군민들은 벙어리 냉가슴만 앓고 있다.

영산강유역환경청 윤유리 팀장은 7일 취재진과의 전화통화에서 “장성복합물류터미널 SRF 야적장에 설치된 비점오염원 저감시설은 기준처리 용량이 초기 강우량의 5mm를 기준으로 하고 있어 비가 이 보다 많이 올 경우에는 사실상 오염물질에 대한 여과를 할 수 없다”고 밝혔다.

이달 초부터 시작된 장마에도 전남지역에 이미 수백mm 이상의 폭우가 내려 복합물류터미널 내 오염 저감시설은 사실상 무용지물로 변했다.

과거에도 이 때문에 매년 장마철이면 이곳에서 발생한 오염물질이 인근 하천과 토양에 흘러들어 간다는 언론의 지적이 수차례 제기돼왔다.

그럼에도 야적장에 대한 환경오염원을 관리 감독업무를 맡고 있는 영산강유역환경청이 수년간 이곳 야적장에 대한 검사나 수질분석을 단 한 차례도 실시하지 않아 사실상 지금의 나주시와 한난 간의 갈등을 키워왔다는 지적이다.

장성군의 소극적 대응도 도마에 오른다. 군은 그동안 나주시와 언론에서 환경유발물질과 침출수 관련 문제제기에도 장성복합물류터미널이 사적인 공간이며 사업장 내 환경문제는 영산강유역환경청 소관이라는 핑계로 뒷짐 지고 있었다는 비난을 사고 있다.

이에대해 장성군은 “지난달 강인규 나주시장이 복합물류터미널을 전격 방문한 이후 29일 조속한 야적장 이전 및 오염물질 유출방지대책 마련을 촉구하는 공문을 CJ한국복합물류와 한난 측에 동시에 보냈다”고 밝혔다.

◇ 누구도 책임지지 않아…피해는 주민들 몫

하지만 주민들은 군이 보다 적극적인 대응에 나서야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서삼면 용흥리 주민 김 아무개 씨는 “최근 복합물류터미널 내 SRF 야적장에 관한 보도를 보며 주민들이 걱정하고 있는데도 물류터미널 측은 문제가 없다고만 하고 장성군은 책임이 없다고만 떠 넘기고 있다. 주민 대부분이 고령이라 대놓고 뭐라고는 안하지만 불안해서 살 수가 없다”며 대책마련을 호소했다.

김 씨는 이어 “오염물질이 토양이나 하천으로 스며들고 있어도 전문가가 아닌 이상 식별 할 수 없어 답답한데다 이미 장마철에 들어서서 주민들의 불안감은 더욱 커질 수 밖에 없다”며 분통을 터트렸다.

취재가 시작되자 영산강환경청 윤 팀장은 “조만간 관련부서 등과 협의해 장성물류터미널 현장을 방문해 비점오염원 저감시설 장치가 잘 가동되는지 점검하고 위반사항이 있는지 살펴 볼 계획”이라고 답변했다.

광주전남혁신도시에 전기와 열원 공급 등을 위해 난방공사가 2천700억원을 들여 건설한 SRF 발전소는 2017년 9월 준공됐지만, 시험가동 과정에서 광주의 생활 쓰레기 반입 논란, 일부 주민의 유해성 주장 등 반대가 겹치면서 시가 사업 개시를 불허, 수년간 가동이 중단됐다.

하지만 최근 법원이 난방공사 손을 들어주자 지난 5월 성능 점검을 이유로 사실상 가동에 들어가 나주시와 SRF 가동을 반대하는 주민공동대책위원회 등의 반발을 샀으며 나주시는 최근 연료 야적장의 침출수가 오염됐다며 검사를 의뢰했다.

나주시는 이러한 오염 연료를 사용한 발전소 가동을 절대 반대한다는 입장이다. /최현웅 기자

 

나주시 의회 의원들과 나주시민단체가 지난달 22일 복합물류터미널을 찾아 규탄대회를 열었다.
나주시 의회 의원들과 나주시민단체가 지난달 22일 복합물류터미널을 찾아 규탄대회를 열었다.
서삼면 복합물류터미널에 수년째 적재돼 있는 SRF(고형연료) 야적장. 작은 사진은 강인규 나주시장이 다녀 간 후 침출수 주변을 물청소하고 있는 모습.
강인규 나주시장이 다녀 간 후 침출수 주변을 물청소하고 있는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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