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특집/문학 향기] 장성 출신 유상용, 다섯 번째 시조집 (나는 나로) 화제
[기획특집/문학 향기] 장성 출신 유상용, 다섯 번째 시조집 (나는 나로) 화제
  • 백형모 기자
  • 승인 2022.09.19 11:1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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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통과 현대의 날에서 칼춤 추는 영원한 시조 시인”

3.4조 정형을 기반으로 변화하는 현대인의 詩法을 표출

서라벌예대서 서정주·박목월 스승으로 작가의 길 고집

영원한 시조 시인임을 고집하는 장성 출신 유상용 시인(78)의 다섯 번째 시조집 <나는 나로>가 시조의 율격을 현대적으로 접근한 대표작으로 화제를 모으고 있다.

모든 것이 디지털시대로 치달으면서 편의주의와 흥미위주로 흐르고 있는 세태 속에서 전통과 현대를 줄타기하며 몸부림치는 문학 여정이 돋보이는 역작이라는 평가가 뒤따른다.

시조는 3.4조 정형을 기반으로 엄격한 율격의 절제미가 생명이다. 멀리 삼국시대 향가에서 뻗어 나온 시조는 초장과 중장이 3.4조, 종장이 3543조의 율격이 살아있어야 하는 운율의 언어를 기반으로 한다.

하지만 세상이 변하고 있는 만큼, 3.4조 정형을 지킨다는 큰 원칙을 지키면서 그 내용은 자유시와 다름없이 긴축과 함축미를 추구하면 될 것이란 진단을 더하고 있다.

이를 대변하듯 <나는 나로>에서는 200편의 시조를 담아내면서 시조의 율격에 피 말리는 몸부림으로, 심금을 울릴 소재를 찾으려고 내 안의 용트림하는 경험들을 마음 세워 찾는 시간들을 보여주고 있다.

작가는 서두에서 “현대시조는 시를 위한 시조이지 창(唱)을 위한 시조가 아니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그러면서 “현대의 생활 흐름에 맞게 주재나 소재에서 훨씬 자유로운 언어의 절제로, 운율의 숨결이 파동 치도록 미학적 충격을 위한 한국적 세계적 시조를 써야 한다는 분들의 말씀에 감응해 누가 뭐래도 시조 쓰기를 계속 할 것”이라며 고집스런 길을 걷고 있다. 몇 편의 시조들이 그의 고독한 열정을 담고 있다.

<나룻배>

바람만 왔다 가는 비탈진 강가에

나룻배 삭아 내려 달빛도 못 싣네

갈대가 바닥을 뚫고 손님으로 와서 앉네.

대표작으로 꼽는 이 시조는 시조의 정형을 지키며 한 폭의 고향 수채화를 연상케 한다. 수없는 세월을 이고 지고 흘러온 강변을 바라보며 삭아 내린 나룻배와 그 배를 뚫고 솟아난 갈대를 크로즈업 시켜 자연을 순응하며 살아온 자신을 대입시키고 있다. 뛰어난 언어적 감각과 율격미, 여기에다 천년을 흘러온 강과 올해 솟아난 갈대를 상징적으로 엮어 시조미의 극치를 보여준 작품이다. 또 다른 작품을 보자.

<가을 끝에서>

끌어안고 웃던 여름 떠나간 자리에

석양빛에 돌아앉는 가지들 사이마다

뉘 불러 떠나는 낙엽 어디쯤에 버리나/중략/

 

이 작품 역시 작가의 중후한 연륜을 절감케 한다. 끌어안고 웃던 여름은 누구나 지나온 뜨거운 절정의 청춘이었다. 그러나 가을엔 낙엽 위에 석양이 내린다. 우리는 그 낙엽을 어느메 버려야하는지 모를 뿐이다.

작가는 이 작품 끝에다 마음을 담은 낙서를 해놓고 있다. “나무들 잎에 누런 눈물 고인다. 단풍잎이 개울물을 맴돌며 떠나듯, 낙엽으로 지는 잎들에서 나 또한 세상 모서리로 밀려가는 듯싶어 허허롭다”고.

유상용은 1944년생이다. 지금은 장성호 조성으로 수몰된 북상면 쪽이 탯자리다. 6.25한국 전쟁 때 부모님을 여의고 서울로 올라가 누님과 함께 자랐다. 생활고로 어려움을 겪기도 했으나 뜻한 바 있어 서라벌예술대학 문예창작과를 졸업했다.

대학에서 서정주, 박목월 시인, 김동리 소설가 등 한국 문단의 기라성 같은 분들을 교수로 창작 수업을 받으면서 문학도의 길을 작정했다. 1991년 중앙일보 시조백일장에 장원을 2번 하고 현대시조에 본격 등단하면서부터 작업에 열정을 보여 오고 있다.

저서로 <날개 달린 시간> <산그늘> <살며 생각하며> <새벽은 다시 온다> 등이 있다.

한국 시조협회 이사와 한국 문인협회 이사를 맡고 있으며 장성문인협회 회원으로 활동하며 장성과 인연을 이어 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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