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국 칼럼] 민주당 장성군수 공천파동, "화살은 이미 당겨졌다"
[편집국 칼럼] 민주당 장성군수 공천파동, "화살은 이미 당겨졌다"
  • 백형모 기자
  • 승인 2022.04.18 10:5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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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 초, 좀 한다는 지식인과 대학생들은 하버드대 교수 마이클샌델의 명저 『정의란 무엇인가』 와 『돈으로 살 수 없는 것들』이란 책을 끼고 살았다. ‘정의’ 열풍이 일었다.

TV에서는 그의 강의를 연일 생중계하기도 했다. 대한민국이 ‘정의’를 애타게 찾고 있었던 시대였다. 샌델은 한 사회가 움직이는 과정에서 나타나는 수많은 결정들이 어떠한 배경에서 나오고 있는 지를 이해해야 한다고 설파했다. 그러면서 개인의 권리와 공익은 상충하는가, 상반하는가를 일깨워 주었다.

하나의 사례로, 정부가 부자에게 세금을 많이 물려 가난한 사람을 도와주는 것이 정의로운 일인가에 물음을 던진다. “가난한 사람으로 살면 정부 보조금을 받게 된다는 것이 비록 배고파 죽는 사태는 면하겠지만 개인에게 행복한 일인가?”

“삶의 목적에 열정을 던지지 못하고 성공과 실패도 겪지 못하며 애증의 갈등도 없는 무사안일을 보장해주는 정부가 과연 옳은가?”샌델의 이러한 질문들은 지극히 당연한 것 같은 사회적 개념들을 새로운 각도에서 살피게 만들었다. 수 세기 동안 인류가 쌓아온, 당연시 되어온 정신적 잣대들을 물구나무서듯 거꾸로 바라보게 만들었다.

이제 악순환을 반복하는 한국의 권력 생태계로 화두를 돌려보자. 정치에서 ‘정의’를 논하는 것은 연목구어(緣木求魚)이기에 ‘민주당 공천은 정당했는가’를 묻고자 한다.

선거철이면 나타나는 공천 파동은 여야나 어느 지방을 막론하고 권력이 존재하는 곳에 늘 큰 바위 얼굴로 존재했다. 민주당의 경우 텃밭인 광주전남은 공천이 통과된다는 것은 곧 당선을 의미했다. 그래서 공천 관문 통과에 사활을 건다.

권리당원이 투표권을 갖는 최소 6개월 이전부터 당원 모집과 관리에 애처로울 정도로 안달이다. 당원으로서 정치를 꿈꾸는 사람들은 공천 권력의 큰 기둥 가까이 있는 사람에게 한번이라도 더 다가가 얼굴을 내밀고 친밀도를 다지려고 발버둥을 친다. 훗날의 자비를 기원하듯 적금을 들며 읍소한다. 지역 국회의원들에게 속칭 ‘가방모찌’(가방 메고 따라 다니며 시중을 드는 사람)를 하며 지방의원 배지를 달았다는 사람이 부지기수다.

이런 행태에 대해 누구를 탓할 수 있을까. 정당이란 것이 끼리끼리의 모임이며 정치는 이런 군중심리를 이용한 아수라장 집단임을 굳이 외면할 수도 없다. 더구나 압도적 지지를 받는 민주당 텃밭에서 민주당 옷을 입고 편하게 선거를 치르고자 하는 정치인 또는 정치지망생들에게 무슨 죄가 있겠는가.

문제는 이런 공천의 위력을 알고 권한을 행사하려는 공천권자들의 오만함이다. 그 오만함은 권위를 믿고 원리와 원칙이 무시한데서 온다. 민주당은 6.1 지방선거를 두고 당헌·당규를 준수하며 공정한 룰에 따라 공천을 진행하겠다고 수차례 발표했다.

민주당 비대위는 7대 범죄자를 원천적으로 배제하고 음주운전과 부동산투기 등을 강화겠다고 천명했다. 국민들은 과거 선거 때마다 민주당 중앙당이나 전남도당, 지역구 국회의원들의 공천 횡포가 수없이 반복돼 왔던 구태를 이번에는 벗어던질까 반신반의하면서도 기대했다.

한 달 전에 있었던 대통령 선거에서 아깝게 패배하여 집권에 실패한 뒤끝이라 민주당이 이번만큼은 크게 각성하고 공당으로 바로 서기를 기원했다. 그러나 예상은 빗나갔다. 그들이 말한 공천 원칙과 기준은 이현령비현령, 귀에 걸면 귀걸이요 코에 걸면 코걸이였다.

지방선거 공천권은 중앙 권력이 중간 권력을 휘어잡기 위해, 중간 권력이 하부 권력을 휘어잡기 위해 사용하는 도구의 기준으로 밖에 해석되지 않는다. 유두석 장성군수의 공천부적격 판정은 어떤 이유와 명분으로도 이해가 되지 않는다. 군수가 ‘노란색으로 지붕을 칠하라’고 한 것을 권력남용이라고 판단했다는데 이미 경찰이 무혐의 처분한 내용이었다. 설령 권력을 남용했다하더라도 군수가 사적 이익을 위해 그랬다면 비난받아 마땅하지만 그런 경우가 아니었다.

하지만 화살은 이미 시위를 떠났다. 지난해 도쿄올림픽에서 금메달 기대주였던 김우진 선수가 8강전 고배를 마신 뒤 기자들이 ‘충격적이지 않느냐’며 질문을 던지자 이렇게 말했다.

“내가 쏜 화살이고, 한번 쏜 화살을 돌아오지 않는다” 이제는 화살을 잘못 당긴 민주당이 이미 쏜 화살에 책임을 져야 할 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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