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 그 여인에게 돌을 던지는가? 당신은 그리할 자신 있는가?
누가 그 여인에게 돌을 던지는가? 당신은 그리할 자신 있는가?
  • 백형모 기자
  • 승인 2021.12.13 10:3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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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굴 원망하고 탓하고 싶지 않다. 아무리 발버둥 치고 소리를 질러도 소용없다는 것도 잘 안다. 열심히 살아온 시간들이 한순간에 더럽혀지고 인생이 송두리째 없어지는 기분이다. 다만 아이들과 가족은 그만 힘들게 해주셨으면 좋겠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 후보 캠프의 공동상임선대위원장으로 영입됐던 조동연 교수(서경대)가 사퇴하면서 페이스북에 올린 글이다.

겉으로 표현엔 담담한 것 같으나 결코 그럴 수 없는 억겁이 짓누른다. 단어와 단어 사이에 흐느낌이 배어 있고, 문장과 문장의 행간에 선혈이 흐른다. 숨죽여 터뜨리는 통곡이 정치의 황량한 거리에 빗물이 돼 흘러내린다. 이름모를 죄를 덮어쓰고 아스팔트에서 난도질 당한 여인의 흐느낌이 들린다.

아, 세상 사람들이 어찌 이리도 모질게 달려든다는 말인가.

걸려들었다 하면 갈갈이 찢어 잡아먹는 승냥이 떼들의 군단이 연상된다.

정치판도 사람 사는 세상일텐데...

‘한 사람의 눈물은 다른 사람들에게는 기쁨’이란 말이 한파를 동반한 메아리가 되어 되돌아온다.

문제의 본질을 잠시 들춰보자.

조 교수는 그가 졸업한 중고등학교와 육군사관학교에서 가장 귀감이 되는 학생 중의 하나였다. 그의 고교 은사인 A씨가 ‘잠 못 이루게 하는 졸업생 J이야기’라는 글에서 동료 교사들의 글과 경험을 종합, 어떤 인간인지를 설명하고 있다. ‘작은 체구의 여학생으로 어려운 가정형편 속에서도 인성, 학업, 교우관계, 무엇하나 흠 잡을데 없는 아이였다’고 술회했다. 중학교를 일곱 번이나 옮겨다닐 정도로 불운했던 청소년기를 뛰어넘어 명문대 대신 국가가 해결해주는 육군사관학교를 진학했으며 미국 하버드대학교 케네디스쿨에 유학했다. 장교로서 국방에 충실하고 군사 우주산업 전문가로 우뚝 선 존재였다.

은사이니까 그렇게 좋은 쪽으로 설명했다고 할 수 있다. 조 교수의 삶이나 사회생활이 비난받을 만한 흠이 없는 인격체로 보인다.

다만 ‘이혼을 했고 잘못된 관계로 혼외자를 낳았으며 그 아이를 잘 키워온 워킹맘 엄마’이었다는 것이 문제였다. 이혼은 사적 영역이기 때문에 크게 문제될 것은 아니지만 ‘군 시절에 제3자의 성폭력으로 원치 않는 임신을 했으며 혼외자를 낳아 길러왔다는 사실로 이목을 집중시켰다.

그러나 공격하는 하이에나 쪽에서 본다면 이 한 줄은 엄청나게 악취가 끓는 먹잇감이자 상대 진영을 통째로 사로잡을 미끼로 보였다.

결국은 그들의 저격수 역할을 하는 가로세로연구소와 조선일보, TV조선, 그 밖에 동아일보, 중앙일보 등은 연타로 북을 울리며 그를 토막내어 끌어내리기에 올인했다. 조 교수의 결혼과 이혼에 관한 세세한 내용, 심지어 자녀의 출생 시점 등 '아동 인권'을 침해할 내용마저 시시콜콜히 보도했다. 이 모든 것이 '공인에 대한 검증' '국민의 알권리 충족'이라는 이름 아래서 이뤄졌다. 이들은 먹잇감이 나타나자 집중포화를 날려 사냥감을 죽이고 축제를 벌여 구경하는 국민과 함께 쾌감을 맛보고 있다.

한국사회에서 이렇게 발가벗겨진 채 연극무대에 올려진다면 살아남을 천하장사가 없다는 것은 익히 잘 안다. 하물며 여성이, 성적인 문제로 물살을 탔다면 갖은 상상력까지 동원되기 마련이다. 게다가 대통령을 뽑는 정치판의 정점인 공동상임선대위원장에 영입된 인물이니 어찌 융단폭격을 멈출 수 있겠는가.

사생활 문제 하나로 그 사람의 과거와 능력, 비전 등이 송두리째 무너져내리고 갈갈이 찢기는 이슈몰이 정치판이 또다시 우리 눈 앞에 펼쳐지고 있는 것이다.

조동연의 모교 은사는 이렇게 통곡하고 있다.

“그들의 주장에 기대어 한 인간 조동연을 함부로 재단하고 충고하는 것을 보며 깊은 비애를 느낀다. 당신은 조동연에 대해 그리 함부로 말해도 좋을 만한 도덕적인 삶을 살았는가. 나는 그렇지 못하다.”

그러면서 이렇게 말을 맺는다.

“세상에 들춰진 것으로 인해 그대에게 실망한 것 없으니 ‘더 이상 세상에 사과하지 말라’ 당당해져라”고.

페이스북에 올라온 댓글이 눈길을 끈다.

“사생아를 버리지 않고 잘 키운 엄마를 본다. 누가 돌팔매를 던질 수 있는가? 아비없이 낳은 자식을 버려야 하나? 몹쓸 인간들 천벌을 받을지어다.”

 

/백형모 편집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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