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국 칼럼] 대통령실의 MBC 기자 배제 “부끄러운줄 알아야지~”
[편집국 칼럼] 대통령실의 MBC 기자 배제 “부끄러운줄 알아야지~”
  • 백형모 기자
  • 승인 2022.11.14 10:3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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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시황이 최초로 천하를 통일한 이후 가장 강력한 중국지도자를 꼽는다면 누구를 들 수 있을까?

아마도 중국공산당을 완전히 장악하고 장기집권의 토대를 구축한 시진핑을 들 수 있다. 시진핑의 날카로운 눈매와 강단 있는 모습을 보면 섬짓할 정도다.

14억 인구를 한 손에 쥐락펴락 할 수 있는 시진핑의 통치력은 과연 어디서 나온 것일까. 시진핑의 초창기 통치철학에서 원인을 찾아보자.

시진핑은 국가중앙군사위원회를 맡아 실질적인 통치자가 되고 난 직후인 지난 2014년 1월 20일, 공산당의 대중노선을 밝히면서 ‘인시수견형(人視水見形) 시민지치불(視民知治不)’라고 선언했다.

이 말은 ‘물에 비추면 자신의 모습을 볼 수 있고 백성을 보면 나라를 잘 다스렸는지 알 수 있다’는 뜻이다.

시진핑은 이 말을 풀이하면서 “당원 관리들은 모두 스스로 사회와 대중들의 감독을 받음으로써 무엇을 고쳤는지, 어떻게 고쳤는지, 고친 후 어떤 결과가 있는지 여부를 대중들이 잘 보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모든 관리들은 국민으로부터 감시를 받고, 잘못된 부분을 지적받아, 그 잘못을 고쳐나가며, 그 결과까지를 국민 앞에 고해야 한다고 강력한 어조로 말했다.

시진핑은 모든 지도자들이 그 원칙을 벗어나지 못하게 만듦으로써 공직자와 당원들을 한점 흐트러짐 없이 관리할 수 있었고 인민들로부터는 절대적인 지지를 받을 수 있었다.

시진핑이 강조한 이 지도 철학은 민심을 거울로 보고 받아들이라는 ‘거울론’에서 나왔다.

최초의 ‘거울론’은 사마천(司馬遷, 기원전 135년~미상)의 <사기>에 나온다. 은 나라는 중국 역사에서 두 번째 왕조로 상(商)이라고도 불리며, 성탕 왕이 개국군주이다. 성탕은 천명을 따르지 않는 제후를 정벌하면서 ‘민심을 거울로 삼지 않으면 벌을 줄 수밖에 없다’고 정벌 이유를 밝혔다.

성탕의 ‘거울론’은 중국이 노예사회부터 민심을 통치의 척도로 삼았음을 알려준다. 이후 중국의 모든 통치자가 민심을 거울로 삼는다는 관념을 받아들였다. <시경>에는 “거울을 비추면 자신의 모습을 알고(明鏡者, 所以察形也) 지난 역사를 보면 오늘을 알게 된다(往古者, 所以知今也)”고 말했다.

당나라 태종은 ‘거울론’을 더 발전시켰다. 태종은 직언을 아끼지 않던 신하 위징이 세상을 떠나자 “구리를 거울로 삼아 비추면 의관을 단정하게 할 수 있고(以銅爲鑒, 可正衣冠) 지난 역사를 알면 그 나라의 흥망을 알 수 있으며(以古爲鑒), 다른 사람을 거울로 삼으면 나 자신의 잃고 얻음을 알 수 있다(以人爲鑒, 可明得失). 그런데 이제 나의 허물을 지적해줄 위징이 없으니 어찌 할까”라며 한탄했다.

국민은 배를 띄우는 물, 씨를 뿌리는 땅, 가지와 잎에 생명력을 공급하는 뿌리이다. 집권자에게 국민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이 철칙을 깨달은 시진핑은 통치의 원칙을 당을 떠받치는 물에 비유하고 ‘당과 대중과의 관계에 있어서 끊임없는 반성과 긴장’을 주문하고 몸소 실천했다.

현대 민주국가 정치판 역시 한 치도 다르지 않다.

비판이라는 거울에 비추면서 국민에게 감독과 평가를 맡기고 자세를 정갈히 해야만 한다. 그럼으로써 정치인 스스로 “누구에게 의지하고, 누구를 위해서 일하는가”라는 물음에 대답할 수 있어야 한다.

그런데 한국의 대통령은 다른 철학을 보여주고 있다.

자신에게 비판을 던지는 언론에게 재갈을 물리기 위해 대통령의 아세안 정상회의 해외 순방길에 느닷없이 'MBC 기자 전용기 탑승 배제'를 밝혔다.

어쩌겠다는 말인가. 자신의 해외 순방 보도를 달콤한 설탕으로만 발라주라는 얘기인가? 참으로 남부끄럽고 한심한 대통령이 아닐 수 없다.

더욱 창피스런 일은 그런 MBC 배제조치를 보면서도 대통령 전용기에 올라타려고 아무 말도 하지 않는 일부 언론인들의 웃기는 처사다.

노무현 대통령의 한 마디가 뼈아프게 뇌리를 스친다.

“부끄러운 줄 알아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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