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국 칼럼] 윤석열과 안철수...합종연횡의 역사적 교훈을 잊었는가
[편집국 칼럼] 윤석열과 안철수...합종연횡의 역사적 교훈을 잊었는가
  • 백형모 기자
  • 승인 2022.03.07 10:3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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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바지로 치닫는 정치판을 보면서 내뱉는 단어가 있다.

“참 가관이다”라는 말이다.

가관(可觀)은 원래 ‘경치 따위가 꽤 볼만하다, 대단하다’는 뜻이었으나 언제부터인가 부정적인 의미를 담은 반어적 단어로 정착했다. 그 의미의 변화를 가져다준 사람들로 정치인이 수훈갑이다.

오직 권력을 위하여, 의혹과 거짓으로 도배하며, 자기들끼리 치고 박고 헐뜯다가 세가 불리하면 정색하고 야합하는 꼴을 보면 가관이 아닐 수 없다. 그러나 권력으로 가는 길에 야합이건, 합종연횡이건 모든 권모술수가 도구로 사용되고 있으니 어찌 현실을 탓할 수 있으랴.

권력의 변방에서 권력의 위세를 모르는 서민들의 눈에는 비난의 대상일지 모르지만 위정자들에게는 필연적인 생사의 도구이니 사용하지 말라고 해도 아무 소용이 없을 듯하다.

그러나 충분한 자기 무장이나 방비책 없이 합종연횡을 도모했다가 머지않아 멸망으로 가는 역사를 수없이 보아왔다. 합종의 종은 남북을 뜻하고, 연횡의 횡은 동서를 뜻한다. 남과 북으로 연결하며 동맹을 맺고 함께 살자던 합종연횡이 생긴 역사를 살펴보자.

대개 혼돈과 위기의 시기에 천하통일의 큰 지도가 그려진다. 황토빛 강물이 휩쓸고 간 뒤 대평원의 옥토가 생긴 대지의 역사와 하나도 다르지 않다.

BC 4세기말, 중국 전국시대 초강대국으로 등장한 진나라와 그 주변 연.제.초.한.위.조 6개국이 생존을 위해 펼치던 일종의 외교전술이 그 시초다.

떠돌이 정치 유세가였다가 연 나라 임금에게 발탁된 소진(蘇秦)은 특사가 되어 조 나라부터 차례로 찾아가 진나라의 위협을 역설하며 “진 나라 밑에서 쇠꼬리가 되기보다는 차라리 닭의 머리가 되자”고 설득하여 6국 동맹을 맺는데 성공, 이를 합종(合從)이라 불렀다. 하지만 국가 연합이란 것이 외교적이기 때문에 연결고리가 필연적으로 약할 수밖에 없다.

이에 가장 강력한 국방력을 가진 진나라는 통일야망을 위해 합종을 깨부수는 한술 더 뜨는 전략을 구사한다.

떠돌이 유세가였다가 진 나라 임금에게 발탁된 장의(張儀)는 각국의 첨예한 대립관계를 이용하여 서로를 이간질시키며 “합종은 일시적 허식에 지나지 않는다. 차라리 강자를 섬기는 동맹으로 개별적 보장을 받는 것이 낫다”고 말하여 6개국이 횡적으로 동맹을 맺도록 했다. 이것이 바로 연횡(連橫)이다.

그러나 천하통일의 야망을 가진 진나라는 개별적인 연횡을 맺은 뒤 6국을 차례로 멸망시켜 최초로 중국 대륙을 통일한다.

합종은 약한 다수가 강한 하나를 막기 위해 뭉치자는 공동체적 방어 전략이었다. “뭉치면 함께 산다”는 교훈을 떠올렸던 것이다. 하지만 그 속내에는 각자가 필연적으로 자기부터 살아야 한다는 강박관념이 도사리고 있었다.

진나라는 바로 이점을 노렸다. 각개전투였다. 혼자 안전하게 살기 위한 선택을 하다가 6국이 모두 멸망하는 길로 가고 말았다.

재미있는 것은 그 합종연횡책의 두 주인공들이다. 소진과 장의는 모두 귀곡자(鬼谷子)라는 훌륭한 스승의 제자였다.

소진이 먼저 6국이 남북으로 합작으로 방위동맹을 맺어 강한 진나라에 대항하는 것이 공존공영의 길이라는 합종책을 들고 나와 6국 군사동맹을 성공시킨 다음 그 공로로 6국의 재상직을 한 몸에 겸하고 6국 의장 노릇을 한다.

장의는 친구인 소진의 정책을 깨뜨리기 위해 외교 특사가 되어 각국을 개별적으로 찾아다니며 “힘 있는 우리와 연합책만이 살 길”이라고 설득하여 합종책을 무산시킨다. 그 공로로 재상급에 올라 부귀를 누린다.

이들은 한 스승 밑에서 동문수학한 제자들이지만 출세를 위해 자신을 받아줄 나라를 찾아 전전긍긍 떠돌다가 끝내 상대국의 재상의 위치에 올랐다. 왕이나 제후가 되어 위험하게 살기보다 관료가 되겠다는 꿈을 실현시킨다.

문제는 이러한 유세가들의 계략에 놀아난 약소국의 운명이다. 지략도 없고 힘없는 제국들은 어떤 합종연횡을 하더라도 당할 수밖에 없다는 결론이다.

엊그제 이뤄진 윤석열과 안철수의 야합도 누구의 지략에서 나왔는지 모르겠지만 약자는 강자의 그늘 속으로 빨려 들어가는 것이 누천년 역사의 진리인 줄 모르는 것인가 안타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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