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소 탐방] 장성 첫 개인수목원, 장성 명물로 기억됐으면...
[명소 탐방] 장성 첫 개인수목원, 장성 명물로 기억됐으면...
  • 백형모 기자
  • 승인 2022.04.18 10:4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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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이면 신펑리 카페를 품은 '루몽드수목원' 개원

정영환 대표, 19년 전부터 조금씩...우공이산 심정으로 가꿔
루몽드917 카페의 정혜운 CEO와 손수 만든 빵. 10m에 달하는 카페 천장이 시원스럽다.
루몽드917 카페의 정혜운 CEO와 손수 만든 빵. 10m에 달하는 카페 천장이 시원스럽다.

“19년 전에 나중에 어찌 해볼까 생각하며 구입해 놓은 산이 이렇게 변하고 보니 참으로 기특하다는 생각입니다. 이왕에 이렇게 됐으니 ‘장성 제1호 개인 수목원’이란 이름에 걸맞게 멋있는 곳으로 기억됐으면 좋겠습니다.”

소탈한 산지기 같은 인상으로 나타난 청바지 차림의 정영환 대표(60). 장성군 북이면 신평리 91-1에 자리 잡은 루몽드 수목원 총감독이다. 맹지인 야산을 사들여 갈고 닦은 지 20년이 다 되어 비로소 지난 3월 26일 전원형 카페인 루몽드917카페가 문을 열면서 정 대표의 입가에 미소가 깃들기 시작했다. 3개의 희망이 동시에 싹을 틔웠기 때문이다.

본격적인 수목원이라는 이름을 내걸고 그 동안 삽과 포클레인으로 일군 꽃과 나무들의 산책길을 안내할 수 있게 됐으며, 부인에게는 하고 싶었던 목공예공방을 열어 주었고, 사랑하는 딸에게는 카페를 마련해 주었다.

하지만 개장 직후부터 하루에 사람들이 수백 명씩 들고 나니 앞으로 할 일이 더 태산이다. 장성에 ‘괜찮은 명물이 생겼다’는 이름값을 제대로 하려면 나무 한 그루나 돌맹이 하나까

지도 허투루 버려둬서는 안 되기 때문이다.

자연을 그대로 살려 임야 7천여 평에 3만5천본을 식재. 정영환 대표가 19년 전에 이 임야 7천 평을 구입할 때는 대단한 야망이나 특별한 구상이 없었다. 그저 나중에 뭔가 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었을 뿐이다. 대대손손 진원면 학전리에 터를 잡고, 현재도 살고 있으면서 막연히 나중을 예견했던 것이 이리 됐다. 학전리에서 한우 축산업을 해왔으나 얼마 전에 모두 정리하고 이곳만 신경 쓰기로 했단다. 동물과 나무와 이들이 숨 쉴 땅, 3가지를 위해 살기로 했다.

이곳 임야는 정남향으로 정읍, 고창과 인접하고 있으며 고속도로 백양사 진출입로가 눈앞에 위치하고 마을 옆에는 KTX가 지나고 좌우에 국도와 지방도가 교차되는 최상의 교통, 전원주택 단지로 알려져 있다.

이 임야는 30여 년 전부터 정부가 숲가꾸기 사업의 일환으로 식재한 밤과 소나무, 잡목들이 어우러진 불모지였다. 한해 두해 가꾸면서 나무를 베어내고 이동로를 확보하며 계곡 길을 살려 자연 그대로를 이용한 수목원 형태를 만들어 가기 시작했다.

터줏대감으로 자리하고 있던 소나무들은 대부분 그대로 두었다. 완성작이 되려면 몇 년이 더 걸릴지 알 수 없지만 날마다, 조금씩 변화가 이뤄지고 있다.

이곳에 식재한 수목과 꽃들은 대략 3만5천본 정도다. 군락을 이루고 있는 수종만도 30여 종이다. 단풍나무를 비롯하여, 배롱나무, 수국, 철쭉 등 계절별 수종을 고루 식재했다. 겨울철에 나뭇잎이 떨어진 뒤 삭막할까봐 남해안 수종 동백 700주를 심었더니 주먹만 한 동백꽃이 화려하게 피어오르기 시작했다. 계단식 벽과 이동로 바닥에는 꽃잔디를 비롯, 수선화와 튤립, 작약 등을 심어 눈을 즐겁게 했다.

“아마 인근 군 단위에서 유일하게 개인 수목원이 없는 곳이 장성입니다. 담양에는 2개가 있죠. 장성에 찾아와 정과 추억을 남기고 관광객 유치와 특산품 판매 등의 부가가치를 높이려면 이런 볼거리가 늘어나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많이 장려해 주면 좋겠습니다”

정 대표는 누구든 뜻있는 사람들이 명소를 가꾸고, 행정기관에서는 이를 지원하고, 주민들은 활용하여 서로 상생하는 계기가 되기를 희망했다.

정영환 대표가 19년 전부터 가꾸기 시작한 수목원에 봄 손님 동백이 활짝 피었다.
정영환 대표가 19년 전부터 가꾸기 시작한 수목원에 봄 손님 동백이 활짝 피었다.

25살 꽃띠 정혜운 커피 박사

장성에서 커피에 인생을 싣고~

루몽드카페의 여장부 정혜운 대표(25)와 친언니인 정진이(33) 바리스타의 열정과 경력을 보면 감탄을 금치 못한다. 정 대표는 전남대 경영학과, 정 바리스타는 전남대 식품경영학과를 졸업했다.

정영환 총감독의 두 딸로 태어난 인연(?) 때문에 숲과 나무를 좋아하는 아빠의 뜻을 따르게 됐고 마침내 수목원에서 카페를 경영하는 운명이 됐다.

정 대표는 19살, 대학 초년 시절에 회계사의 꿈을 꾸다가 아빠와 엄마, 언니의 권유로 커피 공부를 하게 됐는데 할 바에야 일류가 되겠다고 다짐, 철저한 공부를 시작했다. 학원에서 공부를 비롯, 전문 서적을 읽고, 전국 최고라는 커피숍을 안 가본 곳 없이 다니며 메모하고 눈에 그 맛과 향, 분위기를 뇌리에 넣었다.

제과제빵기술에도 남다른 재능을 발휘하며 품평회를 휩쓸었다. 이곳에서 시작하기 전 3년 동안 광주에서 카페를 경영하며 노하우도 익혔다. 2년 전, 이 근사한 카페를 설계한 장본인도 정 대표였다. 아직도 꿈속에서는 계속 설계도가 그려지고 있단다.

“정말 최고를 만들고 싶다는 생각입니다. 장성에도 근사한 곳이 있더라는 얘기를 듣고 싶죠~” 3월 26일 개장한 뒤, 벌써 4주 째를 맞는다는 정 대표는 줄을 잇는 고객 맞이에 개인 생활이 없다고 불평이지만 한 뼘씩 장성의 명물로 떠오르고 있다는 자부심에 청춘을 묻고 있다.

루몽드카페가 이처럼 성장해가는 데에는 친언니 정 바리스타의 전문가적 뒷받침이 있기에 가능했다. 정 바리스타는 식품경영학과를 졸업한 뒤에 케나다에 영어연수를 시작하면서 영어자격증과 카페 자격증을 동시에 취득했다.

한국에 돌아온 뒤에는 전국의 유명한 바리스타대회에서 심사위원으로 활동하고 있을 정도다. 현재 루몽드카페의 커피 맛은 정 바리스타가 직접 수입하여 로스팅하기 때문에 더욱 살아있는 맛을 낸다.

나무풍경 체험방을 운영하고 있는 정희순 대표와 버닝 작품들.
나무풍경 체험방을 운영하고 있는 정희순 대표와 버닝 작품들.

어머니라고 못할 게 있나?

카페 건물 안에 목공예체험공방도

루몽드수목원 안에는 또 하나의 볼거리로 나무풍경 체험공방이 있다. 우드버닝 현장이다.

카페와 같은 건물이 있지만 한켠에 무한한 상상력이 뛰노는 독립공간이다. 이 곳에는 깔끔한 목판지와 그림을 새기는 버닝펜, 그리고 추억과 사랑, 열정이 가득하다.

초보자들에게도 체험 문이 열려있다. 명언, 명시나 가훈을 남길 수도 있다. 자신의 모습을 새길 수도 있고 추억의 사진을 옮길 수도 있다.

나무풍경협동조합 정희순(59) 대표가 이곳의 주인공이다. 루몽드 총감독 정영환의 부인이자 카페를 운영하는 여사장의 어머니다. 정 대표는 장성 진원면에서 살면서 언젠가는 남편 가꾼 수목원이 근사하게 자리 잡으면 목공예이나 우드버닝을 꼭 해보겠다고 꿈을 키워왔다. 좀 더 전문적인 재능을 갈고 닦기 위해 2014년부터 거의 매주 서울로 버닝 공부를 하러 다녀다. 2박3일도 다반사였다.

“한올 한올 버닝펜으로 그림이나 글씨를 새기지만 실은 마음을 새기는 과정인 거죠. 나무 판 앞에서 흐트러진 마음을 다잡고 하나하나 새기다보면 어느새 훌륭한 완성작이 나타납니다.”

혼자가 아니라 주위 분들과 함께 하다 보니 협동조합을 만들고 지원도 받게 됐다. 장성군 농촌신활력사업에 선정돼 1천만원을 지원받게 됐다.

버닝은 소묘와 같은 기법으로 표현되지만 생명체인 나무판에 의미를 그려나가는 심오한 예술이다. 해를 거듭할수록, 열정이 담길수록, 삶의 경륜이 묻어날수록 돋보이는 예술이 버닝이다. 수목원 안에서 피어날 버닝을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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