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국 칼럼] 천하를 얻는 방법은? '물길을 잘 다스려야 한다'
[편집국 칼럼] 천하를 얻는 방법은? '물길을 잘 다스려야 한다'
  • 장성투데이
  • 승인 2022.05.23 10: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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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박한 선거 열풍을 뒤로 하고 고대사 이야기로 머리를 식히자.

인류 문명은 물길이 흐르는 곳에서부터 시작됐다. 그래서 물을 잘 다스리는 사람이 지역 우두머리가 됐고 나라의 통치자가 되는 것은 당연했다.

인류 문명과 함께 발달한 치수(治水) 정책은 고대나 지금이나 국가 경영에 있어서 하나도 다름없었다. 치수에 실패하면 나라가 망하거나 민심이 이반했으며 성공하면 태평성대를 누렸다.

아시아에서 가장 긴 강은 중국의 장강, 즉 창쟝으로 불리는 양쯔강으로 무려 6천 킬로미터가 넘는다. 그 다음이 황하강으로 5천 킬로미터다. 인류 4대 문명은 바로 이 강에서 시작됐다.

중국의 고대국가는 하(夏)나라에서 시작된다. 기원전 2070년부터 1600년에 이른다. 약 4천 년 전이다.

중국이 공식 국가로 칭하는 하나라가 세워지기 전 전설상의 삼황오제 시대 마지막 황제는 요, 순 이름의 두 임금이었다.

이름하여 요순시대로 불리는 이 시대는 중국 역사에서 태평성대의 시기로 손꼽히는 시기로 모든 통치자들의 본보기가 되기도 했다.

요 임금은 황하 유역에 가뭄과 홍수가 빈발하여 백성이 고통을 받자 신하들의 추천을 받아 곤(鯀:물고기 곤)이라는 사람을 임명하여 치수 문제를 해결하도록 했는데 천상의 흙이라는 식양(息壤:저절로 불어나는 흙)까지 훔쳐다 제방을 쌓았지만 실패한다. 요 임금 다음으로 황제가 된 순 임금은 치수에 실패한 곤을 사형에 처하고 곤의 아들인 우(禹:벌레 우)를 새 책임자로 임명한다.

우는 아버지의 실패를 교훈 삼아 전국의 하천과 지형을 답사하고 새로운 방법을 도입하여 제방을 쌓고 하천의 흐름을 소통시켜 주도록 한다.

“치수란 모름지기 물길의 성질에 순응해야 한다. 물은 낮은 곳으로 향하고, 바다로 유입된다. 때문에 높은 곳을 뚫고, 낮은 곳을 잘 흐르게 해야 한다”

그의 치수 이론은 너무도 평범한 것이었다. 부지런히 하천을 준설하고 하폭을 넓혀 바다로 유출시키도록 했다. 지형에 따라 물이 땅 속으로 스며들도록 했다. 산을 뚫어 새 물길을 내고 하천 지류를 정비하여 본류로 빨리 유입되게 했다.

지금이야 이 같은 상식들이 수자원 관리의 기본 중에 기본이지만 4천 년 전의 선사시대에는 ‘첨단공법’에 해당하는 획기적인 과학적 치수정책이었다.

치수 사업을 담당한 우는 이 같은 과학적 사고에 기반을 두어 모든 일에 솔선수범하고 치수장비를 직접 들고 시범을 보였으며, 치수사업을 맡은 13년 동안 공사 현장 옆에 있던 자신의 집에 한 번도 들르지 않는 모범적인 생활을 했다.

우의 치수정책 성공으로 농업이 발전했으며 수상교통로가 확보되어 나라가 부강하게 됐다. 그 공로로 우는 순 임금으로부터 왕위를 넘겨받아 하나라를 개국하여 중국 최초로 세습을 시작한 왕조국가를 이루게 된다.

우왕은 고대 치수사업을 통해 중국 역사의 시조로 등장한다.

북경 천안문 광장에 등장한 중국 국가박물관의 시작은 우왕의 치수와 하나라의 개국이다. 우왕은 보통의 왕이 아니라 대우(大禹)로 불린다. 중국 정부가 수리 분야 가장 큰 업적을 남긴 사람을 추천하여 주는 상이 대우상(大禹賞)이다. 중국 정부가 치수에 신경을 쓰고 있다는 증거이기도 하다. 지방에서도 수재해를 예방하는 신으로 사당이나 동상을 만들어 모시기도 한다.

중국 역사에서 치수는 국가의 운명을 건 정책이었다.

중국 근대문학의 선구자이자 사상가인 루쉰(魯迅)의 소설 중에 <홍수를 다스리다>라는 것이 있다. 우왕의 전설적 이야기를 통해 치수방법을 소개하면서 세상을 뒤덮고 있는 낡은 가치관을 타파하고 새로운 가치관을 세워야 한다는 것을 에둘러 말해주고 있다.

우연의 일치인지 몰라도 우왕의 무덤인 대우릉(大禹陵)과 루쉰의 고향이 똑같이 중국 저장성 샤오싱에 있다는 것이 눈길을 끈다.

긴 이야기를 했다.

우리에게도 치수 정책은 두말할 나위 없이 중요하다. 치수는 곧 국토 개발의 근간이다. 산과 강을 다스리는 개발정책은 신중해야지만 결코 안해서는 안 될 일이다.

정권에 따라 치수정책이나 국토개발정책에 치중하기도 하고 멀리하기도 한다. 무작정 개발정책을 반대할 것이 아니다. 그것이 국민을 위해, 지역민의 삶을 위해, 꼭 필요한 개발정책이었느냐를 묻고 따지는 일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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