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국칼럼]신이 준 역경엔 그만한 이유가 있다!…필리핀 첫 금메달 ‘디아스’
[편집국칼럼]신이 준 역경엔 그만한 이유가 있다!…필리핀 첫 금메달 ‘디아스’
  • 백형모 기자
  • 승인 2021.08.01 12:5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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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림픽 스타들의 이야기가 뜨거운 눈물을 자아낸다.

예전엔 열광의 도가니였으나 이번에는 잔잔한 감동의 눈물이다.

필리핀의 '역도 영웅' 하이딜린 디아스(30)가 흘린 감격의 눈물에 필리핀 국민들도 함께 울었다.

디아스는 지난 26일 일본 도쿄 국제포럼에서 열린 2020 도쿄올림픽 역도 여자 55㎏급 A그룹 경기에서 시상대 가장 높은 곳에 섰다. 디아스는 용상 3차 시기에서 127㎏을 번쩍 들어 금메달을 확정한 뒤 뜨거운 눈물을 쏟아냈다.

필리핀 스포츠 역사가 바뀐 순간이었다. 필리핀이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딴 것은 올림픽에 처음 참가한 1924년 이후 무려 97년 만이다.

조국에 전해준 금메달의 감동이다.

필리핀 매체 래플러에 따르면 디아스는 "내가 금메달을 땄다는 것이 믿기지 않는다. 신은 위대하다"고 말했다.

디아스는 2008년 베이징 대회에서 필리핀 여자 역도 선수 중 최초로 올림픽 무대를 밟았다.

이후 자신의 3번째 올림픽이었던 2016년 리우데자네이루올림픽에서 은메달을 따내며 필리핀 역도 사상 첫 올림픽 메달리스트가 됐다.

당시 그가 따낸 은메달은 필리핀이 20년 만에 올림픽에서 획득한 메달이었다.

디아스의 역도 인생은 한 편의 드라마와 같다. 실제 필리핀에서 단막극으로 제작되기도 했다.

디아스는 필리핀 삼보앙가에서 6남매 중 다섯째로 태어났다. 아버지는 트라이시클(삼륜차) 기사부터 농부, 어부 등 여러 직업을 전전했다. 디아스의 어린 시절 꿈은 은행원이었다. 찢어지게 가난한 집안 사정을 보고 자라면서 돈 뭉치 속에서 살아보고 싶은 욕망이 솟구쳤기 때문이다.

2016년 리우올림픽에서 은메달을 따내며 국민적인 영웅으로 떠올랐지만, 역경은 거기에서 끝나지 않았다.

2년 전에는 로드리고 두테르테 대통령이 그를 '블랙리스트'에 올려 자신은 물론 가족까지 생명의 위협을 느껴야 했다.

훈련 경비도 늘 부족해서 대기업과 스포츠 후원가들을 찾아다니며 금전적인 지원을 요청해야 했다.

디아스는 지난해 2월 중국인 코치의 조언을 받아들여 말레이시아로 전지 훈련을 떠났다. 그런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가 터지면서 체육관 출입을 통제당했다.

가족과도 멀리 떨어진 그곳에서 디아스는 수개월 동안 숙소의 좁은 공간에서 역기를 들어 올리며 꿈을 포기하지 않았다.

디아스는 "당시에는 힘들었지만, 신이 준 모든 역경은 그만한 이유가 있다고 믿는다"며 "포기하고 싶은 순간도 있었지만 우리는 필리핀인이기에 해낼 수 있었다"고 말했다.

디아스가 금메달을 확정한 순간, 필리핀에서는 "올림픽 무대에서 우리 국가가 울려 퍼진 건 처음이다. 감동적이다"며 새로운 역사를 쓴 디아스에게 고맙다는 폭발적인 반응을 보였다.

그 모든 시련을 이겨낸 디아스에게는 두둑한 보상이 기다리고 있었다.

필리핀 정부와 몇몇 기업은 디아스에게 약 7억5천만원의 포상금과 집을 선물하겠다고 약속했다.

어금니를 악물고 눈물로 바텨낸 디아스의 돈다발 꿈이 영글게 된 것이다.

뿐만 아니다.

한국의 탁구 신동 신유빈과 접전을 벌이다 패한 룩셈부르크의 니시아리안은 환갑의 나이에 도달한 59세였다.

그는 경기 직후 인터뷰에서 “최선을 다했다. 오늘의 나는 내일보다 젊다”며 환갑의 나이를 잊게 만들었다. 나이는 결코 숫자일 뿐이라는 격언을 올림픽에서 보여준 것이다.

도쿄올림픽에서 한국 스포츠 역사상 최고령 금메달 리스트가 된 남자 양궁의 오진혁 스토리는 중년들에게 ‘멈추지 말고 도전하라’라는 강렬한 메시지를 주고 있다.

마지막이 될지 모르는 올림픽 무대에 서기 위해 아픈 어깨를 부여잡고 투혼을 불사르며 마침내 남자 양궁 금메달을 딴 40세의 오진혁은 “중년 여러분도 할 수 있습니다. 안 해서 못하는 거죠”라고 희망의 화살을 날렸다.

2016년 리우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땄던 오진혁은 결혼해서 아들딸 두고도 활 시위를 놓치 않았고 극심한 통증으로도 아들 또래의 고교생 선수를 이끌면서 과녁을 관통했다. 금메달을 목에 건 오진혁은 시상대에서 한 마디 명언을 남겼다.

“젊게 마음 먹으면 젊어지는 것 같아요”

 

/백형모 편집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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