휘인 조지현 소장, “장성에 대표 먹거리가 없다고요? 우리가 한번 해 보죠~”
휘인 조지현 소장, “장성에 대표 먹거리가 없다고요? 우리가 한번 해 보죠~”
  • 백형모 기자
  • 승인 2022.06.13 10:22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휘인 조지현 전통음식연구소장, 야무진 결단으로 성산에 귀향
제자들, 5일 국제요리대회서 장성 음식으로 3개 상 휩쓸어
장성읍 성산에 위치한 휘인 조지현 전통음식연구소에서 차 한잔으로 망중한을 즐기고 있는 수강생들. 왼쪽부터 안소현, 조미숙, 조지현 소장, 양순님, 김하윤 사장.
장성읍 성산에 위치한 휘인 조지현 전통음식연구소에서 차 한잔으로 망중한을 즐기고 있는 수강생들. 왼쪽부터 안소현, 조미숙, 조지현 소장, 양순님, 김하윤 사장.

장성군 관광문화산업의 가장 취약점이랄 수 있는 음식문화에 과감한 도전장을 내민 똑순이들이 한 자리에서 만났다.

장성군 장성읍 성산길 34-9. 휘인 조지현 전통음식연구소.

좌장은 휘인(徽仁) 조지현(52) 소장이지만 수강생들이 음식문화 창달에 목숨을 걸었다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열기가 뜨겁다. 모두 장성에서 음식업을 하고 있는 현업 종사자들이다.

이들이 이렇게 만남을 가진 것은 운명적이었다.

지난해 11월, 장성군이 외식 관광활성화를 위한 음식점, 특화메뉴 개발 교육을 실시하면서 광주 남도의례음식 무형문화재 전수자인 조지현 소장을 강사로 초빙하면서 시작됐다. 당시 자영업 하시는 분들 가운데 수업 희망자를 추천받아 20일간의 수업을 마쳤으나 조 소장과 멘토, 멘티 관계를 지속적으로 유지하던 몇몇이 그룹을 형성하고 사제 관계로 발전하게 됐다.

조 선생도 때마침 20년 2월부터 고향 장성에 돌아와 언니가 운영하던 장성읍 성산의 ‘오케이 아구찜’ 자리에 전통음식연구소를 문을 연지 얼마 되지 않아 시간적 여유가 있을 때였다.

“제가 특별한 전문가라서가 아니라 영업하시는 수강생끼리 서로 묻고 경험담을 이야기하고 그 경험을 실제 음식으로 개발해보고, 맛을 음미하면서 어떻게 하면 장성 음식이 소문날 수 있을 까를 연구하기 시작한 것이죠. 그 분들의 열정과 노력을 외면할 수 없었습니다”

장성음식의 명물 탄생을 예감케 하는 줄탁동시(啐啄同時)의 순간이었다.

그 동안 장성군이 많은 시간과 예산을 들여 메뉴를 개발하거나 연구과제를 부여하며 음식특화를 추진했지만 특별한 성과가 없었던 것이 아쉬웠다.

6월 4~5일 대전에서 열린 2022 대한민국 챌린지컵 국제대회에 장성 대표음식으로 16m에 달하는 한상차림을 출품한 수강생(사장님들)과 자녀들, 그리고 조지현 소장(맨 오른쪽).
6월 4~5일 대전에서 열린 2022 대한민국 챌린지컵 국제대회에 장성 대표음식으로 16m에 달하는 한상차림을 출품한 수강생(사장님들)과 자녀들, 그리고 조지현 소장(맨 오른쪽).

조 소장은 이에 대해 다른 어떤 방법보다 현지 음식 경영인들이 자발적으로 나서서 자기 음식부터 연구, 분석하여 차원높은 음식으로 승화시키는 것이 효율적인 방법이라고 생각하던 차였다. 음식은 경영인(점주)과 요리사, 서빙이 어우러져 고객에게 가성비 높은 맛을 내는 종합예술이다. 그러려면 경영인이 자율적으로 참가하는 것이 최상책이다.

그러던 중 조 소장의 제자들 10명이 음식문화를 개선하는 씨앗이 되다는 뜻으로 ‘황금씨간장’이라는 모임을 만들어 한달에 두차례 씩 꾸준히 음식 연구를 거듭했다. 한번은 음식 개발수업으로, 한번은 외부마케팅 수업으로 현지 음식점 개선 훈련을 병행했다. 바쁜 와중에도 각자가 한번도 거르지 않고 재료비를 스스로 부담하며 음식을 만들고 맛을 보며 비평을 거듭했다.

조 소장은 제자들에게 동기부여를 위해 굵직한 국제 요리대회에 나가 실력을 평가 받아보자고 제안했다. 우물안 개구리를 벗어나 당당히 장성 음식을 국제 평가무대에서 제대로 인증 받아보자는 취지였다.

‘황룡강 보물섬가든’의 김하윤, 백양사 입구 ‘가을빛 묵은지’ 양순님, ‘명지회관’의 안소현 사장 등 3명이 적극 동참했다. 그리고 이 사장님들의 2세들이 함께 하는 원팀 만들었다. 현재의 사장님들이 대부분 부모님으로부터 영업을 이어온 상태이니까 3대가 함께 출전하는 국제대회임 셈이었다.

첫 번째 미션은 6월 4일~5일 대전 컨벤션센터에서 열리는 ‘2022 대한민국 챌린지컵 국제요리경연대회’ 출품이었다. 한번 목표를 설정한 이들은 밤낮을 가리지 않고 두 달 가까이 각자의 음식에다 더하기와 빼기, 나누기, 곱하기를 거듭하며 ‘특별하면서도 한편 특별하지 않는’ 특색있는 음식을 탄생시켰다.

장성의 화려한 단풍을 연상케하는 에피타이저(식욕촉진을 돋구는 소품요리)와 대표 음식, 기본 반찬, 사이드 메뉴를 개발해 가치를 더했다. 그 음식에다 조 소장이 내공으로 익혀온 전통의례 음식의 진수인 오방색 입히기와 현대인 취향을 자극하는 코리안디저트 등을 가미해 누구에게도 어울릴 수 있도록 했다.

출품 전날은 음식의 신선도를 위해 날밤을 새며 작업에 몰두했다. 네 사람이 만든 차림상의 길이는 각자 4m 씩 사각형의 한상차림으로, 도합 16m의 완벽한 장성 요리상이 전시장을 압도했다.

조 소장은 5월에 황룡강 꽃길을 걸으며 느꼈던 황홀한 감동을 과자와 초컬릿으로 재현하고 그 위에 범선을 띄워 장성의 풍요를 기원하는 기념작품을 출품해 시선을 끌었다.

국제대회에서 심사위원들로부터 장성 음식에 대해 ‘훌륭한 음식이야, 아주 좋아’라는 찬사를 받아보긴 처음이었다.

이같은 열정 덕택에 장성 음식이 국제대회에 처음 출품해 교육부장관상과 식약처장상, 소상공인 마스터 상을 동시에 수상했다. 팀을 이끌었던 조지현 소장은 농림부장관상과 최우수지도자상 그리고 Euro-toqus 공식승인 5개국 협의회회장상을 수상했다.

처음으로 전문적인 음식 수업을 받고, 처음 출전한 대회에서 영광의 수상을 휩쓴 회원들이 기념사진으로 일보 전진을 기약하고 있다.
처음으로 전문적인 음식 수업을 받고, 처음 출전한 대회에서 영광의 수상을 휩쓴 회원들이 기념사진으로 일보 전진을 기약하고 있다.

자신의 요리를 처음 공식대회에 출품했다는 ‘보물섬가든’의 김하윤 사장은 “배울 것이 너무 많은 것 같아요. 내 음식에서도 조금만 연구하면 새로운 것이 나올 것이란 기대감이 듭니다”라며 장성 음식에 전국에 명성을 날리는 날을 예감케 했다.

‘가을빛 묵은지’의 양순님 사장은 “음식을 이렇게 깊이 연구하고 생각하는 소장님을 만나게 되어 영광입니다. 전통의례 음식을 열심히 배워 현재 운영하는 요식업에 묵은지 밀키트를 개발해 세상에 널리 알리고 싶습니다”고 말했다.

‘명지회관’의 안소현 사장은 “다른 지역 음식이라고 아주 특별한 것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우리 장성이 조금만 눈을 뜨면 일류가 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생깁니다”라고 국제무대 경험을 자랑했다.

출품자 가운데서도 전통음식에 남다른 관심을 갖고 있는 김하윤 전수입문 수강생은 “장성군이 주관한 장성 특화 음식역량 강화 교육을 배우다가 휘인 조지현 소장님을 만난 것이 행운이다. 정식으로 입문 과정에 등록해 전통의례음식에 모든 것을 배우고 있다”며 장성 음식문화의 미래를 밝게 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