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국 칼럼] 왕충의 사람 식별법
[편집국 칼럼] 왕충의 사람 식별법
  • 백형모 기자
  • 승인 2022.04.11 10:5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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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첨꾼은 화려함으로 군주의 위세에 비위를 맞추기 때문에 나무라지 못한다”

“지붕이 새는 것은 위쪽이지만 그것을 아는 사람은 아래에 있다. 많이 새면 아래 있는 사람이 쉽게 알지만 적게 새면 잘 못 본다.”

영인(佞人:아첨꾼)으로 인하여 망조가 드는 사례를 비유한 명언이다.

자주 사용하지 않는 한자어에 영(녕:佞) 자가 있다. 말재주 있을 녕, 아첨할 녕으로 풀이된다. 그런 재주가 있는 사람을 영인이라 하는데, 말재주는 있으나 마음이 곱지 못하여 아첨을 잘하는 사람을 일컫는다. 큰 아첨꾼을 대녕, 작은 아첨꾼을 소녕으로 불렀다.

왜 갑자기 아첨꾼 타령인가.

세상이 뒤바뀌거나 정권 교체기에 이런 아첨꾼들이 많이 나타나기 때문이다. 이러할 때 아첨꾼들을 가리지 못하고 지도자가 휘둘리거나 속아넘어 간다면 어느 조직이나 나라를 막론하고 망조가 시작되기 때문이다.

후한(後漢)의 학자 왕충(王充)은 저서 '논형(論衡)'에서 간신 중에서도 특히 영인(佞人)의 위험성을 강조하며 그 식별법을 문답으로 제시한다.

“대녕과 소녕을 어떻게 쉽게 알 수 있는가?”

“대녕은 쉽게 알 수 있지만 소녕은 쉽게 알 수 없다. 대녕은 재질이 뛰어나기 때문에 그 하는 짓이 쉽게 드러나지만 소녕은 재능이 떨어지기 때문에 남겨놓은 흔적을 살피기가 쉽지 않다. 큰 도둑은 쉽게 알 수 있지만 작은 도둑은 알아채기 어려운 것과 같다.”

“그렇게 대녕을 쉽게 알아챌 수 있다고 했는데 어째서 군주는 쉽게 알아채지 못하는 것인가?”

“대녕은 재질이 뛰어나기 때문에 그 말이 화려하다. 화려함으로 군주의 위세에 비위를 맞추기 때문에 군주는 결코 그를 나무라지 못하며, 군주의 지혜로움으로도 때때로 진실을 알아채지 못하는 것이다. 그런데 소녕은 재질이 보잘 것 없기 때문에 대답에 허술함이 많고 파탄을 일으키기 쉽다. 군주가 조금만 정신을 차리면 그 동기를 쉽게 알 수 있다. 그래서 대녕은 알기 어렵고 소녕은 알기 쉽다는 것이다.”

명석한 구분법이다. 왕충의 아첨꾼에 대한 재단은 역대급이다. 왕충의 문답은 계속된다.

“군주가 변론을 좋아하면 아첨꾼의 말이 날카로워지고, 군주가 치장을 좋아하면 아첨꾼의 말이 화려해진다. 아첨꾼의 말과 행동이 군주의 마음과 서로 맞아 떨어지는지 어떻게 알아 챌 수 있는가?”

“옛 성현의 글에 ‘지난날 했던말에 근거하여 앞으로의 행동을 가늠하고, 장차 하는 말을 듣고 지난날의 행동을 반성하며, 겉으로 드러나는 현상을 보고 감추어진 행동을 시험하고, 그 내면을 살펴 외면을 가늠한다’고 했다. 마을에서의 행적을 살피면 조정에서의 행동을 밝힐 수 있고, 부모 모시는 행동을 살피면 임금을 모시는 절조를 알 수 있는 이치와 같다”

“훌륭한 성군이 다스릴 때도 대녕이 있었는데 좀 더 쉽게 식분할 방법은 없는가?”

“잘못된 주장을 제기해 농민과 상인을 번거롭게 하고, 아래 사람에게 손해를 입혀 윗 사람에게 이익이 되게 하며, 백성을 수고롭게 해 군주를 기쁘게 하는 무리들이 있다. 윗 사람에게 손해를 입혀 아랫 사람에게 이익이 되게 하는 것이 충신의 주장이며, 그 반대가 아첨꾼의 행동이다.”

왕충은 그러면서 영인들의 세 가지 특성에 대해 이렇게 결론 내린다.

첫째, 권력과 지위를 훔치기 위해 남을 속이고 군주와 상급자들의 비위를 맞추는데 온 힘을 다하며

둘째, 다른 사람을 해치기 위해 겉으로는 남을 치켜 세우고 잘 대해주면서 뒤에서 위기에 빠뜨려 해치며

셋째, 위장에 능수능란하여 남이 알지고, 의심하지도 못하게 한다.

왕충은 특히 어리석은 군주일수록 이런 자들을 제대로 가리지 못하는데, 현명한 인재를 알아보지 못하면 당연히 이런 자들을 가려내지 못한다고 경고하고 있다.

말은 도에 부합하는데 행동은 그와 어긋나고, 명성은 높은데 실제 행동은 형편없는 자, 그런 자가 바로 아첨꾼이다.

새 대통령이 정사를 돌볼 필요한 인재를 구하는데 안간힘을 쏟고 있다.

인재들 사이에 덕과 능력을 겸비한 유능한 사람이 있을 수 있고, 부귀와 명예만을 노리는 화려한 빛깔의 아첨꾼이 얼굴을 내밀 수도 있다.

그 위선의 가면을 잘 가려내야 한다.

그래야 나라가 바로 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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