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고/ 장성백암중 ‘오아시스 독서회’ 제주 문학기행 [독서회원 김병수 기고]
특별기고/ 장성백암중 ‘오아시스 독서회’ 제주 문학기행 [독서회원 김병수 기고]
  • 백형모 기자
  • 승인 2022.10.24 11:24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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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3항쟁의 진원지 현장 답사...참혹한 원혼들의 억울함 담겨 있어

항쟁 소설인 현기영 작가의 [순이삼촌]. 손세실리아 시인 방문

북이면 백암중학교(교장 김종명) 학부모와 지역민들로 구성된 독서 동아리인 ‘오아시스 독서회’(회장 변경열)가 제주 4.3항쟁 진원지인 제주도에 문학기행을 다녀왔다.

학부모와 지역민들이 독서 동아리모임를 구성, 매월 1회씩 정례 모임을 갖고 한해 한번씩이라도 역사의 현장을 찾아 나서기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

오아시스의 제주도 문학기행은 1년 전에 실행하려 했으나, 코로나 악화로 올 10월 14일~15일 이뤄졌다. 인솔교사와 독서회원 14명이 동참, 4.3 항쟁 관련 기념관 방문과 제주 시인의 집 카페를 운영하는 손세실리아 시인 방문 등으로 이어졌다.

백암중 독서동아리 학생들이 소설 속의 제주4.3항쟁 현장을 찾아나섰다. 1년에 한번씩 이뤄지는 문학기행은 아이들의 꿈을 키워가기에 충분하다.
학부모들로 구성된 백암중 독서동아리 회원들이 소설 속의 제주4.3항쟁 현장을 찾아나섰다. 1년에 한번씩 이뤄지는 문학기행은 아이들의 꿈을 키워가기에 충분하다.

독서회원들이 바라본 제주도는 어떤 모습일까?

오늘날의 제주도는 세계적인 관광지로서 짙푸른 바다와 아름다운 풍광으로 그 면모를 과시하지만, 제주도민은 1948년 4.3항쟁을 평생 가슴 한편에 생채기로 안고 살아가고 있다. 마치 광주 사람들이 1980년 5.18 민주항쟁의 상흔을 안고 살아가듯.

독서회 회원들은 4.3 항쟁에 관한 소설인 현기영 작가의 <순이삼촌>과 손세실리아 시인의 산문집 <섬에서 부르는 노래>를 선정하여 일독하고 제주 문학기행에 참여했다. 회원들은 <순이삼촌>에 나오는 사건 현장들이 지금은 어떤 모습으로 존재하고 무엇을 말하는가는 하나하나 짚어가는 시간을 가졌다.

회원들은 제주 북촌에 있는 너븐숭이 4.3기념관과 마을 유적지 현장 체험을 통해 해방공간과 6.25전쟁 전후 너무도 처절하고 참혹한 제주도민의 참상을 느낄 수 있었다.

소설 속에 순이삼촌이 학살당한 귀신들의 트라우마를 견디지 못하고 스스로 목숨을 끊는 부분을 말하는 대목에서는 눈시울이 뜨거워졌다.

“조용한 대낮일수록 콩볶는 듯한 환청은 자주일어났다” 너슨숭이 기념관의 비석에 새겨진 소설 한 부분이다.

국민 생명 수호의 가장 큰 사명을 가지고 있는 군인과 경찰, 이들이 국가라는 이름으로 자행한 학살 앞에 갈대처럼 나약한 양민들의 죽음은 차마 눈을 뜨고 바라볼 수 없는 믿을 수 없는 처참한 현실이었다.

이러한 장면을 바라보자니,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의 흑백영화 <쉰들러 리스트> OST인 이츠하크 펄먼의 바이올린 선율이 혈관을 타고 흘렀다. 폐부를 찌르며 간장을 녹이는 듯한 애잔한 이곡은 그들의 고통을 체휼하는 듯했고, 원혼들의 억울함을 위로하는 듯했다.

이어서 손세실리아 시인의 집 북카페를 방문했다. 이곳은 폐가를 보수해 카페를 개장한 곳으로 넓은 창문 바로 앞에 빼어난 경치의 바다가 있어, 그 자체로서 마음의 평안을 선사해 주었다. 가을의 국화꽃이 어울리는 누님 같은 시인의 차분하고 원숙한 어조는 활짝 열린 창문 너머의 잔잔한 바다 물결과 조화를 이루며 길손인 우리의 감성을 어루만져 주었다.

4.3항쟁과 시인의 집 카페를 방문하고 쓴 시로 글을 마감하고자 한다.

 

<제주 4.3>

어찌하여 그들은

꽃다운 나이에 스러져야 했는가

어찌하여 이땅은

그들을 지켜주지 못하고

도리어 그들의 목에 총칼을 겨눠야 했는가

제주의 아름다움 너머

차마 드러내고 싶지 않은

그들의 아픈 상처는

어찌하여 그들의 몫이어야만 했는가

짙푸른 파도로 씻고 씻어도 씻어지지 않고

투명한 햇살로 내리비쳐도 사라지지 않는

그들의 처절한 목메임

어찌하여 그들은 한날 한때 향불을 피워야만 했는가

아직도 제주의 산하는

아직도 제주의 바다는

그들의 한맺힌 비명을

간직하고 있으니

그들의 모진 삶의 역정에 묵념하고

상한 영혼에 위로의 말을 올리자

 

<제주 시인의 집>

제주 시인의 집에는

파란 하늘과

두둥실 흰구름과

푸른 바다가

열려진 창으로

한달음에 달려온다

그곳에 들어선 사람들

탄성을 지르며

감복의 눈빛을 내보낸다

일상의 긴장에

바짝 조여 매어진 자신을

잔잔한 파도에 풀어헤쳐 놓는다

시인의 집은

그 자신 정성의 집결체

그 안에는

시인의 몸부림과

시인의 생명력이 있고

하나둘 올려진 돌담과 함께

평생을 같이 갈 동반자이다.

(글쓴이 : 장성 백암중 오아시스 독서회원 김병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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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미경 2022-10-24 18:32:31
정치도 경제도 그 무엇도 온전히 국인의 편이 되어 주지 못하는 현실과 다를 바 없는 또 한 시대의 아픔이 녹아 있네요
감춰지고 외면 당한 이들의 한을 풀고 또 풀어도 녹아질까마는 기억하고 어루만지는 이들이 있어 위로가 되지 않을까 기대해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